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타이완이 일본을 꺾고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하자, 500뉴타이완달러 지폐 위의 청소년 야구팀을 프리미어12 대표팀으로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지난 12월 31일 프리미어12 특별전시회 기자회견에서 팬들의 염원을 이뤄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양진룽(楊金龍) 중앙은행 총재는 입법원 질의응답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지폐 개편보다는 기념화폐 발행의 방향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타이완 지폐를 살펴보면, 2000달러를 제외하고 앞면에는 인물, 뒷면에는 건물이나 타이완의 고유종 동식물이 있는데요. 우선 앞면의 경우 100달러는 중화민국 국부 쑨원(孫文), 200달러는 장제스 전 총통, 500달러는 타이완 청소년 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쓴 타이둥(台東) 난왕(南王)초등학교 야구부, 1000달러는 지구의를 보고 있는 초등학생들, 2000달러는 타이완 최초의 국산 인공위성(Formosat-1)입니다. 뒷면의 경우 100달러는 쑨원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건물 ‘중산루(中山樓)’와 매화, 200달러는 총통부와 난초, 500달러는 타이완꽃사슴과 대나무, 1000달러는 미카도꿩과 국화, 2000달러는 벚꽃구문연어(포모산육봉연어)와 소나무입니다. 참고로 매, 난, 국, 죽, 송의 다섯 식물은 유교문화에서 군자로 간주되는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뉴타이완달러 지폐 - 사진: 나무위키
동전의 경우 발행량이 적은 20달러를 제외하고 1달러, 5달러, 10달러 앞면은 장제스 전 총통, 10달러와 50달러 앞면은 쑨원, 뒷면은 모두 금액입니다. 쑨원과 장제스는 중화민국 초기의 최고 지도자로서 타이완 곳곳에서 이들의 이름을 딴 도로명과 건축명을 자주 볼 수 있으며, 도시마다 있는 ‘중산로(中山路)’와 ‘중정로(中正路)’, 그리고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국부기념관’과 ‘중정기념당’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100달러 뒷면에 있는 중산루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요. 사실 지금의 100달러뿐만 아니라, 1969년 타이완 최전방 진먼(金門)섬의 10원달러, 1972년 발행된 50달러와 1981년 발행된 500달러에도 중산루가 있습니다. 지난 12일 중화민국 국부 쑨원 서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오늘은 타이완 헌정제도의 발전과정을 지켜봐 온 중산루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여러 타이완 지폐에 있는 '중산루' - 사진: 안우산
타이완 최고 여성 건축가의 작품 👷♀️
중산루라고 하지만 처음에는 쑨원이 아니라 장제스 생신을 위한 건축이었는데요. 중화민국 정부가 타이완으로 이전된 1949년, 국방연구원 장교들이 국방연구원장을 겸임했던 장제스 총통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장수를 의미하는 ‘숭수루(嵩壽樓)’를 타이베이 양밍산(陽明山)에 세우기로 했습니다. 장제스 총통은 설계도를 보고 ‘중산루’로 이름을 바꿔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으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건설비가 만만치 않아 계획은 보류되었다가, 쑨원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1965년에야 다시 추진되었습니다.
상징적 의미를 지닌 100주년을 성대하게 경축하기 위해 장제스 총통은 국부기념관과 중산루의 건설을 지시했습니다. 원래 건축가 슈저란(修澤蘭)의 설계 하에 중산루는 고대 중국 궁전을 바탕으로 화려한 들보, 병풍, 전통 가구를 배치해 중화문화의 상징이자 중화민국 정부의 중요한 회의장이 되었습니다. 중산루가 위치한 양밍산은 유황이 풍부하여 매캐한 유황 가스뿐만 아니라 처리하기 어려운 지열도 있어 공사에 큰 어려움을 가져왔습니다. 적합한 건축자재를 찾기 위해 슈저란은 자재를 유황온천에 일주일 동안 담그고 침식과 변색 여부를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수많은 연구 끝에 스테인리스강, 콘크리트, 알루미늄, 금, 옥, 돌 등 유황 침식에 견딜 수 있는 자재를 택했습니다.

공사현장을 시찰하는 슈저란 부부와 장제스 전 총통 - 사진: 안우산
불가능해 보였던 이 공사는 뜻밖에도 13개월 만에 완공되었습니다. 슈저란의 남편이자 중산루 공사 현장의 총책임자 푸지콴(傅積寬)에 따르면, 건축가와 시공팀의 노력 외에도, 제3자를 거치지 않고 장제스 총통이 직접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공문 전달이 3일을 넘긴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장제스 총통은 1966년 11월 12일 쑨원 탄생 100주년 당일에 준공식을 주재하며 이날을 ‘중화문화 부흥의 날’로 선포해 중공 문화대혁명에 맞선 문화부흥운동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준공식이 끝난 다음날, 중산루는 일반대중에게 공개되어 3일간 총 10만 명이 방문했습니다. 불가능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 슈저란은 이를 통해 건축 공로상을 수상해 ‘타이완 최고의 여성 건축가’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어 중화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애국 노래, 페이위칭(費玉清)의 ‘중화민국송(中華民國頌)’ 띄워드립니다.

건축가 슈저란 특별전시회에 전시된 중산루의 모형 - 사진: 안우산
타이베이의 '용맥' 🐉
중산루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황 분출구에 세워진 건물로, 연회가 열릴 때 은식기가 공기 중 유황과 접촉하면 검은 점이 생겨 20분마다 식기를 교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유황을 감수하면서까지 여기에 집을 지은 걸까요? 풍수적으로 보면, 중산루가 위치한 곳은 장제스 부부가 살던 스린관저(士林官邸), Rti 방송국 뒤에 있는 그랜드 호텔(圓山大飯店), 총통부와 한 줄로 이어지며, 타이베이의 중요한 ‘용맥(龍脈)’입니다. 문화부흥운동이 펼쳐지던 당시만 해도 이곳만큼 좋은 자리가 없었다는 말이죠.
비록 교통이 그다지 편리하지 않더라도 중산루는 좋은 풍수지리로 타이베이 시먼딩(西門町)에 있는 옛 타이베이 공회당인 ‘중산당(中山堂)’을 대체해,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 뽑힌 ‘국민대회 대표’들의 회의장소가 되었습니다. 1996년 타이완 최초의 총통 직선이 치러지기 전, 총통은 ‘국민대회’를 통해 간적선거 방식으로 선출되었는데, 1972년부터 1990년까지 중산루에서는 중화민국 제5~8대의 총통, 부총통이 선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의 헌법 개정 회의와 총통 취임식, 1987년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개막식 등 대형 회의와 행사도 이곳에서 거행되었습니다.

1990년 중산루에서 치러진 제8대 중화민국 총통, 부총통 선거 - 사진: 중산루 홈페이지
1990년대에 들어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오랫동안 재선거하지 않았던 국민대회는 더 이상 민의를 대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법원의 권한과도 크게 중복되어 국민대회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2005년 국민대회의 폐지와 함꼐 중산로는 존재의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유적지로 지정되었지만 2012년 교육부 산하 타이완도서관에 의해 관리되기 전까지 모기만 있는 ‘모기관(蚊子館)’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일련의 활성화 작업을 거쳐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현재 중산루에는 상설 전시와 가이드가 마련되어 있으니 양밍산에 놀러 간다면 함께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중산루 3층에 있는 연회장 - 사진: 중산루 홈페이지
한편, 오는 11월 2일까지 타이완박물관 철도부단지에서 열리는 ‘건축가 슈저란 특별전시회(另一種現場:修澤蘭)’에서도 중산루의 건설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타이완 최고의 여성 건축가의 시각을 통해 과거 중산루의 영광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楊啟芳,「12強冠軍之路特展開幕 賴總統允諾讓台灣隊登500元紙鈔」,中央社。
2. 潘姿羽,「棒球12強奪冠發行紀念幣 央行:正在規劃」,中央社。
3. 劉嘉韻,「擺脫歷史包袱,中山樓再現風華」,專案經理雜誌。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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