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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총통을 만화에 다룬 정치만화가 위푸(魚夫) 🖌

  • 2025.03.03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해 연말 65세로 별세한 정치만화가 위푸(魚夫) - 사진: CNA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봄이 다가오면서 타이완 곳곳에서 꽃축제가 열리고 있는데요. 수도권에는 장제스 부부가 살던 스린관저(士林官邸)의 튤립축제, 예쁜 디즈니 공주들과 콜라보한 양민산(陽明山)의 벚꽃축제, 타이완 최고 명문대 타이완대 근처의 구팅강변공원(古亭河濱公園) 꽃축제 등이 있습니다. 지난 주말 228 연휴를 이용해 꽃구경하러 봄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월 28일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1947년 타이완 전역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봉기인 2·28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올해로 2·28사건 78주년을 맞아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처음으로 총통 신분으로 기념행사에 참석해 진상규명과 관련 배상의 추진 상황을 밝히며,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했습니다. 이 외에 2·28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공생 뮤직 페스티벌(共生音樂節)’도 28일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대로(凱達格蘭大道)에서 열려 다양한 강연과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2·28사건은 타이완 이행기정의 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아직까지도 타이완 사회의 큰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1945년 타이완이 일본에서 중화민국으로 반환된 후 국민당 정부의 폭압에 맞서 타이완 토박이인 본성인(本省人)들이 항쟁을 일으켰다가 결국 학살당했던 사건입니다. 수많은 피해자가 거리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사망하거나 공개 재판 없이 비밀리에 처령되었기 때문에 사상자 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행정원이 1992년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는 18,000~28,000명, 2·28사건기념재단이 2020년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8,324~11,841명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연말 65세로 세상을 떠난 정치만화가 위푸(魚夫, 본명 林奎佑 린퀘이유)는 2023년 페이스북을 통해 타이난시 2·28기념관의 개관을 긍정하면서 독일의 경험을 공유했는데요. “사회적 대립을 일으킨다고 해서 2·28사건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타이완사람이 많다”며, “최근 정부의 적극 추진으로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독일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며, 독일은 인도 위의 벽돌까지 ‘불의의 유적지’로 지정할 정도로 이행기정의에 전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태를 풍자하는 정치만화로 유명한 위푸는 타이완 최초로 총통을 만화에 다룬 작가로 여러 신문지에 칼룸을 연재한 바 있습니다. 2020년대 이후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으로 이주하면서 로컬음식과 건축풍경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데 전념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의 레전드 정치만화가 위푸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타이난 2·28기념관 - 사진: 타이난시정부


다재다능한 시사 평론가 🖊︎

위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라이칭더(賴清德) 총통은 지난 1월 11일 타이난으로 가 위푸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그의 아내(陳文淑)에게 표창장을 증여했습니다. 라이 총통은 “다재다능한 위푸는 작가이자 만화가, 평론가이자 미식 전문가로 창작을 통해 권위에 도전하고 타이완의 민주주의 실현에 크게 기여했다”며, “타이난시장 재임 기간에 위푸는 타이난시 관광 홍보대사로, 타이난의 미식과 랜드마크 홍보에 많이 협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라이 총통뿐만 아니라, 타이난 출신인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리위안(李遠) 문화부 장관, 황웨이저(黃偉哲) 타이난시장, 천치마이(陳其邁) 가오슝시장 등 정부 고위층도 참석했습니다.

위푸는 핑동(屏東) 원주민 시라야족(西拉雅族) 출신으로, 주점을 운영하는 할머니 손에서 자라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성격을 키웠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국민당 소속이 아닌 이른바 ‘당외인사(黨外人士, 1986년 민주진보당 창당)’의 선거 운동에 여러 차례 참여했고, 정치 잡지와 신문지에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엄령이 해제된 지 5개월 만인 1987년 12월, ‘모세의 기적’을 모티브로 독재정권과 민주화 사이에 있는 장징궈 총통을 모세로 그려 〈장징궈가 길을 낸다(蔣經國開路)〉라는 만화를 발표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타이완 신문 역사상 처음으로 숭고한 지도자를 만화화하여 권위에 도전한 겁니다. 


위푸 아내에게 표창장을 증여한 라이 총통 - 사진: CNA

100%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다 분신자살한 타이완 민주화운동가 정난룽(鄭南榕)이 발행한 잡지에 만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민주화가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목숨을 건 것이나 다름이 없는 일이었죠. 위푸는 페이스북에서 전전긍긍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당시의 두려움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또한 타이완독립을 지지하는 그는 당외인사들이 설립한 민진당과 가까이 지냈지만, 민진당 내부 문제를 풍자하는 만화를 발표해 민진당 내부의 반성을 불러일으킨 적도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 만화출판업에서 방송계로 진출해 티비 방송과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면서 전방위적인 시사 평론가로 떠올랐습니다. 이후 스밍더(施明德) 전 민진당 당대표의 초청으로 민진당 국회사무실 주임과 ‘반대 국공통일 회담 선전단’ 사무총장을 역임했습니다. 후자는 민진당이 1993년 양안회담(辜汪會談)에 반대하기 위해 결성된 단체입니다. 해당 회담은 양안 정부의 권한을 부여받은 중개기구인 타이완의 해협교류기금회와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를 대표로 하는 1949년 이후 양안 간 최초의 공식 회의입니다.


묘비에 새기고 싶은 유일한 신분 👨‍🎨

작가, 방송인, 평론가, 회장, 교수 등 다양한 신분이 있지만 위푸는 만화가를 “묘비에 새기고 싶은 유일한 신분”이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그는 자서전에서 퓰리처상 정치만화상 수상자인 마이크 피터(Mike Peter)의 말을 인용해 “최고의 정치만화가는 사실을 보여주면서도 독자들의 정서를 자극한다”며 “사회 전체의 이원적 대립을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푸가 그린 정치인은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합니다. 

한편, 위푸라는 필명은 아내의 별명인 ‘작은 물고기(小魚)’에서 따온 것인데, ‘물고기의 남편’이라 자칭해서 ‘어부(중국 발음 위푸)’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아내의 고향 타이난에 정착한 후, 타이난의 길거리 음식과 건축 풍경을 기록하고 여러 권의 여행 도서를 출판했습니다. 정치만화의 창작을 그만둔 이유는 신세대 만화가들의 실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정치만화는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예술 창작에 전념할 수 있다는 말이죠. 신분이 달라져도 타이완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습니다. 유명 만화 연구가 웅지안(翁稷安) 교수는 위푸를 “화필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민주운동가”로 묘사했습니다. 위푸는 타이완이 독재 국가에서 민주 국가로 전환한 과정을 만화로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섬세한 필치로 타이완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위푸가 그린 핑동(屏東) 헝춘(恆春) 남문 - 사진: 위푸

엔딩곡으로 타이완 인디밴드 선셋롤러코스터(落日飛車) 커버한 노래 ‘나는 한마리 물고기(我是一隻魚)’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魚夫65歲辭世 以漫畫開啟評論政治風氣、曾秘密為鄭南榕刊物繪圖」,CNA。
2. 楊思瑞,「作家魚夫fb發文 肯定台南228紀念館設置」,楊思瑞。
3. 「總統親頒褒揚令 表彰漫畫家暨作家林奎佑(魚夫)對臺灣民主及文化的貢獻」,總統府。
4. 「悼 漫畫家、作家、媒體人魚夫 辭世」,文化部。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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