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밝으면 밝을수록 그림자는 더 짙게 마련입니다.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는 대중이 보지 못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합니다.
연예계는 냉혹한 정글과 같은 곳입니다. 스타를 꿈꾸며 매년 수많은 배우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지만, 성공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주목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이런 적자생존의 틀에 박힌 연예계에서 유명해지도록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미끼로 소속사의 유력자나 영화계, 방송계의 어르신들이 신인 연예인들에게 술접대에 성상납까지 강요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일반적으로 부도덕적이고 명문화되어 있지 않으며, 암묵적으로 비밀리에 행하여지는 업계 내의 관행은 타이완에서는 ‘잠규칙(潛規則)’, 즉 ‘잠수함처럼 숨어 있는 규칙’이라고 합니다.
최근 이러한 연예계의 ‘잠규칙’을 소재로 한 타이완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영상화를 위한 문학 IP를 발굴하는 플랫폼 ‘미러문학(鏡文學)’의 신작 <연예기자의 죽음 이후>(死了一個娛樂女記者之後, Tabloid)입니다.
<연예기자의 죽음 이후>는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타이완 국내 최초로 연예기자의 이야기를 선보이는 8부작 드라마로, 연예기자 린페이팅(王渝萱·왕위쉬안 분)가 마약 파티에서 추락사한 후 그녀의 상사 류즈쥔(林予晞·린위시 분)이 그녀의 진정한 사인을 찾아내기 위해 파파라치 좡다하이(薛仕凌·쉐스링 분)와 협력해 비밀리에 조사하다가 연예계의 화려한 외관 뒤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연예기자 린페이팅(좌)와 그녀의 상사 류즈쥔(우) – 사진: 미러문학(鏡文學) 제공
이 드라마는 흡입력 있는 소재와 강력한 배우 라인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고, 특히 여자주인공을 맡은 린위시(林予晞)는 방송인 황즈자오(黃子佼)가 아동음란물을 소지한 사실이 발각된 후 이를 가장 먼저 규탄하고 나선 연예인으로 거론되며 드라마의 화제성을 끌어올려 지난 2월 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나흘 만에 인기 콘텐츠 1위에 등극했습니다.

<연예기자의 죽음 이후>에서 여자주인공을 맡은 배우 린위시(林予晞) - 사진: 鏡好看影視娛樂(@mirrorfiction_series) 페이스북
이 드라마는 화려하게만 보이는 연예계의 어두운 이면인 마약복용, 성접대 유혹 또는 협박, 기업과 정부 간의 은밀한 결탁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대중에게 연예계의 실제 모습을 직시하도록 합니다.
드라마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작진은 3년에 걸쳐 타이완을 비롯해 한국, 일본, 서구권의 다양한 연예계 관련 성범죄 사건의 자료들을 수집·정리했다고 하는데,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던 ‘N번방’ 사건부터 전 세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할리우드의 옛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범죄 사건, 연예인 60여명을 성폭행하고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리종루이(李宗瑞)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드라마의 중요한 소재이자 모티브였습니다. 드라마 전개의 서막을 연 연예기자 추락사 사건도 2016년 타이완 신이구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인 ‘W 호텔’에서 발생한 한 여성 모델이 마약 파티에서 과다복용으로 숨진 실화를 각색한 것입니다.

마약 파티 - 사진: 미러문학(鏡文學) 페이스북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만 아니라, <연예기자의 죽음 이후>는 트래픽주의시대에서 점점 ‘타블로이드(tabloid)’화되고 있는 미디어 생태계와 공들인 기사와 트래픽이 터지는 기사 사이에서 갈등하는 기자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타블로이드’는 브로드시트보다 작은 크기의 신문 판형의 하나를 나타내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도를 일정 부분 버리고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대중지의 보도 스타일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됩니다. 후자의 경우 ‘황색 언론’과 동일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드라마의 영문 제목이기도 합니다.
타이완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 신문은 의류사업 지오다노(Giordano)를 창립한 홍콩 거부 리즈잉(黎智英)이 직접 기획하고 주도한 ‘애플데일리’(蘋果日報)였습니다.
애플데일리는 2003년 타이완의 종이매체 시장에 들어와 사진과 같은 비주얼, 야한 콘텐츠, 폭력과 가십(gossip)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이 신문은 기존 타이완 신문의 보수적이고 엄숙함을 탈피하여 타 신문사보다 연예/스포츠 주제판이 2~3배 정도 더 컸습니다. 그만큼 젊은 층에 큰 인기를 끌어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했고 넥스트TV(壹電視)라는 뉴스채널을 개국하기까지 했습니다.
애플데일리의 등장은 타이완의 신문 산업에 큰 충격을 일으켰습니다. 타이완 신문사들은 인기를 얻는 애플데일리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애플데일리를 벤치마킹했는데, 이 때문에 선정적인 기사들이 서로 경쟁하듯 쏟아지며 큰 문제로 작용되어 2021년 애플데일리 폐간 후에도 해결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심지어 웹상에서 더 많은 유입을 발생시키는 자가 승리를 취하는 트래픽주의시대에서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언론들이 이슈몰이로 트래픽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이를 통해 끌어들인 독자를 유지하고 만들려면 그들의 입맛에 맞게 뉴스를 배치해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연예기자 류즈쥔(좌)와 파파라치 좡다하이(우) – 사진: 미러문학(鏡文學) 제공
드라마의 슬로건에서 던진 “뉴스는 유용한 무기인가, 아니면 속죄의 도구인가?”라는 질문은 언론인의 직업윤리와 독자가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좋은 뉴스’를 만들어내려는 언론사의 노력과 ‘좋은 뉴스’를 향한 독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모두가 함께 노력하면 더 나은 언론환경을 이룰 것이라 믿습니다.
그럼 타이완 드라마 <연예기자의 죽음 이후>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엔딩곡으로는 드라마 주제가 2인조 음악그룹 Tizzy Bac이 부른 <꿈꾸는 능력을 잃은 사람들>(失去做夢能力的人們)을 띄어드리면서 연예계소식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이었습니다.
Tizzy Bac - <꿈꾸는 능력을 잃은 사람들>(失去做夢能力的人們)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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