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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우유 급식이 왜 문제지?

  • 2025.03.12

장완안(蔣萬安) 타이베이 시장이 어제(3/11) 타이베이시의 우유급식 정책을 올해 4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우유급식 대상자인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은 디지털 학생증을 이용해 매주 지정된 유통 채널에서 우유나 두유 1병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학교가 아닌 ‘지정된 유통 채널’은 무엇이며, 우유를 배급받는 데 ‘디지털 카드’는 왜 필요한 걸까요?

제가 기억하는 학교 우유 급식은 초등학교 시절, 초록색 우유 박스에 한 가득 담긴 200ml 짜리 흰 우유입니다. 당번이 우유 박스를 교실로 가져오면 우유를 깨끗이 비우고는 빈 우유곽을 납작하게 접어 다시 박스 안으로 집어 넣었습니다. 저는 흰 우유를 비교적 좋아하고 잘 마시는 편에 속했지만, 흰 우유를 싫어하는 친구들은 초코분말을 집에서 싸와서 초코 우유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2교시가 끝나면 마시는 우유는 4교시가 끝나면 점심시간에 학교 급식을 먹듯 당연한 학교 생활의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타이완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타이베이시정부가 11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타이베이 전 시내 초등학교와 유치원생들에게 매주 1병의 국산 우유(혹은 두유)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또한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타이베이 시장이 직접 남부로 내려가 현지 낙농업 조사까지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장완안 타이베이 시장은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타이완 아이들의 유제품 섭취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신선한 우유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우유 급식은 반드시 지속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타이완의 국산 우유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를 높이고 현지 낙농업 발전에도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경험한 제게는 여러가지로 이해가 되지 않는 요소가 있습니다. 타이베이 학부모들은 왜 타이완 국산 우유에 대한 신뢰가 없는지, 우유 급식을 시행한다는 것이 뉴스에 거론될 만큼 중요한 사항인지, 타이베이의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는 과거에 우유 급식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지 등등요. 

‘반반유선유(班班有鮮乳)’, 모든 학급에 신선한 우유를 공급한다는 이 정책은 어린이들의 건강 증진과 우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복지 정책으로 한국의 우유급식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타이완의 우유 급식은 사실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말부터 시행된 ‘반반유선유’ 정책은 시행된지 한 학기 만에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중화민국 초중학교장협회는 우유 급식으로 전국의 초등학교와 부설 유치원 학생들에게 신선한 국산 우유를 제공하려 했지만 9월에 시행된 이후 냉장망 부족과 배송 문제 등으로 대부분의 학교가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는 결국 신선 우유 대신 장기 보존이 가능한 우유로 전환되었다고 말하며, 전국 초등학교에서 신선한 우유를 선택한 비율이 매우 낮고,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95% 이상이 장기 보존 우유를 선택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선 우유는 유통기한이 1~2주일 정도 되는 우유로, 우리가 평상시 마시는 일반 우유를 생각하면 되고, 장기 보존 우유란 ‘ESL 우유’라고 해서 유통기한이 연기되어 길게는 1년까지도 보관이 가능한 우유를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ESL 우유가 거의 생산/유통되지 않고 있습니다. 교장협회는 타이완의 대다수 학교에는 전교생의 우유를 냉장 시설이 없고, 공급업체의 배송 시간이 학생들의 일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이 과정에서 학교 행정 직원들과 교사의 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합니다. 식품 안전과 학생들의 건강을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학교는 장기 보존 우유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죠. 

학부모 단체들은 애초에 신선한 우유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이 정책이 신선한 우유 대신 장기 보존 우유로 대체되는 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과거 팬데믹 기간 동안 마스크 배급 방식처럼, 유제품 배급을 더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는데요. 정부의 이상적인 정책과 학부모들의 기대 사이에서 우유를 배급하는 현장에 있던 교사들은 우유 급식 문제가 민심을 자극한 이유는 부처 간 소통과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합니다.

사실, 교육부와 농업부가 공동 추진한 우유 급식, ‘반반유신유’ 정책은 타이완에 수입되는 뉴질랜드 우유의 세금이 2025년부터 떨어지면서 국내 유제품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타이완-뉴질랜드 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양국은 매년 뉴질랜드에서 수입하는 신선 우유의 세금을 줄여가기로 합의했고, 2025년부터는 세금이 0%로 적용되기 때문에 국내 낙농업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농업부는 4년 동안 우유 급식 정책을 계획해 전국의 초등학교 및 부설 유치원 학생들에게 매주 2회 국산 신선우유를 제공하기로 했죠. 그리고 여기에 4년간 총 44억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1,939억 8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국산 낙농업을 살리고,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우유를 제공할 수 있는 이 정책이 한 학기 만에 무산되며, 큰 논란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낙농업을 돕겠다고 했으나 정작 소규모 양유 시장에는 타격

이 정책은 본토 산업을 지원한다고 주장하지만, 낙농업체들 중 일부 대기업이 계약을 따내면서, 원래 학교를 주요 통로로 삼던 소규모 양유 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농업부의 정책 의도대로라면 「반반 신선우유」는 국산 신선우유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지만, 교육부의 조사 결과, 전국 초등학교에서 신선우유와 보존우유를 선택한 비율은 각각 25%와 75%로 나타났습니다. 타이베이시에서는 무려 90%의 학생이 보존우유를 선택했습니다. 주요 원인은 학교가 신선우유를 보관할 냉장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보존우유의 맛에 익숙하지 않다고 불평하고 있지만, 보완 조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보존우유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신선 우유를 보급하겠다고 했으나 오히려 장기 보존 우유가 확산

많은 부모들과 독자들은 「반반 신선우유」 정책이 사실상 「반반 보존우유」로 바뀌었다고 비판하며, 진짜 신선우유를 마시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칼슘 보충과 학생 건강 측면에서 보건복지부 식약처는 보존우유와 신선우유의 주요 차이는 살균 방식에 있으며, 보존우유와 신선우유의 칼슘 함량은 큰 차이가 없고, 고온 살균 과정에서도 칼슘 영양이 손실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학교의 시설 부족과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했을 때, 보존우유가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농업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 간에 정책 목표에 대한 일관된 의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정책 목표가 서로 충돌하지 않았는지, 다시 말해 서로 충돌하는 목표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반반 신선우유」 정책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으며, 농업부가 학교의 상황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이 정책을 강행한 결과, 학교와 업계 모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정책은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타이베이시 4월부터 우유 급식 재개

타이베이시 교육국에서는 최근 네 개의 대형 슈퍼마켓과 논의한 결과, 상점들이 교환 제공에 협력할 의사를 밝혔고, 앞으로 학생들은 디지털 카드를 이용해 음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매주 1회 우유를 받을 수 있고, 매 학기 최대 18회에서 20회까지 제공될 예정입니다. 제공되는 품목은 신선 우유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장기 보존 우유와 두유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논란이 많았던 정책인 만큼, 해당 정책이 잘 유지될 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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