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올해 타이베이의 도시풍경을 뒤바꾼 굵직한 변화들이 있습니다.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 시간에서 자주 소개했던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인 타이베이 돔(大巨蛋)의 등장,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릴 바로 이 장소의 출현인데요. 주요 백화점들이 모여있는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고급 상권, 신이취(信義區) 한복판에 위치한 푸본미술관(富邦美術館, Fubon Art Museum)입니다. 푸본미술관은 타이완 금융산업의 핵심기업인 푸본 파이낸셜 홀딩스(富邦金融控股)의 차이(蔡) 가에서 1997년 설립한 푸본예술재단에서 세운 미술관으로, 약 10년 간의 준비기간을 걸쳐 올해 5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블루라인 시정부역(市政府)과 용춘역(永春) 사이에 위치한 푸본미술관의 바로 맞은 편에는 타이베이시의 초호화 주택인 타오주인위안(陶朱隱園 Tan solo un beso)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현대적이면서 고급스런 두 건물 사이에 서 있으면 이 공간만이 가져다 주는 고상한 분위기에 매료되기도 합니다.
20231011 타이베이 신이취에는 왜 ‘松’자로 시작하는 길이 많을까?
2024년 5월 개관한 푸본미술관
타이베이시 신이취 송가오루(松高路)에 위치한 푸본미술관은 현대예술을 중심으로 타이완과 전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해 교류하면서 동시에 ‘일상생활에서의 예술, 예술같은 일상생활(Art Everday)’를 실천하는 목적을 갖고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미술관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2x4라는 뉴욕의 디자인 회사가, 건축물 설계 및 감독은 프리츠커 건축상(Pritzker Architecture Prize) 수상자인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 렌조 피아노의 빌딩 워크샵(RPBW)과 타이완 건축가 야오런시(姚仁喜)가 공동으로 맡았습니다. 특히 순백색의 미술관 건물은 파리 퐁피두 아트센터, 뉴욕 타임즈 빌딩, 뉴욕 휘트니 미술관, 그리고 서울 kt 광화문 본사 동관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 그룹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샵에서 설계한 타이완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타이베이 도시 건축사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샵 팀은 미술관 설계를 위해 타이베이를 방문해 타이베이시를 ‘흥미롭고 활기찬 젊은 도시'로 느꼈다고 하는데요. 시내 중심의 마천루와 좁은 골목길의 작은 가게들이 공존하고, 몇 걸음만 더 가면 울창한 산이 펼쳐져 호흡이 순식간에 변하는 타이베이시의 특징을 포착한 것이죠. 그래서 푸본미술관을 구상할 때에도 타이베이시의 특징을 ‘어반 포레스트'로 상정해 설계했다고 합니다.
순백색의 미술관 건물 사이 사이로 자연채광이 들어오고, 그 안에서 돋보이는 채도 높은 다양한 색상의 미술관 로고는 그 자체만으로 다양한 상상력과 생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푸본미술관의 로고는 11개의 서로 다른 각도의 4분의 3 원을 조합해 푸본을 대표하는 영문자 ‘에프(F)’를 만든 형상을 띄고 있다.
글로벌 전시미술의 흐름을 따라… ‘로댕전'에 이은 ‘빈센트 반 고흐전’
개관 기념으로 지난 5월부터 ‘로댕과 인상주의 시대'를 전시한 데 이어, 8월부터는 ‘반 고흐, 빛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네덜란드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크롤러-뮐러 박물관(Kröller-Müller Museum)의 작품들을 일부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반 고흐의 유명 작품, 이를테면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밤의 카페 테라스’ 외에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25점의 희귀한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았습니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20대 후반부터 19세기 네덜란드 고전 거장들의 영향을 받으며 그린 사실주의에 가까운 작품부터, 이후 거처를 프랑스 파리로 옮긴 후 마치 파리의 밤거리를 옮겨 놓은 것 마냥 색감과 화법이 화려해지는 파리 시대, 자연과 농촌의 그림이 돋보이는 남프랑스 시기까지… 37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인생 여정에서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안에서 16번이나 거처를 옮기며 그가 남긴 작품들을 시대별로 나눠놓아 화풍의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중화권의 현대미술과 손을 잡다, ‘창위와 위안즈’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이 이미 고전이 된 화가의 작품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고흐 전시가 있는 푸본미술관 3층의 또 다른 전시관에는 푸본미술관이 후원하는 화가의 특별전시가 있습니다. 바로 중화권 출신 20세기 현대미술의 작가인 창위(常玉, Sanyu, 1895-1966)와 주위안즈(朱沅芷, Yun Gee, 1906-1963)의 작품입니다. 네덜란드의 크롤러-뮐러 박물관이 빈센트 반 고흐의 원작을 소장하고 있다면, 타이완의 푸본미술관은 창위와 주위안즈의 원작을 소장하고 있는데요. 창위와 주위안즈는 모두 20세기 전후 중국 대륙에서 태어나 각각 프랑스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주위안즈 작가와 타이완과의 인연은 1980년 전후로 돌아가 당시 유명 예술잡지였던 <웅사미술/숑스메이수(雄獅美術, 1971년에 창간된 현대미술 전문 월간지)> 등에 그에 관한 특집 기사가 소개되면서부터인데, 주 작가의 작품이 타이완에서 직접 전시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입니다. 주 작가의 작품은 90년대부터 타이완 미술시장에서 해외에 거주하는 화인(華人) 예술가 중 단연 탑 위치를 차지했고, 2023년에는 타이완 현대미술 시장의 선구 역할을 하는 티나 겅 갤러리(耿畫廊, Tina Keng Gallery)에 전시되는 등 여전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한편, 중국계 프랑스인 작가 창위는 타이완역사박물관(臺灣歷史博物館)에서 그의 작품 52점을 보유하고 1978년부터 2017년까지 무려 여섯 차례 전시를 치뤘을 만큼 타이완과의 인연이 깊은 작가 중 한 명인데요.
푸본미술관에서 특별전시 중인 창위와 주위안즈, 두 작가의 작품은 타이완 예술계의 다원성과 국제적 시야 확보를 위한 시도를 보여줍니다.
엔딩곡으로는 푸본미술관에서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처럼, 1971년에 발표되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고전 팝, 돈 맥린(Don Mclean) 빈센트(Vincent)를 띄워드립니다. 깊어가는 가을 밤, 잠시 눈을 감고 큰 일교차로 이내 서늘해지는 공기 내음을 맡으며 잠시 스쳐가는 가을을 충분히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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