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현악기 연주자의 프로필을 읽다 보면 마지막 즈음에 종종 따라붙는 정보가 있습니다. 몇 년도에 제작한 어느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인데요. 현재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유명 연주자들은 대부분 17~18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크레모나 지역에서 제작된 장인들의 악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바이올린은 뛰어난 음색과 희소성의 가치 때문에 명품 악기의 대명사로 통하는데요.
300년 전에 제작된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바이올린이 어떻게 지금까지 변치 않고 몽환적인 소리를 내는 거지? 라고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 포모사링크에서는 신비한 바이올린의 소리와 화학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은 삼성문화재단에서 후원받은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클라라 주미 강은 원하는 만큼 소리가 잘 나와서 항상 즐겁게 연주한다며, 지금까지 그녀가 만난 바이올린 중 스트라디바리우스는 가장 호흡이 잘 맞는 악기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고 피천득의 외손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는 시카고의 스트라디바리 협회의 후원으로 1721년산 “키제베터(Kiesewetter)”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화요일 레트로 타이완에서 소개해드렸던 타이완 바이올리니스트 정위첸曾宇謙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아닌 치메이박물관기금회에서 후원받은 1739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전설의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로 파가니니가 죽는 날까지 사용했던 악기 역시 과르네리 델 제수 캐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정경화는 두 바이올린의 음향적 특색에 대해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아무리 슬퍼도 너무 고고해서 차마 눈물을 보이지 못하는 귀족이라면, 과르네리는 울고 싶을 때 땅바닥에 탁 퍼져 앉아서 통곡할 수 있는 솔직하고 겸손한 농부 같다. 인생의 맛이 묻어있다고 할까."라는 매우 시적인 설명을 곁들였는데요.
이처럼 모든 연주자들의 꿈의 악기라 불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바이올린!! 단지 한 번쯤 연주해보고 싶다는 꿈이 아니라 바이올린 장인들이 이 두 악기를 제작해서 더 많은 연주자들에게 연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는 그의 아들에게조차 제작법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제작 방법이 쓰인 노트 하나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가 사망하자 스트라디바리을 만드는 기술도 사실상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는데요.
지난 300년 동안 수많은 바이올린 제작자들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의 어두운 베이스 톤과 깨끗한 소리를 복제하려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와 주세페 과르네리(Giuseppe Guarneri)가 바이올린을 제작할 때 사용한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에서부터, 제조 방식까지 베꼈지만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좀처럼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 바이올린의 소리에 대한 비밀을 풀 열쇠를 치메이박물관과 국립타이완 대학교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찾았습니다.

다이환칭戴桓青 국립 타이완대학교화학과 교수가 연구에 사용한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사진=과학기술부 제공]
다이환칭戴桓青 국립 타이완대학교화학과 교수는 스트라디바리우스 4대와 과르네리 1대의 톱밥을 채취해 열분석, 원소분석 그리고 고해상도 3차원 입체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싱크트론 방사 분석synchrotron X-ray Diffraction과 고체 핵자기 공명 분광 Solid-state NMR1 등 화학기법으로 톱밥을 정밀하게 분석해 보았는데요.
1고체 핵자기 공명 분광(solid-state NMR)은 우리가 보기에는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 않은 고체 표면에 흡착하고 탈착하는 분자들의 종류와 흡착 및 탈착에 따른 분자 구조나 전자 분포의 상태 변화뿐만 아니라 화학 반응에 대해서도 관찰할 수 있으며, 고체 핵자기 공명 분광(solid-state NMR)을 사용한 분석은 이러한 다양한 정보를 구하는 과정이 시료를 변경시키지 않기 때문에 비파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4대와 과르네리 1대에서 채취한 톱밥 샘플.[사진=과학월간사(科學月刊社) 제공]
분석 결과 300년 된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네리에 사용된 목재와 최근 제작된 바이올린에 사용된 목재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17세기에 제작된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모두 북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되었는데요. 현악기의 f홀이 있는 앞판은 가문비나무를 주로 쓰고, 무게를 견뎌내야 하는 뒤 판과 옆판은 단풍나무를 사용했습니다.
다이환칭 국립 타이완대학교화학과 교수에 따르면 17세기에 제작된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뒤판과 옆판에 사용된 단풍나무에서 붕소, 구리, 아연 염분 등을 발견했는데, 이 성분들은 주로 곰팡이나 해충으로부터 악기를 보호하기 위해 단풍나무에 바른 특수한 화학 도료이며, 이 같은 화학 도료는 후세에 전승되지 않아 최근 제작된 바이올린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다이환칭 교수는 이 미네랄 성분들과 염분이 세월이 흐르면서 단풍나무와 화학적 결합으로 악기가 자연 숙성되어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 낸것일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놀라운 사실 하나!!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와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에서 채취한 톱밥을 열분석기로 가열한 결과 바이올린에 사용된 단풍나무는 3가지의 섬유조직들 사이가 서로 분리돼있어 활발한 산화가 나났지만 첼로에서는 이러한 화학반응이 발견 되지 않았는데요.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와 바이올린은 모두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한 사람이 만들었지만 오랜 세월 첼로는 연주를 통해 깊고 어두운 톤의 저주파 소리를 낸 반면 바이올린은 청아한 고주파 소리를 내었는데요. 다이칭환 교수는 이러한 음향의 진동 차이가 섬유조직들이 자연적으로 분리하는 작용을 했고, 나아가 이런 작용이 바로 바이올린이 찬란한 소리를 내는 비밀이라고 했습니다.
다이환칭 교수는 또 17세기에 제작된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 목재 속 헤미셀룰로스(hemicellulose)라 불리는 물질이 최근에 제작된 악기에 비해 1/3 분해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헤미셀룰로스는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으로 습기를 빨아들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연구 결과 바로 헤미셀룰로스가 분해된 탓에 17세기에 제작된 바이올린이 최근 제작된 악기보다 25% 정도 습기가 적어 깊은 음색을 선사한다고 하는데요.
신비하고 놀라운 다이환칭 교수의 이론은 미국국립과학원 논문집 PNAS에 실린 동시에 화학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과르네리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선사하는 몽환적인 소리에 비밀!!
포르모사링크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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