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지난 15일 총통부에서 미국의 드래그 퀸 리얼리티 TV쇼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RuPaul's Drag Race)> 시즌16의 타이완인 우승자 님피아 윈드(Nymphia Wind, 본명 曹米駬 차오미얼)를 접견했다는 소식, 저희는 뉴스 시간에서 보도한 바 있는데요.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이틀 앞두고, 님피아 윈드는 총통부로 초청되어 드래그 퀸 퍼포먼스를 선보였습니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구를 사랑할 수 있겠느냐”며, “님피아는 타이완인에게 나답게 살 용기를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님피아는 드래그 퀸이 총통부에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일 것이라며,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고 타이완에 많은 1위를 만들어 준 차이 총통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아 2018년부터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고 있는 님피아는 바나나, 버블티, 타이완식 오페라인 거자이시(歌仔戲), 타이완의 고유식물 황련화(黃蓮花, 노란색 연꽃) 등 타이완 요소를 퍼포먼스 의상과 접목시켜 타이완인의 정체성을 부각시켜 왔습니다. 지금 구글에서 중국어 ‘妮妃雅’ 또는 영어 ‘Nymphia Wind’를 검색하면 움직이는 바다다 아이콘이 나타나는데, 이 바나나를 클릭하면 버블티에 들어있는 타피오카 펄이 나올 겁니다. 구글까지 이 퀸에게 존경을 표했을 만큼 님피아는 이 프로그램의 첫 타이완 우승자이자 두 번째 아시아 우승자로서, 소속 단체와 함께 올 여름 파리에서 열리는 ‘문화 올림픽(Olympiade Culturelle)’에서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젠더 이슈에 있어 본보기가 된 님피아처럼, 타이완 문단에서 동성애자의 정체성 문제를 문학작품에 담은 작가가 많은데,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뤄위쟈(羅毓嘉), 중민루이(鍾旻瑞), 천쓰홍(陳思宏), 츄먀오진(邱妙津), 리친펑(李琴峰), 양솽즈(楊双子) 등이 모두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궈챵성(郭強生)이 1991년 31살 때 부모에게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후 그의 부모는 “우리는 너를 장애인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동성애를 질환으로 간주한 보수적인 사회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첫 아시아 나라로 탈바꿈한 타이완은 이미 큰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영어영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궈챵성은 항상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차이밍량(蔡明亮) 감독의 《애정만세(Vive L'Amour)》를 보여주는데, 이 영화는 1990년대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하여 육체관계만 있고 정신적 교감이 없는 도시 남녀의 외로움을 그려냈습니다. 영화에서 모두가 사랑을 갈망하지만 아무도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했습니다. 궈챵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타이완 언론 ‘미러 주간(鏡週刊)’과의 인터뷰에서 50살 때 애인과 헤어지고 첫사랑이 자살했으며, 어머니와 친형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면서 집에는 치매에 걸린 90살 아버지와 자신만 남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창작을 통해 짙은 상실감을 풀어내고 혼자 사는 법을 배웠지만 ‘만세하지 못하는 사랑’은 늘 그의 작품의 핵심 과제입니다.
궈챵성은 소설 《피아노를 찾는 사람(尋琴者)》응 통해 2020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2021년 연합보 문학상 대상, 2021년 타이베이 국제 도서전 문학상 대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소설은 음악천재라 불리던 40대 피아노 조율사와 60대 사업가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별 왕래가 없었던 두 사람은 사업가 아내의 죽음으로 친해지며 중고 피아노 장사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피아노 조율사는 어릴 적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학교 음악 선생의 협조를 통해 젊고 유능한 피아니스트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연주법을 가르치는 대신에 어떻게 음악과 교감하는지, 어떻게 음악을 감상하는지에 관한 훈련만 시켰습니다. 어린 학생은 이 과정에서 피아니스트에게 애정이 생겼으나 함께 연주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은 피아니스트의 배신 때문에 그의 소중한 피아노를 긁었고 자신의 손으로 한 여름밤의 꿈을 끝냈습니다. 상류층만이 들어갈 수 있는 음악계에 속하지 않는다고 자각한 학생은 결국 피아니스트의 길을 포기하고 피아노 조율사가 되었습니다.
피아노하면 피아니스트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피아노를 제일 잘 아는 사람하면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조율사입니다. 피아노와 연주가 사이에 있는 조율사는 피아노의 조율, 정음, 분해, 조립, 수리 등을 담당하며 무대 뒤에 숨어있는 기술자입니다. 피아노 또는 무대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방관자 같은 직업적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조율사는 오랫동안 사업가 아내의 피아노를 담당했는데, 사업가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피아노를 처리하기 위해 사업가와 가까워졌습니다. 음악을 모르는 사업가는 조율사와의 교류를 통해 옛일을 추억하면서 아내의 속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고, 조율사는 사업가 아내의 피아노를 연주함으로써 젊은 시절의 한을 풀려고 합니다. 저자는 조율사의 직업적 특성을 통해 남의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두 남자의 내면을 묘사했습니다.
두 사람은 중고 피아노 장사를 하기 위해 미국의 중고 피아노 공장을 방문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피아노를 찾기 위해서였지만, 실은 지나간 청춘과 사랑을 되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저자는 “모든 관계는 균형을 이루어야 이어질 수 있다”고 작성했는데, 조율사는 사랑했던 피아니스트를 찾기 위해, 사업가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아내를 잊기 위해 미국에 갔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혐오해온 조율사는 피아노 공장에서 버려진 피아노들을 보고 상처가 있는 피아니스트의 피아노를 떠올리면서 무너졌습니다. 피아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피아노를 파괴했던 기억이 그의 마음속을 맴돌고 그를 끝없는 구멍으로 밀어넣었습니다.
궈챵성은 고독은 사람을 죽도록 괴롭히는 고통이라며,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고 자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독과 함께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설 말미에 피아노 사업을 포기한 조율사는 소련의 피아노 연주자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고향을 혼자 갔는데, 그곳에서 안내원의 허락을 받아 대가의 피아노를 치기로 했지만, 피아노에 곧 무대에 오를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아 생각을 접었습니다. 사업가와의 만남을 통해 조율사는 마음 밑바닥에 있는 아픈 응어리를 풀고 자신을 용서했습니다.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고독을 마주해야 하죠. 궈챵성의 말처럼 고독과 함께라면 외롭지 않을 겁니다. 더 나아가 고독을 즐기면 행복이 되겠죠.
살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하물며 성적 취향 때문에 차별을 받는 성소수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피아노를 찾는 사람》은 세상의 모든 외로운 영혼을 담은 작품이자 궈챵성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외로움을 마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에게 조금만 솔직해지면 덜 외로울 텐데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래 모습을 안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가수 우원팡(吳汶芳)의 노래 ‘고독의 총합(孤獨的總和)’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曹馭博,「靈魂:一個尚可憶起的玩笑——讀郭強生《尋琴者》」琅琅閱讀。
2. 李振豪,「【一鏡到底】愛情不必萬歲 郭強生」,鏡週刊。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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