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챗지피티 등 AI 챗봇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챗지피티의 개발사 오픈AI가 새로운 이미지 생성 모델을 선보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 스타일을 그대로 구현하는 이미지가 전 세계 SNS에 확산되고 있는데요.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자신의 X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풍 사진으로 설정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네트즌들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과거 AI 창작물을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생명에 대한 모독”이라는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원래 사진(좌)과 챗지피티로 생성한 지브리풍 사진(우) - 사진: 안우산
지난 3월 말 독일 라이프치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팬 사인회와 만화 워크숍을 가진 타이완 만화가 천한링(陳漢玲)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는데요. 그는 중앙사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기술은 제작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시각언어와 서사전개를 중시하는 만화 창작에 있어 아직도 만화가를 대체하기 어렵고, 동시에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드로잉을 오래 사용하다 보니 손그림에 대한 낯설음과 소외감을 느껴 눈물을 흘렸던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타이완의 대표 소녀만화가 천한링 작가는 로맨스 코미디 만화로 유명하며, 현재 타이난응용과학대학 만화학과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AI를 사용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상황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 일일이 검증하기는 어렵지만 평소 실력과 차이가 큰 작품을 보면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SF영화가 현실이 된 지금, AI가 과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예술가의 창작력까지 대체할 수 있을까요? 이에 천한링은 손으로 작품을 그릴 때 모든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지만,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면 이 작품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느껴져 더 이상 도구에 의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만화가의 주체성을 지키기 위해 힘쓰고 있는 천한링 작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천한링 작가의 사인 - 사진: CNA
소녀만화가이자 프로 코스플레이어 💄
많은 타이완사람들처럼 어릴 때부터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접한 천환링은 중학교 때부터 만화 창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타이완 1세대 소녀만화가 유수란(游素蘭) 작가가 내놓은 만화 용품 세트를 구입해 집에서 만화를 열심히 연습했고, ‘중학생 만화가’의 꿈을 꿨지만 어머니가 운영했던 조식가게에서 일해야 하여 만화가 대신 계란후라이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이후 만화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드디어 만화 창작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요. 만화가 어시스턴트부터 경험을 쌓으면서 만화잡지에 여러 단편만화를 발표했으며, 전문 만화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웠습니다. 흥미롭게도 그가 처음부터 소녀만화를 그린 것이 아닌데요. 2006년 타이완 신문국 주최의 만화상을 수상한 단편만화 《신의 한 수(神來一筆)》는 바로 초중 남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년만화입니다. 소녀만화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한 후에야 비로소 창작 방향을 바꿨습니다.
▲관련 프로그램:
2024 타이완 만화대상 ‘금만장(金漫獎)’ 수상자 롼광민(阮光民) & 유수란(游素蘭) 漫畫家 🖌
대학 3학년부터 타이완 최대 소녀만화 월간지 《멍멍(夢夢)》에 작품 연재를 시작했고, 2010년 데뷔작 《사랑의 전류 찌릿찌릿(戀愛電流啪滋啪滋)》으로 타이완 만화대상 ‘금만장(金漫獎)’ 최우수 소녀만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이 작품은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져 감전된 후 피카츄처럼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초능력을 갖게 된 여주인공과 아이돌 그룹에서 늘 인기 최하위를 기록하는 남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다룹니다. 소녀만화가로 정식 데뷔한 뒤 지속적인 작품 발표와 함께 색칠책을 출판해 어린이들의 미술 교육에 기여해왔습니다.
캠퍼스 로맨스부터 이세계 모험까지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만능 소녀만화가 외에, 천한링에게는 또 다른 신분이 있는데요. 바로 코스플레이어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코스튬을 직접 만들고 자신을 만화 캐릭터로 꾸몄고, 코스프레 산업이 커지면서 프로 코스플레이어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만화 페스티벌이나 팬 사인회 같은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자신의 만화 속 주인공으로 분장해 독자들과 만나곤 합니다. 지난 30일 라이프치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대표작 《야쿠자 귀요미(極道甜心)》의 주인공 분장을 하여 눈길을 끌었는데, 뮌헨에서 온 한 독자가 같은 캐릭터로 분장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국경과 언어를 넘은 만화 교류가 참 아름답죠.

현지 독자와 교류하고 있는 천한링 작가 - 사진: CNA
이어 천한링의 최애 만화 ‘달의 요정 세일러문’의 OST를 띄워드립니다.
독일 최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
라이프치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독일 최대의 만화축제로,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합니다. 주독일 타이완 대표처와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기금회가 공동 기획한 타이완 테마관에서는 천한링 작가뿐만 아니라, 2023년 금만장 대상을 수상한 부리스(布里斯) 작가도 초청되었습니다. 두 만화가는 개막식 전날 ‘그녀들의 이야기: 2010년 이후의 타이완 만화’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며 최근 15년간 타이완 만화 산업의 발전을 언급했습니다. 이어 27일부터 4일간 이어진 페스티벌에서 사인회와 워크숍을 열어 현지 독자들과 교류하고 타이완 만화의 에너지를 보여줬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참석한 타이완 만화가 천한링(陳漢玲, 우)과 부리스(布里斯, 좌) - 사진: CNA
데뷔 20년 차 만화가의 사명감 🧑🎨
마흔도 안 되어 벌써 데뷔 20년 차, 천한링은 타이완 만화 발전의 산증인입니다. 그는 예전부터 타이베이 시먼팅에 자주 가서 만화 용품을 구매했는데, 만화 용품이 작은 코너에서 벽 전체를 채운 넓은 코너로 확장되는 과정을 목격했고, 디지털화로 인해 코나가 철거되는 것도 봤다고 언급했습니다. 교수와 만화가라는 이중적 신분을 가진 그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어서도 초심을 잊지 않았고, “사랑이 없는 창작은 오래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AI가 결코 창작의 주체성이 될 수 없다는 말이죠.
한편, 최근 타이완 만화계가 IP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천한링은 로맨스 소설가와 손잡고 관련 만화 제작과 논문 연구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AI와 같은 양날의 검을 가져오는 동시에, 콘텐츠 장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신기술을 신중하게 사용하는 한편, 새로운 트렌드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도 중요하죠. 따라서 천한링은 만화가의 주체성을 수호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없이 맞서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휩쓴 일본 만화나 한국 웹툰에 비해, 타이완 만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수많은 만화가들의 노력으로 눈부신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尚縈,「AI吉卜力風格圖像爭議 台漫畫家陳漢玲:創作不能失去靈魂」,中央社。
2. 林尚縈,「台漫遠征德國 漫畫家COS書中角色現身動漫展」,中央社。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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