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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중화민국 총통 취임식에 관한 모든 것

  • 2024.05.22
랜드마크 원정대
제16대 중화민국 총통 취임식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5월 말입니다. 타이완은 일주일 째 이어진 화창한 초여름 날씨에 이어 지난 20일 저녁 장마철에 접어들었습니다. 제16대 중화민국 총통 취임식이 처리진 이날 오전, 하늘에 구름이 잔뜩 껴 있고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차이잉원(蔡英文) 전 총통은 시원한 바람 속에 8년 간의 임기를 마치고 국가원수의 배턴을 라이칭더(賴清德) 총통과 샤오메이칭(蕭美琴) 부총통에게 넘겨줬습니다. 타이완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린 ‘샤오잉(小英) 총통’에게 국민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타이완인 사이에서는 ‘차이잉원 총통’보다 친근감이 있는 ‘샤오잉 총통’을 더 자주 말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직업 중 하나인 타이완 총통 자리에서 물러난 샤오잉은 입양한 고양이 2마리와 강아지 4마리를 데리고 총통 관저를 떠났습니다.

중책을 맡게 된 라이 총통은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 샤오 부총통과 함께 타이완을 방문한 외빈들을 새우낚시터로 초대해 타이완 특유의 새우낚시와 새우구이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같은 시각 총통부 앞에서는 중화민국 국기와 우방국 국기들이 바람에 펄럭이며 취임식 리허설이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치 하늘이 도와준 것처럼 취임식 당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고 모든 퍼포먼스가 무사히 마무리되었습니다. 라이 총통은 ‘민주·평화·번영의 신타이완 건설’을 주제로 한 취임사에서 중화민국 타이완의 자주성을 강조하면서 양안 간 현상 유지의 뜻을 밝혔습니다. 타이완은 이날 구름을 뚫고 땅을 비추는 빛처럼 수많은 어려운 속에서도 굴북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저와 백조미 팀장님은 취임식 당일 총통부 앞에서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는데, 소리가 작게 들렸다는 점에 죄송한 말씀을 드리며, 오늘은 라이브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의 동행 아래 총통부를 떠난 차이 전 총통 - 사진: CNA

타이완에서 5월 20일은 4년마다 열리는 총통 취임식 외에도 연인 사이에 꼭 챙겨야 하는 중요한 기념일인데요. 520의 중국어 발음이 ‘사랑해(我愛你)’와 비슷해서 사랑을 표하는 날입니다. 그렇다면 이날에 총통 취임식을 하는 이유도 사랑과 관련이 있을까요? 중화민국 헌법이 1947년 시행되면서 제1대 총통 선거는 1948년 거행되었는데, 당시에는 국민이 직접 투표하는 직접 선거가 아니라 국회의원이 대신 투표하는 간접 선거로, 총통과 부총통 선거가 별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총통 선거는 최고권력자였던 장제스의 당선이 확실했지만 부총통 선거는 파벌 문제로 4차례 투표 끝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선거 일정이 길어짐에 따라 취임식은 5월 10일에서 5월 20일로 미뤄졌습니다. 그 후 모든 중화민국 총통이 이날에 취임했죠. 그래서 정답은 사랑과는 전혀 상관없고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싸움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귀여운 취임식 기념품을 봅시다. ‘취임식 5보(五寶)’라 불리는 올해 기념품에는 메인 비주얼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모자, 생수 병, 타월, 배지, 호신부(護身符, 몸을 보호하는 부적)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자유를 상징하는 주황색, 민주를 상징하는 노란색, 자신감을 상징하는 초록색, 우호를 상징하는 파란색 등 4가지 색깔로 이루어진 메인 비주얼은 타이완의 가치와 정신을 담아 ‘타이완을 함께 만들어 나가며 민주의 길에서 전진하다’는 취임식 주제를 구현했습니다.


취임식 기념품 - 사진: Rti

기념 배지는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의 얼굴 문양, 그리고 강아지와 고양이 문양의 2가지 양식이 있는데, 반려동물이 가족으로 여겨진 요즘, ‘강아지냐 고양이냐’는 논쟁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정치인의 반려동물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6마리와 함께 사는 차이 전 총통 외에 샤오 부총통도 고양이 4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샤오 부총통은 지난해 주미대표 직을 사임하고 타이완으로 돌아왔을 때 입국하자마자 고양이 4마리의 상황을 체크하는 모습이 화제였습니다. 또한 차이 전 총통의 고양이 차이샹샹(蔡想想)이 바로 샤오 부총통이 화롄(花蓮)에서 발견한 유기묘입니다. 고양이파와 맞서기 위해 14년 전 유기견을 입양한 라이 총통은 강아지파를 자처하고 나섰습니다. ‘강아지냐 고양이냐’는 논쟁은 대선 기간에 민진당의 홍보 포인트가 되어 MZ세대 사이에서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차이 전 총통의 반려동물 '차이샹샹(蔡想想)' - 사진: 차이잉원 인스타그램


입국하자마자 반려동물 상황을 체크하는 샤오 부총통 - 사진: CNA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은 취임식이 끝난 후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으로 가 경축연회에 참석했습니다. 올해로 타이난 성(城) 건립 400주년을 맞아 관련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월대보름 전후에 열린 타이완 등불축제에 이어 총통 취임식도 타이난을 택했습니다. 네덜란드인이 1624년 타이난에 질란드아 요새를 세워 타이완 남부에 대한 식민지배를 시작하면서 타이완은 세계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타이완에서 가장 먼전 발전된 도시일 뿐만 아니라, 타이난은 다양한 먹거리로 유명한 미식의 도시입니다. 8가지 코스로 구성된 경축연회 메뉴는 타이완 5대 민족인 원주민, 민남인(閩南人, 중국 푸젠성 남동부 민남 지역 출신 한족), 하카인(客家人), 외성인(外省人, 1945년 이후 중국에서 타이완으로 이주한 한족), 신주민(新住民, 외국인 주민)의 특색요리를 담아 타이완의 다민족 문화를 보여줬습니다. 


취임식 경축연회에 출석한 라이 총통 부부 - 사진: CNA

타이난 자체의 우세한 조건 외에도 라이 총통과 샤오 부총통은 이 도시와 깊은 인연이 있는데요. 우선 라이 총통은 예류(野柳)가 소재한 신베이시 완리(萬里)에서 태어났지만 타이난 성공대를 졸업하고 타이난 여러 병원에서 일하다가 정계에 들어섰습니다. 타이난 선거구의 국민대회 대표, 입법위원, 타이난시장을 역임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 지방선거에서 72.9%의 득표율로 타이완 민주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타이완 전역에서 가장 친민진당의 선거구인 타이난은 라이 총통의 제2의 고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음으로 샤오 부총통은 일본에서 태어난 후 타이완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고향인 타이난에서 자랐습니다. 타이완 본토의식이 강한 타이난 신학교에서 교장을 맡은 아버지와 음악교사를 맡은 미국인 어머니에서 영향을 받아 진보적인 정치적 성형이 형성되었습니다. 타이난 명문여고인 타이난제일여자고등학교에 합격했지만 입학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샤오 부총통은 지난 4월 타이난여고로 초청되어 명예동문증을 받았습니다.

한편, 여소야대 정국에서 신정부는 많은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취임식을 사흘 앞둔 지난 17일, 여야 입법위원들이 쟁점 법안을 놓고 입법원에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법안을 강행하려는 야당 국민당, 민중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민진당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이날 저녁 입법원 밖에서 모여 야당을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항의했습니다. 2014년 해바라기 운동과 같은 국회점령 운동이 다시 일어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라이 총통은 취임사에서 “입법원의 의사운영에 있어 절차를 준수하며, 다수는 소수를 존중하고 소수는 다수에 복종해야만 충돌을 피하고 사회의 안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취임식은 무사히 끝났지만 신정부에 대한 시련은 이제부터입니다. 앞으로 라이 총통은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엔딩곡으로 2024년 대선 기간에 민진당의 로고송으로 선정된 셰밍유(謝銘祐)의 ‘길(路)’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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