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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홍콩 4대 여배우’ 중 하나 - 왕주셴

  • 2022.12.22
연예계 소식
‘1990년대 홍콩 4대 여배우’ 중 하나인 왕주셴(王祖賢, 왕조현) - 사진:무비쿨(MovieCool 華文影劇數據平台) 사이트 페이지 캡쳐

1980년대에서 1990년대는 홍콩 영화의 전성기입니다. 당시 대박을 쳤던 영화와 거장 감독들이 아직도 레전드로 남아 있으며, 그 시절 동남아를 사로잡았던 홍콩 배우들도 많습니다. 영화《천녀유혼(倩女幽魂)》’에서 섭소천(聶小倩) 역을 맡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자 배우 왕주셴(王祖賢, 왕조현)은 그 중 하나입니다.

왕주셴은 1990년대 홍콩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황비홍 시리즈'와 '동방불패'로 잘 알려진 관즈린(關之琳, 관지림), ‘화양연화’에서 중국의 전통 의상인 치파오 복장을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게 소화해내며 엄청난 이슈가 됐던 ‘장만위(張曼玉, 장만옥), ‘동양의 말리린 먼로’란 애칭으로 불리며 홍콩 최고의 멜로영화로 꼽히는 ‘가을날의 동화’를 통해 아시아에서 수많은 팬을 갖고 있었던 ‘종추홍(鍾楚紅, 종추홍) 등과 함께 ‘1990년대 홍콩 4대 여배우’로 불렸습니다. 이 외에, 왕주셴은 아름다운 미모와 늘씬한 몸매로 ‘아시아 제일의 다리’, ‘아시아 제일의 미녀’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 

주요 홍콩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므로 왕주셴은 홍콩 출신 배우라고 오해하시는 분이 계실 텐데 실은 왕주셴은 타이완 사람입니다. 키가 173cm의 장신인 왕주셴은 1967년 타이완에서 태어나 국가대표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학교 때 잠깐 농구선수를 했습니다. 아름답고 건강한 이미지로 15살 때 스포츠브랜드 아디다스로부터 광고 모델로 뽑히며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주목을 받는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으므로 친구들의 권유로 많은 연예인을 배출한 타이베이 궈광 예술학교(臺北國光藝校)에 진학했고, 16세인 1983년에 첫 영화 《올해의 호숫가는 아주 추울 것 같아(今年的湖畔會很冷)》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올해의 호숫가는 아주 추울 것 같아》는 호숫가에서 숨지고 환생을 기다리는 여자 귀신과 남자 인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왕주셴은 이 영화에서 여자 귀신을 연기했는데 인연인지 데뷔작부터 귀신 역을 맡았네요. 이 영화는 당해년도의 타이완 최고 영화시상식인 금마장(金馬獎) 시상식에서 촬영상, 음악상, 삽입곡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촬영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에서 상영된 영상을 보고 한 홍콩 영화제작사 대표가 왕주셴을 매우 좋아하여 계약 체결을 요청했는데 왕주셴은 이를 계기로 홍콩에서 배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7년 왕주셴은 영화 《천녀유혼》에 ‘섭소천’ 역으로 출연하며 홍콩을 비롯해 타이완,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홍콩영화를 대표하는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천녀유혼》은 중국 청나라의 포송령이 민간에 전래되는 괴이한 이야기를 채록, 편집하여 쓴 고전문학 《요재지이(聊齋志異)》 제2권에 나오는 '섭소천(聶小倩)'편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는 순진한 서생 영채신과 이를 좋아하는 처녀귀신 섭소천의 애절한 사랑을 그립니다. 이 영화는 촬영수법과 시각효과, 배우연기 모두 걸출한 작품이라고 평가받으며, 홍콩영화 역사상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타이완 금마장과 홍콩 금상장에서 각각 4관왕을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아보리아즈 공상과학 영화제, 이탈리아의 판타페스티벌(Fantafestival)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국제영화제 등 국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신비하고 매혹적인 여자 귀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왕주셴은 이 영화를 통해 ‘여귀 전문 배우’로 거듭나고 1987년부터 1990년까지 적어도 10여 편 영화에서 여귀 역을 맡았습니다.

2001년 왕주셴은 영화 《유원경몽(游園驚夢)》에서 기존의 작품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아 새로운 연기와 매력을 보여주며 보편적인 호평을 받았습니다. 《유원경몽》은 중국 전통 오페라인 곤극(崑劇)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인 《모란정(牡丹亭)》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목 ‘유원(낙원을 거닐다)’과 ‘경몽(꿈에서 깨어나다)’을 따로 떼내어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소주의 부잣집 첩으로 팔려온 기녀 취화와 댁 아가씨 영란 사이의 우정과 사랑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왕주셴이 연기한 영란은 봉건적인 가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고 싶어하는 여성입니다. 그는 곤극을 부르고 있는 취화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두 사람은 곤극 공연에서 연인을 연기하며 점차 친밀해집니다. 그러나 그들 스스로가 둘이 어떤 관계인지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에, 후에 남성 연인이 생길 때 서로에게 느끼는 죄책감과 배신감은 영화의 가장 큰 갈등입니다. 왕주셴은 영화에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녀 취화와 썸타는 동시에도 남성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데, 복잡하고 모순된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왕주셴은 색다른 연기력과 매력을 선보이며 연기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왕주셴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영화 활동을 크게 줄이고 2004년 《아름다운 상하이(美麗上海)》를 끝으로 돌연 연예계를 떠나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실은 《아름다운 상하이》 출연 전에 왕주셴은 이미 활동을 중단하고 캐나다 밴쿠버로 유학을 갔었는데, 예전부터 《아름다운 상하이》의 프로듀서인 쉬펑(徐楓)과 콜라보하고 싶었고, 또 영화 촬영지인 상하이는 자신이 매우 좋아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영화에 출연하기로 했다고 왕주셴은 말했습니다. 《아름다운 상하이》는 중태에 빠진 어머니를 보려고 집에 돌아온 자녀 4명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며, 왕주셴은 극중 해외에서 유학하고 현지서 엔지니어로 취직한 막내딸 캐릭터를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타이완 금마장, 홍콩 금상장과 함께 중화권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중국 금계장(金鷄獎, Golden Rooster Award) 시상식에서 최우수 영화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4개 부문 수상을 하며 당해년도 금계장의 최고의 승자가 됐습니다.

《천녀유혼》의 섭소천 역을 통해 1990년대 홍콩 4대 여배우로 자리잡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엄청난 사랑과 인기를 누렸던 왕주셴은 스크린을 떠난 지 오래되어 소식을 접하기 힘들지만 과거 그의 아름다웠던 모습은 여전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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