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본격적인 방송 시작에 앞서 이런 질문을 드려보고 싶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면 어떤 동물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아마 많은 분들께서 '호랑이'라고 답하실것은데요. 이 대사의 주인공으로 호랑이가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왜냐면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이야기 속에 호랑이가 자주 등장했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지금처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알 수 있기는 커녕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존재조차도 몰랐을 시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한국의 전래 동화와 타이완의 전래동화 속 호랑이의 모습이 놀라울 정도로 비슷합니다. 때론 잡귀를 물리치는 신적인 ‘영물’로 그려지기도 하고, 무섭고 포악한 ‘맹수’로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웃음을 주거나,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예의 바른 동물로 그려졌죠. 이런 다채로운 모습 때문에 호랑이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넘쳐나죠. 타이완 국내 서점을 둘러보다 신간 창작동화의 제목과 부제만 훑어봐도 ‘호랑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2022년 임인년은 호랑이의 해인데요. 호랑이해를 맞아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먼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타이완의 전래동화 속에서 등장하는 호랑이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는지…지혜가 녹아있는 타이완의 설화와 전래 동화 속 호랑이의 모습을 집중탐구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한국의 전래 동화 해님과 달님과 타이완의 전래동화 호랑이 할머니(虎姑婆) 속 호랑이의 모습과 이야기의 구성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호랑이 할머니 속 호랑이도 해님 달님 속 호랑이처럼 자매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힘으로 자매를 제압하는 것이 아닌 할머니 분장을 하고 어린 자매에게 다가가 할머니인척 하며 자매를 잡아먹으려하죠. 우리가 알고 있는 햇님 달님은 엄마를 잡아 먹은 호랑이를 따돌린 오누이가 하늘의 해와 달이 된다는 친숙한 이야기입니다. 타이완의 전래동화 호랑이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어느날 잠깐 시내로 일을 보러나가야 하는 어머니는 집에 남겨진 어린 자매에게 마을에 호랑이가 돌아다니니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당부하며 집을 나섭니다.
얼마 뒤 멀리서 어머니가 떠나는 걸 지켜본 호랑이가 어린 자매만 남겨진 집으로 다가와 문을 똑똑 두드리고 할머니의 목소리를 흉내내며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란다~, 엄마가 일이 늦어서 오늘 밤은 이 할미가 너희랑 같이 있어줄거야, 문 열으렴’
호랑이가 마을에 돌아다닌 다며 절대 문을 열지 말라던 엄마의 당부를 잊지 않은 여동생은 “언니, 문 열지마~”라고 말했지만, 언니는 여동생에 말을 듣지 않고 문을 활짝 열어주고 맙니다. 그리고 그날 밤 귓가에 들리는 바스락하며 씹는 소리에 잠에서 깬 언니가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보니 할머니가 무엇인가를 먹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본 언니가 묻습니다.
“할머니 뭐 드세요? 저도 먹을래요.”이런 언니에게 “땅콩이란다”하며 할머니의 탈을 쓴 호랑이는 언니에게 무엇인가를 툭 던져주었고, 그것을 집어든 언니는 화들짝 놀랍니다. 바로 여동생에 손가락이었던 것!
여동생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실을 깨달은 언니는 호랑이에게 화장실에 간다며 문밖으로 도망쳐 나무 위로 올라가 몸을 숨깁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호랑이는 뒤를 쫓았고 언니를 발견한 호랑이는 나무에 오르려고 하죠.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호랑이를 보고 언니는 호랑이가 번거롭지 않도록 펄펄 끓는 기름에 제발로 스스로 들어가겠다며 커다란 솥을 나무 가까이 가져다 달라고 침착하게 호랑이를 설득합니다. 그리고 호랑이가 솥을 나무 위에 올려 놓자마자 언니는 솥을 호랑이에게 확 엎어버렸고 호랑이는 펄펄 끓는 기름에 데어서 죽게 됩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라는 교훈이 담긴 타이완의 전래동화 ‘호랑이 할머니’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만큼 여동생이 잡아 먹히지 않았고 살아있다, 혹은 해님 달님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타고 달나라로 도망간 언니가 달의 신이 됐다는 등 결말도 다양해 타이완에서만 무려 40여개 버전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청나라 강희제 시기 황즈줸(黃之雋)이 펴낸 민담집 후아오전(虎媼傳)에 수록되며 글로 남게 됩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의 한장이 된 존재, 어렸을 때 가장 무서웠던 망태 할아버지 마냥 타이완 아이들에겐 호랑이 할머니가 마냥 무서운 존재인데요. 타이완에서는 어른들이 우는 아이에게 ‘너 울음 안 그치면 호랑이 할머니가 귀 물어간다’ 혹은 ‘일찍 안자면 호랑이 할머니가 손가락 물어간다’라는 말을 합니다.
오늘 엔딩곡으로 전래동화 호랑이 할머니에서 영감을 얻은 와와(娃娃)의 호랑이 할머니(虎姑婆)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 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