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또 다른 이름하면 떠오르는 명칭, 바로 포르모사(formosa)이죠. 포르모사는 1544년 포르투갈 선인들이 유럽인 최초로 타이완섬에 도달해 바다에서 바라보는 타이완 섬이 너무나 아름다워 ‘아름답다’는 의미의 포르투갈어 ‘일하 포르모사(Ilha Formosa)’라고 불렸던 것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16세기 유럽 최초로 해양제국의 시대를 연 포르투갈은 타이완뿐만 아니라 일본과도 상당한 교류의 흔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단어 ‘빵’도 포르투갈어인 ‘pao’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건너온 단어이죠. 빵 중에서도 특히 카스텔라는 16세기 인도양을 항해해 일본 섬에까지 다다른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소개해준 대표적인 빵이죠. 포르투갈어로 ‘bolo de Castel’, 카스티야에서 온 케이크하는 말에서 카스텔라가 유래했습니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일종의 쉬폰 케이크인 카스텔라는 긴 해상 여행에서도 거뜬히 살아남아 선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요. 그렇게 포르투갈 상인의 선상에 있던 카스텔라는 당시 유일한 일본 무역항이었던 나가사키에 전해지면서 이후 나가사키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동아시아 중 마카오도 포르투갈과의 인연이 깊죠. 1849년부터 1999년까지 약 1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는 사실 16세기 대항해시대 때부터 포르투갈의 중국 무역 거점지이자 영유지가 되었는데요. 이후 청나라 말 아편전쟁에 포르투갈까지 개입하려 하자 청 황제는 마카오를 포르투갈에 할양해주었다고 합니다. 가톨릭 왕조였던 포르투갈이 마카오를 점령하면서 마카오는 동아시아 가톨릭 문화의 주요 근거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최초 신부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마카오와의 인연이 그 대표적인 예이죠.
이렇듯 포르투갈은 16세기부터 19세기말까지 동아시아 일대에서 무역, 종교, 문화 방면에서 방대한 양의 교류를 한 대표적인 왕조이자 국가입니다. 16세기 해양제국 시대의 면모를 자랑하듯 타이완섬에 처음으로 ‘포르모사’라는 이름은 남긴 포르투갈. 그런데 5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21세기 포르투갈의 모습은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인데요.
제가 이 달 중순 2주간에 걸쳐 포르투갈에 다녀왔는데요. 오늘 어반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서는 ‘어반스케처스 포르투갈’로 잠시 주제를 변경해, 포르투갈의 주요 대도시에서 접한 타이완의 문화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포르투갈의 대도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수도인 리스본(Lisbon)이죠. 포르투갈 현지인들은 리스보아(Lisboa)라고 부르는 이곳 수도는 앞서 설명드린 16세기 대항해시대를 이끈 중심지로 대서양과 인접해 있는 해양도시입니다. 포르투갈은 아시다시피 유럽 대륙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있죠. 그래서 과거 해상길을 통한 활동, 이를테면 식민지 개척, 무역 등이 활발할 수 있었는데요. 포르투갈의 두 번째 대도시는 바로 포르투(Porto)입니다. 이베리아 반도 서쪽 끝에 남북으로 길게 늘여진 포르투갈 영토에서 리스본은 남부에 위치해있다면, 포르투는 북쪽에 위치해있죠. 포르투도 대서양과 바로 만나는 서쪽에 위치해있습니다. 포르투는 일명 ‘포트 와인'이라고 하는 포르투갈 와인 양조장이 많이 위치해있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포르투 도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도우로 강(Douro river) 강변에는 포르투갈 동북부나 중부에서 직접 생산한 포도를 갖고 와인을 담고 운반하는 양조산업이 발달되었고, 그 모습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Bao’s in 포르투
아름다운 강변과 와인으로 유명한 이 포르투 도시 한복판에서 저는 우연히 반가운 문구를 만났습니다. 바로 ‘Taiwanese Burger’입니다! 유럽 대륙 서쪽 끝에서 ‘타이완’이라는 단어를 보니 마치 한국 식당을 발견한 것 만큼이나 너무 반갑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타이완식 버거'가 뭘까? 이 가게의 정식 명칭은 ‘바오스(Bao’s)’. 버거를 볼 땐 떠오르지 않다가 ‘바오'를 보니 바로 ‘과바오(割包)’라는 것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흰색으로 된 쫀득한 번 사이를 갈라 양념에 졸인 돼지고기와 야채, 땅콩가루 등을 푸짐하게 넣어 먹는 타이완 로컬 음식인 과바오. 바로 이 과바오를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에서 팔고 있는 거에요. 왜 한 문화의 음식이 본래의 고장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 가면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퓨전화가 되듯, 타이완의 과바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이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바오 메뉴가 눈에 띄었죠.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과바오 하나를 주문하면 감자칩과 감자튀김이 함께 나옵니다. 마치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게에서 세트 메뉴를 시킨 것과 같은 조합이죠. 과바오보다도 곁들여 먹는 감자칩의 양이 더욱 방대하더군요. 뿐만 아닙니다. 과바오에는 상당히 여러가지 토핑이 들어있는데, 기존의 양념에 졸인 돼지고기 외에도 포르투갈 현지의 해산물인 게나 새우 등을 튀겨 넣고 그 안에 코울슬로를 넣어 완전히 다른 맛을 만들어낸 과바오도 있습니다. 이렇게 포르투갈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재창조된 타이완의 과바오. 여기에 우육면, 루로우판, 사과맛 소다(蘋菓西打)까지…
버블티 in 포르투
과바오뿐만이 아닙니다. 포르투 시내 거리를 걷다가, 젊은 유럽 청년들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는데요. 저는 처음에 유명 관광지인줄 알았습니다. 작가 J.K. 롤링이 해리포터를 쓰는 데 영감을 받았다던 렐루 서점(Livraria Lello & Irmão)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정체는 유명 관광지가 아닌 바로 버블티 매장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제 타이완하면 버블티, 버블티하면 타이완이라고 바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대중화된 음료 버블티가 포르투갈에도 상륙을 했더라고요. 특정 브랜드가 있는 음료수 집은 아니었습니다만, 줄 서 있는 인파로도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무더운 태양 빛을 받으며 그 줄을 기다리느니 곧 타이완 돌아가서 더 맛있고 저렴한 ‘정통' 버블티를 마셔야지 하는 마음에 직접 마셔보진 못했는데요. 그래서인지 타이완에 돌아온 그 날 저녁 집 앞에 있는 음료수 가게 가서 뉴타이완달러 45위안 짜리에 설탕 조금(微糖), 얼음 일반 추가(正常冰)으로 버블티 한 잔 시원하게 했습니다!
Formosa Lisboa in 리스본
포르투갈의 가장 큰 대도시 리스본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대도시에는 전세계 음식점들이 곳곳에 있죠. 타이베이에도 터키,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요리집이 있는 것처럼요. 리스본에는 ‘포르모사 리스보아'라는 이름의 타이완 음식점이 있습니다. 이곳에는 제가 지난번 파파이스 1호점 타이베이 상륙 편에서 소개해드린 타이완의 닭요리 중 하나인 옌수지(鹽酥雞)도 팔고요, 샤오롱바오, 루로우판 등 정말 타이완에 와야지만 맛볼 수 있는 로컬 메뉴들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해양제국의 중심이었던 500년 전 리스본의 과거와 세련된 예술적 감각을 가진 리스본의 현재가 교차하는 지역(Príncipe Real)에 위치한 이 음식점은 가성비도 높아 젊은 포르투갈 사람들, 그리고 리스본에 놀러온 수많은 나라의 관광객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여러 문화와 인종이 다양하게 섞인 타이완의 음식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타이완의 음식이 ‘중국 음식'이나 ‘아시아 음식'이 아닌 ‘타이완 음식'으로서 주변 아시아 국가를 넘어 저멀리 포르투갈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타이완 식문화의 세계화 바람이 이미 한창 불고있구나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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