2023년 3분의 1도 안 지났는데 타이완에서 지금까지 이미 8편의 국산영화가 개봉됐습니다. 그중 귀신과 게이를 엄청 싫어하는 경찰과 교통사고로 억울하게 숨진 게이 귀신의 결혼 생활을 그린 액션 코미디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Marry My Dead Body)’가 가장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키며 흥행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메리 마이 데드 바디’의 게스팅은 무척 화려합니다. 특히 두 남자주인공 밍한(明翰)과 마오마오(毛毛) 역을 각각 연기한 2명 배우가 요즘 타이완에서 가장 눞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자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상견니(想見你)’로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쉬광한(許光漢)과 드라마 ‘불신의 눈물(火神的眼淚)’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소방관 역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여 인기가 급상승한 린보홍(林柏宏)입니다. 쉬광한은 영화에서 귀신을 무서워하며 게이에 거부감이 심한 경찰 밍한 역을 맡았고, 린보홍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와 싸우고 집에 나간 후 교통사고를 당해 죽은 게이 귀신 마오마오 역을 맡았습니다. 그들의 인연은 길거리에 떨어진 ‘빨간 봉투’에서 시작됩니다.

배우 쉬광한이 영화에서 귀신과 게이를 엄청 싫어하는 경찰 밍한 역을 맡았다. - 사진: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타이완 여행 시 ‘이것’을 꼭 유의해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으신 분이 아마 계실 텐데, 바로 타이완 길거리에서 빨간 봉투를 본다면 절대 주워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타이완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수상한 빨간 봉투에는 보통 가짜돈과 죽은 사람의 머리카락, 손톱, 사주팔자가 적힌 종이 등이 들어 있을 겁니다. 이것은 유족이 결혼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고인에게 짝을 지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빨간 봉투를 주우면, 빨간 봉투뿐만 아니라, 귀신 남편이나 귀신 아내도 함께 얻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결혼하거나 죽은 사람까리 결혼하는 것은 타이완에서 ‘명혼(冥婚)’이라고 불립니다.
영화에서 밍한은 증거물을 모으는 과정에서 마오마오의 할머니가 미혼인 채 숨진 마오마오에게 짝을 지어주기 위해 길거리에 둔 빨간 봉투를 증거로 착각해 주웁니다. 옆에 숨어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마오마오의 할머니는 밍한에게 “우리 마오마오와 결혼해주지 않으면 운이 나빠져 재수없는 일을 많이 당할 거야”라고 말하지만, 귀신과 게이를 엄청 싫어하는 밍한은 거절을 하고 파출소에 돌아갑니다. 그 이후로부터 밍한에게는 나쁜 일들이 계속 일어나기 때문에 밍한은 재수없는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오마오와 명혼하게 됩니다. 밍한의 귀신 남편인 마오마오도 실은 밍한과 명혼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이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 그런지 인간세상에서 떠나지 못하므로 밍한과 명혼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에게 거부감만 느껴지던 두 사람은 명혼 생활을 하면서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쉬광한이 연기한 밍한 역과 린보홍이 연기한 마오마오 역이 명혼 생활을 하면서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 – 사진: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한국어로 직역하면 ‘내 시체와 결혼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중국어 제목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는 ‘나와 귀신이 한 가족이 된다는 일에 관하여’라는 뜻입니다. 영화 제목과 티저 예고편을 볼 때, 남자 인간과 남자 귀신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 수도 있겠지만, 제가 영화를 봤을 때 느끼에는 밍한과 마오마오 사이에는 사랑보다는 우정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해가는 과정과 마오마오와 그의 할머니, 아버지 간의 이야기를 재미있으면서도 감동적인 시선으로 그려내 관객으로 하여금 때로는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19일 개봉한 지 9일 만에 뉴타이완달러 1억 원(한화 약 42억 7천 만원, 2023.03.30.기준)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3월 23일까지 뉴타이완달러 3억 8200만 원(한화 약 162억 만)의 매출을 달성하며 역대 타이완 국산영화 흥행 순위 8위에 등극했습니다. 한편, 영화 흥행과 함께 극중 주인공 마오마오의 애용어 ‘믿기지가 않아!(不敢相信!)’는 초등학생마저 즐겨 따라하는 대세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배우 린보홍가 영화에서 게이 귀신 마오마오 역을 맡았다. - 사진: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메리 마이 데드 바디’는 청웨이하오(程偉豪) 감독의 첫번째 코미디 영화 작품이며, 그는 원래 공포영화를 찍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도시 괴담인 '빨간 옷 소녀'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 ‘마신자(紅衣小女孩)’ 1과 2는 모두 청웨이하오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의 첫번째 드라마 작품 ‘연못괴담(池塘怪談)’은 작년 2022년 제26회 한국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입선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으로 코미디 영화를 시도하자 바로 이러한 좋은 영화를 만들어냈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청웨이하오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고정관념을 깨며 오해를 이해로 바꾸려고 합니다. 따라서 영화에는 다양한 고정관념이 반영돼 있습니다. 예컨대, 게이를 싫어하는 경찰 밍한은 마약범을 잡기 위해 게이로 위장해 범인에 접근하는데, 그는 범인의 가방에서 마약을 발견하게 되자 다소 과도한 폭력으로 범인을 굴복시킬 뿐만 아니라, 범인에게 “너 같은 놈이 역시 섹스와 마약밖에 몰라”라고 욕하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게이에 대한 고정관념 뿐만 아니라, ‘직남(直男)’에 대한 고정관념도 생생하게 묘사됩니다. 직남은 영어로 ‘이성애자’라는 뜻인 ‘straight’를 중국어로 직역한 단어로, 처음에는 그냥 ‘이성애자’를 가리켰으나, 나중에는 여자 마음을 잘 모르는 ‘멍청한 남자’라는 살짝의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로 더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여자를 잘 모르며 게이를 심하게 배척하는 밍한은 바로 직남 중의 직남입니다. 영화에서 마오마오는 밍한에게 “너 같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창피해서 화를 내는 남자는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직남”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과 성격이 너무 달라 종종 부딪히는 두 주인공의 서로 어우러지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편견은 사실상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결과”임을 청웨이하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전하고 싶어합니다.

영화에서 쉬광한이 연기한 밍한 역과 린보홍이 연기한 마오마오 역이 명혼 생활을 하면서 점차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게 된다. – 사진: ‘關於我和鬼變成家人的那件事’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영화 주제가 ‘사랑하는 상대(親愛的對象)’는 성소수자와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타이완 댄스곡의 여왕 차이이린(蔡依林)이 작곡•작사에 참여해서 제작한 곡으로, 이 곡은 두 사람이 사랑하면서 가장 이상적인 관계를 함께 모색하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노래 뮤직비디오는 영화의 프리퀄로 볼 수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오마오의 할머니가 마오마오가 숨겨온 동성애 성향을 발견하게 된 후 자기의 방식으로 지지를 표한 모습을 담아내며 영화를 봤던 관객들에게 또 한번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아직 사회에서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의 형식 명혼과 동성결혼을 유쾌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낸 이 영화 ‘메리 마이 데드 바디’를 통해서 사회 대중들이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더 이해해보고 싶어하고, 또 명혼, 동성결혼과 같은 보편적이지 않은 사랑에 대한 수용도가 더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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