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시간입니다.
지난달 1월 25일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에 타이완 성악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타이완 소프라노 겅리(耿立)었습니다. 소프라노 겅리는 주세페 베르디(G.Verdi)의 ‘가면무도회(Un Ballo in Maschera)’에 당당히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 뛰어난 성량과 표현력, 소름돋는 연기로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를 메운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습니다.
오늘 수요산책시간에서는 지난달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에서 막을 내린 ‘가면무도회’에서 여자주인공 아멜리아 역을 맡아 극을 이끌어 전세계 성악계의 ‘샛별’에서 ‘스타’로 거듭난 타이완 소프라노 겅리와 그녀를 알린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의 매력을 집중 조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859년 베르디가 발표한 ‘가면무도회’는 1792년에 발생한 스웨덴의 계몽군주였던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작곡한 작품입니다. 구스타프 3세 암살사건을 간략하게 설명해드리자면 1792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오페라극장(Kungliga Opera)에서 가면무도회에 참가하고 있던 왕 구스타브 3세가 암살되는 사건을 말합니다. 왕을 암살한 이는 다름 아닌 왕궁 근위대 중위 출신으로 구스타브 왕의 친구이자, 개인비서인 안카르스트로엠(Ankarstroem)! 귀족 출신 안카르스트로엠에겐 아름다운 아내 아멜리아(Amelia)가 있었는데, 하필 왕이 그녀를 오래전부터 사모했습니다. 아멜리아도 보수적인 남편보다 진취적인 구스타브 3세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졌고, 둘의 관계를 눈치챈 안카르스트로엠은 질투를 감추지 못하고 결국 하나뿐인 벗이자 충성을 맹세한 군주를 암살합니다.
베르디가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오페라를 작곡하던 시기에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지배하에 있었는데 오스트리아는 왕정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작곡을 취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나폴리 검열당국이 ‘왕의 암살’ 소재를 승인하지 않자 이에 베르디도 어쩔 수 없이 작곡을 중단했고, 얼마 뒤 베르디는 ‘가면무도회’의 무대 배경을 스웨덴에서 보스턴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도 스웨덴 국왕에서 보스턴의 총독으로 변경시켜 로마에서 공연 승인을 받게 됩니다.
아름답고 순결한 여성의 사랑과 그에 따르는 희생, 헌신이 슬픈 죽음으로 이어지는 소프라노가 극을 이끄는 많은 오페라와는 달리 테너의 갈증을 달래주는 베르디의 가면무도회는 제3막에서 리카르도가 부르는 ‘하지만 그대를 영원히 잃는다 해도(Ma se m'e forza perderti)’는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곡으로 극의 몰입을 위해 주연을 맡은 테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모처럼 테너가 소프라노를 위해 희생해 죽음을 맞는 오페라라는 점에서 특별한 가면무도회가 그렇다고 해서 다른 역할이 중요하지 않느냐면, 그것은 아닙니다. 베르디의 역작이라 불릴 정도로 좋은 곡들이 많은 가면무도회는 아멜리아와 리카르도, 레나토와 아멜리아 등 이중창이 대단히 아름다워 이 곡들이 귀에 맴돌며 오페라속으로 관관객들을 안내하기 때문에 레나토, 아멜리아 등 모든 주요 배역들 모두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특별한 오페라죠.
지난 2015년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푸치니의 투란도트, 2018년 같은 축제에서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4막의 오페라 코미크 카르멘(Carmen) 등을 지휘한 세계 최정상의 마에스트로 파올로 카리야니(Paolo Carignani)가 지휘한 오페라 '가면무도회'에서 아멜리아역을 맡아 마에스트로 파올로 카리야니와 함께 지난해 12월 4일 시작해 1월 29일까지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무대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은 소프라노 겅리!
전 시즌 9회 공연 중 절반 이상인 6회에 여자 주인공 아멜리아 역으로 무대에 오른 소프라노 겅리는 타이완인 최초! 중화권 최초로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에서 간판 작품인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의 주역으로 활약한 것만으로도 값진 성과를 이뤘지만, 오페라 ‘가면무도회’ 2막에서 아멜리아가 부르는 ‘내 손으로 약초를 뜯어(Ma dall'arido stelo divulsa)’,3막의 ‘내 마지막 소원’ 등 명아리아들을 산이슬처럼 맑은 목소리로 완벽하게 소화하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덴마크 청중으로부터 환호를 받으며 타이완의 소프트 파워! 문화 역량을 보여준 만큼 타이완 성악계의 쾌거라고 할만합니다.

지난달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에서 막을 내린 베르디의 오페라‘가면무도회’에서 아멜리아 역으로 덴마크 청중을 사로잡은 타이완 소프라노 겅리.[사진 = CNA DB]
소프라노 겅리는 콩쿨 1위 출신 ‘벼락 스타’가 아닙니다.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음악과를 졸업하고 완벽한 소리에 대한 갈증으로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유서깊은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Conservatorio di musica Santa Cecilia)에서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페란테(Anna Maria Ferrante)를 사사하며, 스승 안나 마리아의 테크닉을 공부하며 올 A+ 전과목 만점이라는 최고 성적으로 2013년 최고 연주자 과정을 취득했습니다.
또한 제 53회 체코 안토닌 드보르작 국제 성악 콩쿠르(International Antonin Dvorak Contest of Singing)에서 타이완인 최초 우승과 동시에 대회 최초로 최고의 바로크 작품상 등 3개의 특별상까지 휩쓸며 이목을 집중시킨 겅리는 세계적인 성악가로서 자리매김했고, 2016년 이탈리아 부세토에서 열린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Concorso Internazionale Voci Verdiane)에서 3위 외에 다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덴마크 청중을 사로잡은 베르디의 가면무도회의 아멜리아 역 이전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초초상 역으로 지난 2015년에는 루마니아 부쿠레스티 국립오페라극장(Romanian National Opera Theater, Bucharest,ONB) 무대에 올랐습니다. 독보적인 성량, 청량한 음색 그리고 진실될 음악으로 차곡차곡 계단을 밟아온 열정 가득한 타이완 소프라노 겅리를 응원하며 오늘 엔딩곡으로 거란(葛蘭)의 나비부인(蝴蝶夫人)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