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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회귀선, 계절풍, 해류가 만나는 섬… 화가 천청보(陳澄波) 눈에 비친 타이완 🌏

  • 2025.03.19
랜드마크 원정대
천청보 탄생 130주년 특별전시회에 전시된 천청보의 유화 '북회귀선 표지'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구에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통과하는 지역은 아열대 고기압대의 영향을 받아 대부분 건조하고 강수량이 적은데요. 북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서아시아의 아라비아 사막, 남아시아의 타르 사막, 북아메리카의 소노라 사막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타이완, 중국 남부, 인도 동부, 브라질, 마다가스카르 등 곳은 따뜻하고 습윤한 계절풍이나 해류가 있어 강수량이 풍부합니다. 이 중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타이완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해류인 ‘쿠로시오 해류(黑潮)’, 그리고 겨울의 북동 계절풍, 여름의 남서 계절풍이 있어 연평균 상대습도는 75%~80%입니다.

1947년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봉기인 2·28사건으로 희생된 타이완 화가 천청보(陳澄波)는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자이(嘉義)에서 태어났습니다. 올해로 천청보 탄생 130주년을 맞아 천청보문화기금회가 타이완박물관과 손잡아 특별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오는 5월 11일까지 타이완박물관 철도부단지에서 열리는 이 전시에는 천청보의 유화 9폭과 타이완박물관이 소장하는 동식물 표본이 전시되며, 박물학자의 시각을 통해 그림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탐구합니다. 동시에 타이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북회귀선, 계청풍, 해류의 3가지 자연요소로 화가가 바라보는 타이완을 재현합니다. 오늘은 천청보 눈에 비친 타이완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천청보의 자화상 - 사진: 안우산


북회귀선 23.5°N 🌏

북회귀선은 타이완 자이, 가오슝(高雄), 난터우(南投), 화롄(花蓮), 타이둥(台東), 외딴섬 펑후(澎湖) 등 6개 도시를 통과하며, 이 도시들에는 총 5개의 북회귀선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이 중 자이 수이상(水上)에 있는 기념비는 세계 최초의 북회귀선 기념비로, 1995년 박물관으로 확장되어 교육, 연구, 관광 등 다양한 기능을 겸비합니다. 천청보가 1924년 발표한 유화 ‘북회귀선 표지(北回歸線地標)’는 해당 기념비를 주제로 하여 여름에 비가 내리기 전 습하고 더운 날씨를 담았습니다. 이 기념비는 일본 정부가 1908년 지룽(基隆)부터 가오슝까지 이어지는 서부철도의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철도 옆에 세운 것이며, 1923년 훗날 쇼와 천황이 된 히로히토 황태자가 타이완을 시찰하던 중 개조한 겁니다.


훗날 쇼와 천황이 된 히훗날 쇼와 천황이 된 히로히토 황태자의 지시로 세워진 북회귀선 석비 - 사진: 안우산

지리학자이자 전시회 큐레이터인 홍광지(洪廣冀) 교수에 따르면, 실제로 기념비 주변에는 천청보 작품 속 울창한 숲이 없는데, 의도적으로 숲을 추가한 것은 변화무쌍한 열대기후와 식민지배 아래 타이완인의 막막함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대부분 생물에게 북회귀선은 건조함의 저주일 수 있지만, 타이완은 계절풍과 해류 덕분에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전시 기획팀은 애니메이션 기술을 통해 천청보 작품 속의 어두운 하늘에 맑은 날에서 비 오는 날까지의 변화 과정을 더하고, 북회귀선이 통과하는 다른 사막 지역과 비교하여 타이완의 특별함을 부각시킵니다.


계절풍 🌬︎

겨울에 자이 시내에서 동쪽으로 보면 하얀 눈으로 덮인 타이완 최고봉 위산(玉山, 옥산)을 볼 수도 있는데요. 아열대에 위치해 있지만 타이완은 지세가 높아 겨울철에 산간지역에서 눈을 볼 기회가 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온 춥고 건조한 북동 계절풍은 동중국해를 거쳐 물기를 끌어모은 후 타이완으로 불어오고, 바람을 맞받는 위산에 머물며 구름과 비, 안개와 눈으로 변해 해발고도에 따라 다양한 기후와 환경을 형성합니다. 반대로 바람을 등지는 자이 시내는 건조하고 비가 드뭅니다. 

천청보의 작품에는 위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1947년 발표, 이번 전시에서 전시된 ‘눈이 쌓인 위산(玉山積雪)’, 다른 하나는 1927년 발표된 ‘멀리 보이는 위산(玉山遠眺)’입니다. 두 작품 모두 눈이 내린 위산과 열대 식물이 가득찬 자이의 풍경을 담고 있지만, 전자는 천청보의 마지막 작품으로, 이전 작품보다 색이 짙고 필치가 힘찹니다. 당시 천청보는 자이 시내의 집에서 위산을 바라보며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그는 작품을 자이시 참의원 커린(柯麟)에게 기증할 계획이었지만, 같은 해 2·28사건이 발생한 후 두 사람은 자이의 시민대표로 군부대와 교섭하다 체포되어 자이 기차역 앞 과장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유작이 된 ‘눈이 쌓인 위산’을 잘 보관하기 위해 천청보의 아내 장제(張捷)는 다른 작품을 커린의 유가족에게 증여했고, 30여 년이 지난 1979년에야 공개적으로 전시했습니다.


1947년 발표된 천청보의 마지막 작품 '눈이 쌓인 위산(玉山積雪)' - 사진: 안우산

천청보의 그림은 거의 모두 사실적인 작품입니다. “대자연은 나의 화실”이라는 그의 말처럼 열대와 온대가 공존하는 타이완만의 경치를 캔버스로 옮겼을 뿐만 아니라, 강한 용기로 부정부패에 맞섰습니다. 이어 위산을 주제로 한 노래 ‘위산의 송가(玉山頌)’를 띄워드립니다.


쿠로시오 해류 🌊

1930년 천청보는 일본 제국미술전람회에 입선된 최초의 타이완인으로서, 타이완총독 가미야마 만노신(上山満之進)의 의뢰를 받아 화롄으로 가 타이완 동부 해안도로를 주제로 한 유화를 완성했습니다. ‘동타이완 해안도로(東台灣臨海道路)’라는 이 작품은 천청보 작품 중 보기 드문 원주민 소재이며, 액자도 원주민 선박 토템의 형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당시 일본 정부가 추진한 정책으로 원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강요당했는데요. 원주민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 위해 천청보는 그림에서 전통의상을 입은 원주민과 배를 탄 원주민을 그렸습니다.

작품의 배경지는 화롄의 랜드마크 칭수이 절벽(清水斷崖)이며, 따뜻한 쿠로시오 해류가 지나가는 지역입니다. 원주민 언어에서는 ‘바다의 경계선’이 위치한 곳으로, 수산물이 풍부합니다. 18세기 말 일본인은 필리핀에서 타이완을 거쳐 일본으로 가는 이 해류를 발견했는데, 일반 해류보다 색깔이 진하기 때문에 검은 해류를 의미하는 ‘흑조(黑潮)’, 일본어 발음으로 쿠로시오 해류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해류는 온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풍부한 어획물을 가져와 현지 원주민의 중요한 생계원입니다. 그림을 보면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캄캄한 해류를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 작품은 일본 야마구치현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전시회 현장 - 사진: 안우산


할아버지 작품 속 정답 찾아내기 🔍︎

천청보의 손자이자 천청보기금회 회장 천리보(陳立栢)는 지난 12월 2일 전시회 개막식에서 해외에 사던 지난 30년간 타이완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소개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할아버지의 그림 속에 답을 찾았다”며, “이 기회를 통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타이완은 언제나 아름답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술의 관점이 아니라 생태와 기후, 박물관학의 관점에서 접근한 이번 전시는 천청보 작품의 높은 가치를 보여주면서도, 타이완의 아름다움을 타이완인에게 일깨웠습니다. 타이완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신다면, ‘북회귀선, 계철풍, 해류가 만나는 섬’이라고 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황민후이(黃敏惠, 좌1) 자이시장, 천청보의 손자 천리보(陳立栢, 좌2) 천청보기금회 회장, 리위안(李遠, 우2) 문화부 장관, 큐레이터 홍광지(洪廣冀, 우1) 교수 - 사진: CNA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陳澄波畫作對照標本典藏 台博館挖掘台灣之美」,中央社。
2. 蔡昕縈,「一葉知秋,當台灣美術成為自然力的註腳:走揣・咱的所在-陳澄波百三特展」,Artouch。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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