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최근 2년 간 한국과 타이완에서 MZ세대를 중심으로 ‘Y2K’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Y2K’란 연도를 뜻하는 Year, 숫자 2, 숫자 1000을 뜻하는 Kilo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Year 2000)로, 원래는 1999년 12월 31일에서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갈 때 컴퓨터가 날짜나 시각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오작동할 수 있다는 문제였는데, 20년이 지난 후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의 생활 양식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특히 2022년 데뷔한 한국 걸그룹 ‘뉴진스’가 2000년대 감성을 담은 의상 스타일과 무대 콘셉트를 선보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뉴진스의 최신 뮤직비디오는 타이완에서 촬영한 것으로, 타이완의 전통 매점, 철도, 골목과 동내에서 올드스쿨 힙합 퍼포먼스가 펼쳐져 요즘 걸그룹 중 보기 드문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냈습니다.
2번째 밀레니엄을 맞아 타이완 정부와 공기업들이 2000년 문제에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고, 이제 막 민주화된 사회는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 차 수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습니다. 민주선거로 이루어진 첫 정권교체, 첫 타이완인 아카데미상 수상자 리안(李安) 감독, <유성화원(流星花園)>을 비롯한 타이완 드라마 대폭발… 2000년대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한 신시대죠. 밀레니엄 2년 전인 1998년, 84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가 타이완에서 상영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큐멘터리 영화제 TIDF(타이완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중요한 영상 형식으로 교육, 사회운동, 정치개혁 등 분야에서 관건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TIDF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다른 주최측을 거쳐 타이베이에서 개최되었으며, 2006년부터 2012년까지는 타이중(台中)에 있는 국립타이완미술관의 업무로 변경되었습니다. 2014년에야 다시 타이베이로 돌아와 신베이(新北)에 위치한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TFAI)에 상설사무소를 설립했습니다. TIDF는 그 해부터 센터의 주요업무 중 하나가 되어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발전과 보급에 주력해 왔습니다. 지난주는 2024 TIDF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TIDF 주최측인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978년 설립된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는 타이완의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 미디어 자산의 소장, 보존, 연구, 복원을 위한 행정법인으로, 문화부의 감독을 받습니다. 설립 당시의 명칭은 ‘국가영화자료관’이었고, 사무실은 타이베이 시내 칭다오둥루(靑島東路)에 있었습니다. 문화부는 2014년 영화보존 외 해외시장 진출, 교육진흥, TIDF 개최 등 새로운 임무를 국가영화자료관에 부여하고 자료관 명칭을 ‘국가영화센터’로 변경했습니다. 이어 2016년 타이완어 영화 60주년을 맞아 정리쥔(鄭麗君) 전 문화부 장관과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시시장의 공동 추진으로 신베이 신좡(新莊)에 새로운 국가영화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현 명칭으로 변경된 후 각종 미디어의 보존과 연구에 힘써왔고, 신좡의 새 빌딩은 2022년 정식으로 개관했습니다.
신좡은 타이완 북부에서 가장 일찍 발전된 지역의 하나로, 타이베이 멍자(艋舺), 다다오청(大稻埕) 이전 부북지역의 가장 중요한 상업 항구였습니다. 타이완 경제가 1970년대 빠르게 성장하면서 타이베이, 신베이, 타오위안 사이의 교통 요충지로서 제조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신좡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즐비한 공장이겠지만,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가 위치한 곳은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도심입니다. 사실 신좡의 공장들이 1990년부터 인근 타오위안, 우구(五股) 등 곳으로 이전되기 시작하면서 신좡은 점차 공업단지의 이미지에서 벗어났습니다. 특히 신베이시정부는 2000년 이후 신좡 북부에서 상업 기능을 위주로 하는 ‘부도심(副都心)’ 도시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부도심 지역은 타이베이 신이구(信義區) 못지않는 번화가로 탈바꿈했습니다. 2022년 개관한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는 바로 부도심의 원이루(文藝路 문예로, 문화예술의 길)에 자리잡았습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신좡 부도심 - 사진: CNA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에서는 주말마다 일반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영화를 방영하는데, 센터에서 복원한 옛날 영화는 물론, 시즌 테마 또는 진행 중에 있는 영화제의 관련 작품도 많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오는 6일부터 7월 28일까지 진행되는 테마는 ‘그녀의 뉴웨이브 영화(她的新電影)’로, 여성 영화인의 관점에서 타이완 영화산업 중 여성의 역할 변화를 살펴봅니다. 1980년대 타이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실주의 영화를 추진하는 ‘타이완 뉴웨이브 영화 운동(Taiwan New Cinema)’이 일어나면서 일반대중의 삶에 밀착한 많은 우수 작품들이 나타났습니다. 비록 여성 영화인들은 남성과 동등한 인정과 기회를 얻기는 어려웠으나 영화 속 여성 캐릭터의 묘사는 연약한 이미지를 벗고 진보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현대 여성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당시 영화 공부를 위해 해외로 떠난 여성들이 많았지만, 귀국 후 남존여비의 사회관념 때문에 꿈을 포기하거나 영화 창작을 미루거나 작품 형태 때문에 뉴웨이브 영화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류에서 제외된 여성 영화들이 오늘날의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센터는 특별히 이 테마를 기획했습니다.

오는 6일부터 7월 28일까지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에서 진행되는 특별 방영 프로젝트 ‘그녀의 뉴웨이브 영화(她的新電影)' - 사진: 센터 홈페이지
이번에 상영되는 총 29편의 영화는 ‘뉴웨이브 영화 속의 그녀’와 ‘뉴웨이브 영화 밖의 그녀’ 두 섹션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여성 감독, 배우 또는 작가가 제작한 뉴웨이브 영화, 후자는 뉴웨이브 영화에서 배제된 여성 영화입니다. 개막작은 타이완 여성주의 소설의 선구자인 리앙(李昂)의 《남편 죽이기(殺夫)》를 각색한 동명영화로, 가부장제에서 억압받는 여성들을 다루며, 개봉 이후 가정폭력 방지와 여성 권익 증진에 관한 입법을 촉진시켰습니다.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는 1984년 개봉한 이 영화의 디지털 복원 작업을 올해 초 완성했으며, 디지털 버전이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홍웨이링(洪瑋伶) 큐레이터는 테마 제목에서 ‘그녀들’이 아닌 ‘그녀’를 선택한 이유는 당시 남성 영화인들에 비해 여성 영화인들이 힘을 합쳐 공동체를 구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여성 개인의 시각으로 보는 뉴웨이브 영화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남성 중심의 영화산업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여성들에게 갈채를 보내려면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타이완 영화, 텔레비전, 라디오 등에 관심이 있다면 국가영화 및 시청문화 센터를 추천드립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신좡 부도심에서 산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엔딩곡으로 자기사랑을 강조하는 노래, 티앤푸전(田馥甄, Hebe)의 노래 ‘LOVE!’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她的新電影〉,國家電影及視聽文化中心。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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