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아이가 다니는 전면 영어 사용 유치원(全英幼稚園), 일명 영어 유치원 4년 동안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고 놀랐습니다. 월비용은 대략 17,500NTD 곱하기 12개월, 여기에 등록 및 교재비 6만 NTD 더해서 4년 치를 계산해보니 무려 100만 NTD이네요… 두 아이라 200만 NTD입니다…”
2024년 6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레드(Threads)에 올라온 한 학부모의 글입니다. 아이를 사립 영어 유치원에 보낸 학부모인 것 같습니다. 학비를 한화로 환산해보면 한 달에 정기적으로 약 77만원의 학비를 내야하고, 기타 등록 및 교재비를 포함해 4년 간 들어가는 총 비용이 약 4,400만원입니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 유치원 교육비에만 5천만원을 써야하는 타이베이 학부모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타이베이에서 영아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유치원’과 전쟁 중입니다. 현재 타이완에는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유치원 교육이 있습니다. 일반 공립 유치원이나 사립 유치원 외에도 전수업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 유치원, 그리고 영어와 모국어인 중국어를 병행하는 이중언어(바이링구얼) 유치원까지… 오래된 역사와 정부의 공인, 여기에 비교적 저렴한 학비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립 유치원은 몇 개월 전부터 대기를 해야하고, 최근 10년 사이에 타이베이 시내 곳곳에 급증한 영어 유치원은 이른 나이부터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하는 환경에 노출 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높은 학비로 문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이중언어 유치원이라고 해서, 모국어가 아직 발달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100% 영어만 하는 환경은 오히려 아이의 문해력과 언어구사력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어와 영어의 비율을 적당히 유지해 교육하는 유치원도 최근 몇 년 사이 생기고 있습니다.
출산율은 매년 떨어지지만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욕망은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 시장의 경쟁은 점점 첨예해지고, 사교육비는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영어’가 있습니다. 오늘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서는 영유아를 둔 타이베이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 영어 유치원과 이중언어 유치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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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타이완의 한 잡지에서는 ‘이중언어 유치원(雙語幼稚園)’에 대해 상세히 소개합니다. 이중언어 유치원이란 중국어(모국어)와 영어(제2언어)로 동시에 수업을 진행하는 유치원으로, 교육 방식, 교사진, 커리큘럼 등에서 100% 영어만 사용하는 영어 유치원이나 중국어 중심 교육인 일반 공·사립 유치원과 차이가 있죠. 이중언어 유치원의 목표는 아이들이 양질의 모국어 능력을 유지하면서도 영어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중국어 교육에 영어 단어를 포함시키고, 전면 영어 수업을 진행할 때에도 중국어 교사가 옆에서 보조를 해주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죠. 교사진도 영어 유치원의 경우 원어민 교사가 주도하고 일반 공사립 유치원은 자격증을 보유한 중국어 교사가 진행하지만, 이중언어 유치원은 원어민 교사와 중국어 교사가 함께 진행합니다. 그렇다면, 학비는 어떨까요? 1년을 기준으로, 일반 공립 유치원은 2~3만 NTD(한화 약 1백만원 내외), 영어 유치원은 25만 NTD 이상(한화 약 1천1백만원 이상), 이중언어 유치원은 그 중간인 15~20만 NTD(한화 약 700만원 내외)이 듭니다. 영어의 비중이 높을 수록 유치원 학비도 비싸진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유치원 선택지 가운데 타이베이 학부모들은 도대체 어떤 유치원을 골라야 하나, 어떤 유치원이 우리 아이에게 좋을까 며칠, 아니 몇 개월 간 고민합니다. 아이의 관심사, 학습 스타일, 유치원의 교육 방식이나 교사진 등도 고려해야하니, 인터넷에는 유치원 선택을 앞둔 학부모들의 고민의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이제 막 두 번째 생일이 지난 딸을 가진 한 학부모는 지난 2년간 재택근무하며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다가 회사에 복귀도 해야해서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영어 환경이 잘 조성된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았다며 이중언어 유치원과 영어 유치원 중에서 고민중이라며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곳이 좋은 선택인지 여러 사람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은 댓글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조언을 남깁니다. 이중언어 유치원에 다닌 조카가 지금은 초등학생이 되었는데, 영어로 제법 말도 잘해서 효과를 제대로 보았다는 분, 영어 유치원이라면 반드시 외국인 교사 여부를 확인하라는 분, 영어 교육 외에도 유치원 외부에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는지 여부와 급식 질도 잘 챙겨봐야 한다는 분, 이중언어가 전면 영어 유치원에 비해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적다는 분 등… 초등학교를 사립학교에 보낼 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하다는 조언도 눈에 띕니다. 현재 일반 초등 교육에 영어 과목 시수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 방과 후 추가 수업으로 영어를 보충학습을 해야해서 유치원을 영어 유치원 나왔더라도 초등학교와 연결이 되지 않으면 학비가 아깝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긴 계획을 세워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진학 방향을 보고 유치원을 선택하라는 조언입니다.
사립 유치원 시장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영어 유치원이 등장해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고, 이후 전면 영어 교육의 단점이 부각되면서 이중언어 유치원까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영어 조기 교육 열풍에 타이베이시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타이베이 지역 유치원 학부모의 아동 영어 학습에 대한 기대와 의견 조사 연구(許曉倩, 2018)’라는 논문은 2018년을 기준으로 타이베이에는 영어 교육을 실시하는 유치원이 증가하고 있으나 교육부의 정책은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타이베이 지역의 어린이 81%가 이미 매일 영어를 배우고 있으나, 60% 이상의 타이베이 지역 학부모는 자녀 영어 교사의 학력과 경력을 알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82% 이상 학부모들은 유치원 영어 교사에 대한 임용 규정을 제정할 것과 78%의 학부모는 교육부가 영어 교육을 유치원 교육에 포함시킬 것을 희망한다고 합니다.
타이베이시정부 교육국은 2016년도부터 매년 영어 융합 유치원 커리큘럼 실험 계획 성과 발표회를 가짐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정부 단위에서 유치원 영어 교육 실태 조사와 커리큘럼 계획에 나섰습니다. 시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베이시는 일상, 놀이, 신체 활동, 주제 수업 등 일반 공립 유치원에서 진행하던 기존의 보육 활동에서 영어를 융합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영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목적을 갖고 해당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 들어 타이베이시를 영화 친화적인 도시로 구축하겠다는 정책에 맞춰 ‘타이베이시 영어 융합 유치원 교육 실행 원칙’을 발표, 영어 융합 유치원 운영, 전문성 개발, 교사 양성 및 자원 통합 등에 대한 교육 지침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타이베이의 몇몇 초등학교 내 부설 유치원을 중심으로 타이베이 시정부의 영어 유치원 교육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유치원 내 영어 교육은 이제 사립 유치원 시장을 넘어 타이베이시정부 단위에서 주관하는 공교육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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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교육 전문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영어 교육을 어릴 때 시작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고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언어 교육 전문가 캐서린 스노우(Catherine E. Snow) 교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영어 교육을 시작한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초등학교 중·고학년이 되었을 때 오히려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라며 너무 이른 시기에 영어 교육을 강요하는 것보다, 환경, 동기 부여, 반복 학습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조기 영어 교육을 향한 타이베이 학부모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만 갑니다. 공립 유치원에서의 영어 교육이 날로 확대 되면, 기존의 ‘전면 영어 교육’, 혹은 ‘이중언어 교육’을 표방하며 고액의 학비를 요구한 사립 유치원은 또 다시 새로운 고급화 전략으로 학부모들의 눈길을 사로잡겠지요. 아이를 위한 교육의 가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오늘도 타이베이 학부모는 사랑하는 자녀를 생각하며 한 번 더 고민합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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