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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특집]日 혼쭐낸 ‘타이완의 홍길동’ 랴오티엔딩(廖添丁)

  • 2022.03.01
레트로 타이완
랴오티엔딩을 소재로한 게임 '랴오티엔딩-희대 도둑의 최후(廖添丁-稀代兇賊の最期)'. [사진=랴오티엔딩 공식 페이스북 캡처]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대중이 선호하는 이야기의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나쁜 권력과 맞서는 정의로운 도둑 의적(義賊) 이야기인데요.

지배계급은 그들을 강도, 도둑이라고 부르며 기득권층에게는 암이나 다름없었지만 억울함과 불만을 대리 만족시키며 세상과 민초의 마음은 훔친 의로운 의적은 언제나 환영 받는 존재였습니다.

세상에는 유명한 범죄자들과 유쾌하고 통쾌하게 만든 의적들이 많고 많습니다. 영국에는 로빈 후드, 네덜란드에는 네드 켈리가  멕시코에는 사파티스타, 러시아의 스텐카 라친, 한국에도 주로 부자, 탐관오리들이 있는 관청을 습격해 그들의 재물을 빼앗고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던 민초의 영웅! 정의로운 의적인 '임꺽정'과 '홍길동’,’장길산’이 있고, 타이완에도 일본 식민지 시기 부자들의 재물을 훔쳐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고 일본 경찰에 맞서 싸우고 요리조리 피해 다닌 홍길동과 같은 의적(義賊) 활동을 벌인 의인(義人) 랴오티엔딩(廖添丁)이 있습니다.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암울했던 일본 식민지 시기 타이베이 일대에서 의적 활동을 벌이며 일제를 괴롭혔던 타이완의 로빈 후드로 불린 랴오티엔딩을 집중 조명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의적 랴오티엔딩은 일제와 기득권층에게 억눌려 살아왔던 타이완인들에게 일본 식민지배에 맞서 싸운 영웅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랴오티엔딩을 소재로 한 다양한 드라마와 책, 게임이 나오는 걸 보면, 그에 대한 타이완인들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는데요.

1883년 타이중 칭수이(清水)에서 태어나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랴오티엔딩은 청소년 시절 물건을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범죄의 길로 들어섰고, 감옥에 다녀왔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는 절대 가난한 자들의 재물을 훔치지 않고 오로지 지역의 유지 등 부유한 자들의 재산을 훔치고 또한 자신이 훔친 재산을 여러 차례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분명 랴오티엔딩은 도둑입니다. 그런데 랴오티엔딩이 훔치는 건 어디까지나 악당과 부자들이 부정하게 쌓아두고 있는 떳떳지 못한 돈으로 습격 당해 탈탈 털려도 이들은 떳떳하게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고 해요.

'타이완의 로빈 후드'로 불린 랴오티엔딩.[사진=국사관(國史館) 홈페이지 캡처]

민초의 영웅 랴오티엔딩에 전설적인 일화 중에도 랴오티엔딩이 노부부를 도운 일화가 가장 유명한데요. 어느 날 대저택에서 평소처럼 물건을 훔치고 경찰에 쫓기던 랴오티엔딩은 우연찮게 먼저 떠난 자식의 나무 관 조차 살 돈이 없어 슬퍼하던 노부부를 보게 됩니다. 불의를 보면 못 참고 정 많던 랴오티엔딩은 자신이 훔친 금과 보석을 노부부에게 선뜻 내주었고, 이들 노부부는 감사에 마음으로 랴오티엔딩을 자신들에 집으로 들어오라고 하며 경찰을 피해 하룻밤을 지낼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했습니다. 다음날 노부인이 차려주신 따뜻한 밥상을 먹곤 랴오티엔딩은 바람처럼 유유히 사라졌죠. 곤란에 처한 노부부를 도운 이야기 등이 알려지면서 랴오티엔딩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들로부터 추앙 받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스로를 의적의 타깃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아마 식민지 시기 타이완을 지배하던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였겠지요? 일본 식민지 시기 일본인 지주와 자본가들의 각종 횡포에 시달리는 이들을 보며 불의를 보면 못 참고 힘 없는 이들을 도우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의적 랴오티엔딩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1909년 랴오티엔딩은 일본 경찰서에 침입해 환도, 총창 등 일본 경찰의 무기 탈취를 시작으로 재벌 중 하나인 반차오 임씨 가문 저택에 들어가 가산 집물을 훔쳐 달아나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등 가난한 자들의 편에 서서 지배세력과 또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일제의 텃세와 횡포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던 중 항일운동가들을 돕는 척 일본의 눈과 귀 역할을 해오던 밀정 천량구(陳良久)를 북부 지룽에서 처단하면서 랴오티엔딩은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분통터지던 항일운동가들의 마음도 속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밀정을 처단한 일명 ‘지룽 밀정 천량구피살사건基隆槍殺密探陳良久案’을 계기로 랴오티엔딩은 서민들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귀와 눈이던 밀정을 살해하며 일본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힌 만큼 랴오티엔딩은 일본 치안당국에게 가장 위험한 인물로 간주되며 체포 대상 1순위에 올랐습니다.

일본 경찰이 랴오티엔딩을 붙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었지만 주변사람들은 일제와 기득권층의 만행에 괴롭던 터라 그를 숨겨주기 바빴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찰은 랴오티엔딩은 눈앞에서 발견하고도 그의 도움을 받았던 주민들의 방해로 놓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랴오티엔딩은 가장 친했던 친구 양린(楊林)의 배신으로 결국 일본 경찰에게 은신처가 발각됐고, 체포 과정에서 둔기에 맞고 현장에서 사망하게 됩니다. 이때 그의 나이는 27살이었습니다.

비록 그는 죽었지만 의적 랴오티엔딩은 억눌려 살아왔던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해준 영웅으로…랴오티엔딩을 주인공으로 제작한 드라마, 소설, 게임까지 꾸준히 사랑 받고 있고, 신베이시 바리구 쉰탕리(新北市八里區訊塘里)에는 그를 기리기 위해 1958년 세워진 사당 한민사(漢民祠)도 있습니다.

랴오티엔딩을 기리기 위해 1958년 세워진 사당 한민사(漢民祠). [사진=국사관(國史館) 홈페이지 캡처]

랴오티엔딩을 소재로 1998년 제작된 타이완 영화 '협도정전《俠盜正傳》'. 주인공 랴오티엔딩 역할을 맡은 링즈잉(林志颖) 과 여자주인공 랴오원잉(柳聞鶯 )역할을 맡은 비비안 수(徐若瑄) 는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타이완을 대표하는 인기 스타들이다. [사진 = 위키피디아]

오늘은 3.1 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날인 삼일절입니다. 딱 103년 전인 1919년 3월 1일, 일본의 무단통치에 저항하여 태극기의 물결과 만세 소리가 전국을 뒤덮었습니다. 독립만세운동을 통해 단합된 독립 의지를 세계에 알렸지만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독립만세를 외치다 숭고한 목숨을 잃었을까요?

순국 103주년을 맞는 유관순 열사와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그래서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일제에 맞서 속이 다 후련해지는 일화를 많이 남긴 의적 랴오티엔딩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속이 좀 시원해지셨나요? 오늘 엔딩곡으로 리저우저(李玖哲)의 아름다운 하루(美麗的一天)를 들으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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