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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의 흔적? 매장되지 않은 장제스, 장징궈 총통 능묘 ⚰️

  • 2025.03.05
랜드마크 원정대
타오위안 다시(大溪) '츠후 능묘(慈湖陵寢)'에 있는 장제스 총통 영구 - 사진: CNA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국제공항이 위치한 타오위안에서 가장 먼저 발전한 지역 중 하나인 다시(大溪)는 오랜 역사를 가진 차 공장, 바로크 건축으로 유명한 옛 거리인 ‘다시 라오제(大溪老街)’, 타이완 북부의 주요 저수지인 ‘스먼 저수지(石門水庫)’ 등 다양한 랜드마크 외에도 ‘총통의 마을’이라는 별명이 있는데요. 장제스와 장징궈(蔣經國) 전 총통의 묘소가 있는 곳이자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퇴임 후 정착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타오위안현정부는 지난 2006년 총통 묘를 포함한 주변 지역을 ‘장제스-장징궈 문화단지(兩蔣文化園區)’로 지정해 개인숭배가 아닌 역사와 관광 성격을 강화했습니다.

1987년 타이완 민주화 이후 ‘민족의 영웅’으로 숭배되던 장제스와 장징궈 총통의 역사 재평가와 과거사 청산을 요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특히 2000년 타이완 본토의식을 강조하는 민진당 천수이볜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되면서 과거 독재정권이 저지른 국가폭력을 반성하고 권위주의의 상징을 없애는 ‘탈 장씨집안 운동(去蔣化)’이 민진당의 주요 정책으로 떠올랐습니다. 동시에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는 일부 시민단체들도 타이완 곳곳에 있는 장제스 동상에 페인트를 뿌리거나 동상을 밀어 넘어뜨리는 등 비교적 급진적인 항의 행동을 펼칩니다. 지난 2018년 2월 28일 타이완 최대 반정부운동인 2·28사건 71주년을 맞아, 11명의 청년이 장제스 묘소에 난입해 관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고 “타이완공화국 건국”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바 있습니다.


장제스 능묘에 난입해 관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고 “타이완공화국 건국”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청년들 - 사진: 페이스북 FETN - 蠻番島嶼社 

장제스와 장징궈의 유해가 지하에 매장되지 않고 아직까지도 지상의 관에 안치되어 있다는 것도 논란거리인데요. 중국 문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혀 평안을 얻는다는 뜻의 ‘입토위안(入土為安)’이 가장 보편적인 장례 방식으로, 토장, 안장을 의미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장제스 총통은 중국 난징에 있는 중화민국 국부 쑨원(孫文)의 묘소 근처에 묻히려고 했지만, 중국대륙을 되찾지 못한 상황에서 고향 경치와 비슷한 타오위안 다시를 임시 묘소로 택했습니다. 장징궈 총통도 아버지의 뜻을 따라 대륙수복에 성공한 후 고향에 묻히기로 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는 두 국가 지도자를 ‘입토위안’ 못하게 하고 많은 문제를 남겼죠. 오늘은 역사적 평가가 엇갈린 장제스와 장징궈의 묘소가 위치한 문화단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총통 능묘 ⚰️

묘소가 위치한 곳은 일본 식민지 시대인 1906년 세워진 탄광상사로, 1917년 타이완 5대 명문 중 하나인 반차오 린가(板橋林家, 임씨집안)에 인수되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무상으로 중화민국 정부에 증여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군사기지로 쓰려다 장제스 총통의 고향인 저장성 펑화(奉化)와 경치가 유사해 별장을 지었습니다. 특히 고즈넉한 호수 풍경이 장제스 총통에게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여 자애로운 어머니를 뜻하는 ‘츠후(慈湖, 자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현지 주민에 따르면, 여름이면 장제스 총통 내외는 강아지를 데리고 츠후에서 산책하곤 했습니다. 


츠후 - 사진: 타오위안시관광국

1975년 장제스 총통이 별사한 후 장례식은 타이베이 국부기념관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정부 고위층, 국내외 인사, 타이완 국민을 포함해 5일 동안 250만 명이 참배하러 갔으며, 대한민국에서는 김종필 국무총리가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아들 장징궈와 부인 쑹메이링의 결정에 따라 유해는 츠후의 별장에 안치되었고, 츠후 별장도 ‘츠후 능묘(慈湖陵寢)’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오랫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해왔고, 일반대중에게 개방된 후 자연생태공원이 되었습니다.

장징궈 총통 내외의 묘인 ‘다시 능묘(大溪陵寢)’는 츠후 능묘에서 도보로 약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츠후 능묘와 마찬가지로 장씨집안의 휴양 별장이었고, 이후 총통부의 기록보관소로 사용되어 중요한 문서와 장씨집안의 족보를 보관했습니다. 1988년 장징궈 총통의 별세와 함께 능묘가 되었고, 부인 장팡량(蔣方良)의 유분도 이곳에 안치되었습니다. 추가로 츠후 능묘와 다시 능묘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7시까지 매시 정각에 위병 교대식이 진행되며, 시간을 맞춰 방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츠후 능묘에 있는 위병들 - 사진: 타오위안시관광국


타이완 유일의 동상공원 🏞︎

문화단지에는 총통 능묘뿐만 아니라, 200여 개의 장제스 동상이 보존된 동상공원과 파란만장한 중화민국 역사를 다룬 여행객 센터도 있습니다. 전자는 1997년 세워졌으며, 민주화 이후 타이완 전역에서 철거되거나 기증된 장제스, 장징궈 총통과 쑨원의 동상을 보존하고 있는데, 이 중 쑨원의 동상은 장제스 동상으로 오인되어 철거된 겁니다. 관광활성화를 위해 워터 라이팅 쇼를 선보이며 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지도자 동상을 설치미술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붉은 벽돌로 구성된 여행객 센터 앞 만화화된 장제스와 장징궈 총통의 동상은 문화단지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문화 단지가 설립되면서 국방부 소유의 두 능묘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은 타오위안시정부 관광국이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행객 센터 앞에 있는 동상 - 사진: 타오위안시관광국 

이어 총통 능묘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를 소개하기에 앞서 다시 출신 가수 펑페이페이(鳳飛飛)의 대표곡 ‘드림캐처(追夢人)’를 띄워드립니다. 모자 패션으로 유명한 펑페이페이는 ‘모자 여왕’으로 불리며, 같은 해에 태어난 덩리쥔과 함께 타이완 양대 여가수로 꼽힙니다.


장제스-장징궈 문화단지에 있는 동상공원 - 사진: 국가문화기억뱅크


이장하냐 안하냐...

과거에는 현지에 막대한 관광수 익을 가져왔지만 ‘탈 장씨집안 운동’이 대두되면서 문화단지를 방문하는 여행객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매장되지 않은 유해와 능묘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4000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17.8억 원, 2025/3/1 기준)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능묘를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독재정권이 남긴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려면 두 총통의 유해를 매장해 권위주의의 상징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민속적인 관점에서는 죽은 사람이 안장되지 않으면 후손들은 평안을 얻을 수 없는데, 한국 영화 <파묘>처럼이죠. 사실 장씨 후손들은 1996년부터 2004년까지 여러 차례 이장을 제안했지만 제안자들은 잇따라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어 타이완 정부는 2005년 신베이에 있는 우즈산(五指山) 국군묘지에 장제스와 장징궈 총통의 새로운 능묘를 건설했으나, 장씨집안 내부의 의견 차이로 지금까지 방치되어 왔습니다. 장제스 총통의 증손자 장완안(蔣萬安) 현 타이베이 시장이 향후 대선에 출마한다면 이장 여부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는 2011년 미쉐린이 출판한 여행 가이드에서 2스타 추천 여행지로 평가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2년 타이완 관광국이 뽑은 ‘가볼 만한 10대 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타이완만의 문화와 전 총통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알고 싶다면 타오위안 다시는 좋은 목적지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劉世怡,「慈湖陵寢潑漆案 11人獲緩刑確定」,中央社。
2. 兩蔣文化園區簡介:成立歷史與經過概要,國家文化記憶庫。
3. 慈湖銅像的故事:銅像園區的歷史,國家文化記憶庫。
4. 甘嘉雯、楊明峰、周思宇,「記錄歷史 鄭文燦:兩蔣園區照舊」,中國時報。
5. 羅添斌,「動支3142萬興建 兩蔣墓園荒廢已逾11年」,自由時報。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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