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1980년대 초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출입에 큰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당시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은 루브르박물관의 새 출입구를 만들기로 결정합니다. 루브르박물관을 세계 최대 박물관을 만드는 역사적인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던 미테랑 대통령은 1983년 7월 미국의 존 F 케네디 도서관 등 건축물을 설계해 스타건축가로 이름을 날리던 화교 건축가 베이위밍(貝聿銘)을 수석 건축가로 지명하게 됩니다.
이어 베이위밍이 건축 설계안 발표회에서 21m 높이의 삼각형 모양의 유리 피라미드를 루브르 안뜰 한복판에 세운다는 구상을 발표하자 프랑스는 발~칵 뒤집혀졌습니다.
17년의 긴 시간과 60억 프랑 한화로 약 8조 4천 억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데, 고작 싸구려 유리와 철 따위로??라면서 루브르박물관과 파리의 이미지를 망친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여론의 온갖 싸늘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전폭 지지를 받아 베이위밍의 유리 피라미드는 1989년 봄의 완공됐습니다.
고풍스러운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낸 옛 루브르 궁전 건물 사이에 유리로 만든 현대판 피라미드인 루브르박물관의 역피라미드가 자태를 드러내자 콧방귀 뀌던 파리지앵들은 경탄했습니다.
예술에 깊은 조예를 갖고 있다고 알려진 영국의 찰스 왕세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역피라미드에 대해 “엄청난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의 건축가로 명성을 떨친 베이위밍은 모더니즘 건축의 살아있는 역사였습니다. 2019년 5월 16일, ‘최후의 모더니스트’라 칭해지던 그가 타계했습니다.

루브르박물관 역피라미드 앞에서 있는 베이위밍.[사진=AP통신 캡처]
중국 광저우의 유복한 가정에서 나고 자란 그는 홍콩과 중국 그리고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메사추세츠주공과대학(MIT)과 하버드 건축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한 베이위밍은 발터 그로피우스 밑에서 수학하며 간결하면서도 기하학적인 형태가 특징인 바우하우스의 스타일을 계승했습니다.
한 세기를 넘는 시간 그가 남긴 독특하면서도 현대적인 작품들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우뚝 선 베이위밍. 수많은 건축가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었던 그가 세상을 떠나자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 수많은 예술계 인사들은 깊은 애도를 표했습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역사 베이위밍,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위대한 업적은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매년 6월 졸업시즌이 돌아오면 타이완 중부지역 타이중에 위치해 있는 둥해대학교 졸업생들은 교정과 강당이 아닌 세계 건축을 이끄는 양대 산맥인 미국건축가협회와 영국왕립건축가협회, 그리고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베이위밍이 설계한 특별한 공간에서 생애 단 한번 뿐인 졸업식을 맞이합니다.
세계적인 건축가가 지은 건물에서 졸업식이라니!! 이런 꿈 같은 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하다니!! 그래서 매년 졸업시즌이 되면 둥해대학교 졸업생들은 모~든 타이완 졸업생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습니다.
베이위밍이 설계한 하나뿐인 특별한 졸업식 장소는 타이완 둥해 대학교 내에 위치한 루스 메모리얼 채플(Luce Memorial Chapel)입니다. 1963년 완공한 루스 메모리얼 채플은 베이위밍이 처음 설계한 교회 건물이자, 그가 남긴 유일한 개신교를 위한 예배당이기도 합니다.
“건축은 실용주의적 예술이다.필요라는 토대 위에 세워져야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생전 남긴 베이위밍. 둥학대학교 캠퍼스 한 가운데 위치한 베이위밍의 루스 메모리얼 채플은4개의 콘크리트 곡선 벽면이 하나의 꼭짓점으로 모이는… 얼핏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는 손 모양을 닮은 외관이 특징입니다. 또 고풍스런 황금빛 마름모양 유리 기와로 외벽을 덮어 신식 개신교 교회 건물이지만 타이완의 전통미를 헤치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정 관념을 과감히 깨고 황금빛 유리 기와로 덮여 있는 루스 메모리얼 채플 건물 내부는 벽과 지붕이 하나의 흐름으로 합쳐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루스 메모리얼 채플 내부 중앙에 있는 제단을 둘러보다 고개를 들어 하늘로 치솟듯 높은 천장과 그 틈새로 들어오는 은은한 빛을 보고 있노라면 할머니의 품처럼 온화했다가 또 복음이 선포되는 공간인 만큼 신의 가르침처럼 매섭고 강렬했습니다.
비록 배이위밍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거룩하고 성스러운 공간인 루스 메모리얼 채플은 인생의 새로운 출발을 하는 졸업생들에겐 특별한 졸업식장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예배당으로 우리 모두의 곁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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