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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생전 장례식” 중원인(鍾文音)의 ‘어머니 병중 3부작’

  • 2024.05.13
포르모사 문학관
불학으로 모녀 간 감정을 풀어낸 소설 《송별》로 2021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 대상을 수상한 작가 중원인(鍾文音) - 사진: CNA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 8일 한국 어버이날에 이어 어제 12일은 국제 어머니날이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따로 기념하고 있는데, 전자는 매년 5월 둘째 주 일요일, 후자는 아버지의 중국어 ‘빠빠(爸爸)’와 발음이 비슷한 8월 8일입니다. 국제 어머니날의 창시자, 미국인 여성 안나 자비스(Anna Jarvis)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념하기 위해 1907년 5월 둘째 주일예배에서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했던 카네이션을 상징으로 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그 후 교회, 선교사, 정부 인사의 추진으로 미국 의회는 1913년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고 세계 각국에서도 어머니날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 문단에서 어머니에 관한 작품하면 작가 중원인(鍾文音)의 ‘어머니 병중 3부작(母病三部曲)’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3부작은 병든 어머니를 돌본 과정을 기록한 에세이집 《만나지 않을 수가 없다(捨不得不見妳)》, 불학으로 모녀 간 감정을 풀어낸 소설《송별(別送)》,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일기처럼 쓴 에세이집 《결별기(訣離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머니가 병든 후 작성한 3부작 외에도 1998년 출판된 첫 장편소설 《여도기행(女島紀行)》을 시작으로 핵심 주제는 늘 어머니였습니다. 그는 《결별기》에서 “내 인생에서 변하지 않은 유일한 사랑은 어머니였고, 그 다음은 문학이었다”라고 작성했습니다. 30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어머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문학에 담았습니다.

중원인은 1994년 연합문학소설 신인상부터, 1998년 및 2000년 시보(時報)문학상, 2005년 린룽싼(林榮三)문학상, 우싼롄(吳三連)문학상을 거쳐 2021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대상과 2023년 연합보문학상 대상 등 권위있는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 어머니는 강인하고 화끈한 모습으로 등장했는데, 아이에게는 다소 무섭고 거리감이 있는 존재였죠. 거센 반항심은 그로 하여금 집을 떠나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뉴욕에서 2년 동안 유화를 공부했고 객원 교수로서 외국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중풍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10여 년 간의 방랑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무렵 어린 시절에 거인처럼 보였던 어머니는 생활 능력을 상실한 아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중원인은 지난해 9월 연합보문학상 시상식에서 “젊었을 때 문학상을 많이 받았지만 상금이 빼앗길까봐 어머니한테 말을 안 했다”며, “지금이라도 어머니가 여기에 계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지만 이미 늦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쓴다는 평론가의 비판에 대해 “평생 마음에 걸린 것은 버린다고 하면 바로 버릴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이 상은 나의 남은 인생을 소중하게 만드는 선물”이라고 언급했습니다. 

7년 간의 보살핌 끝에 그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와 동시에 각각 참회, 애도, 승낙을 의미하는 3부작도 완성되었습니다. 1부작 《만나지 않을 수가 없다》에서 그는 병원과 어머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를 오가며 글로 눈물을 담았습니다. 어머니가 걸었던 길, 어머니가 없는 텅 빈 집, 어머니가 깨끗이 정리한 서랍…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어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2부작 《송별》에서 주인공은 불교 경전에 나오는 효자 이야기 ‘목련구모(目連救母)’처럼 온갖 방법으로 죽을 지경에 이른 어머니를 구하러 했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티베트로 가서 불도를 배워 마침내 어머니라는 굴레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연합보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은 작가 뤄이쥔(駱以軍)은 2부작은 중원인의 가장 좋은 소설로, 죽은 자를 배웅하는 기묘한 과정을 그려냈다고 평가했고, 이에 중원인은 이 작품은 죽음을 예언하는 어머니의 생전 장례식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마지막으로 3부작 《결별기》는 어머니가 실제로 별세한 후 작성한 수필이자 산 자와 죽은 자를 달래기 위한 레퀴엠입니다. 중원인은 3부작을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습니다.

모녀 간의 감정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의 하나죠.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고 사랑 대신 미움만 쌓였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항상 너무 늦었을 때만 입에서 나옵니다. 한국의 레전드 가수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가 다룬 내용처럼 어머니는 딸이 훌륭한 인물이 되기를 바라며, 딸은 어머니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합니다. 어머니의 입장에서는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 너의 삶을 살아라!”, 딸의 입장에서는 “공부해라 그게 중요한 건 나도 알아 / 성실해라 나도 애쓰고 있잖아요 / 사랑해라 더는 상처받고 싶지 않아 / 나의 삶을 살게 해줘!”

어머니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신의 인생을 바치고, 아이가 자라는 동시에 어머니는 늙어갑니다. 좀 비관적으로 말하면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의 죽음이 카운트다운되는 것입니다. 타이완 가수 쉬자잉(徐佳瑩)이 시인 왕샤오먀오(王小苗)의 시집 《사악한 순수함(邪惡的純真)》을 각색해 ‘엄마가 가르쳐주신 것들(媽媽教會我)’이라는 노래를 발표했는데, 마지막 가사는 “엄머는 나에게 그를 떠나는 모든 방법을 가르쳐 주셨다(媽媽教會我 每一種 離開她的方式)”. 

어머니와의 관계를 묘사한 3부작 이전에 중원인은 여행문학으로 잘 알려졌습니다. 2000년 본격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한 무렵부터 여행에서 견문한 내용을 다루며 다양한 기행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고양이 성격의 여행자로 정의했는데,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성격입니다.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가는 로컬 맛집이나 랜드마크보다는 문학 대가들이 남긴 흔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한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어야 그가 사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작가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겁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프랑스 작가이자 영화 감독인 마르그리트 도나디외(Marguerite Donnadieu)와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의 발자취를 따라 파리에서 쓴 《연인의 도시(情人的城市)》, 러시아 소설가이자 사상가인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를 위해 모스크바를 가서 작성한 《대문호와 아이스크림(大文豪與冰淇淋)》, 미국 아티스트 아나 미디어타(Ana Mediata)와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작품을 자신의 유학 생활과 접목시킨 《외로운 방(孤獨的房間)》 등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도시와 여행만 쓴 것 같지만 실은 중원인의 내면세계와 사고방식이 담겨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틸 사진작가의 직업 경험과 미국 유학 경험을 통해 그래픽에 대한 나름의 견해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장면을 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래픽의 훈련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신작 《나무의 눈물(木淚)》에서 뛰어난 필치로 타이완 산림의 모습을 다루는 동시에 일본 식민지 시대, 제2차 세계대전, 백색테러 등 역사적 사실을 가미해 시대의 흐름 속에서 힘들게 버티는 상민, 그리고 대자연을 묘사했습니다. 3부작과는 전혀 다른 스토리와 기법으로 작가 생애의 다음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끊임없이 앞으로 달려가던 중원인은 병든 어머니 때문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7년 간의 보살핌을 통해 어머니를 다시 이해하고,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미안함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어머니날은 지났지만 우리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어머니한테 꼭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좀 어석할 수도 있지만 너무 늦기 전에 기회를 잡아 우리의 속마음을 말합시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鍾文音,《捨不得不見妳》。
2. 鍾文音,《別送》。
3. 鍾文音,《訣離記》。
4. 吳曉樂,「擅長悠遊各國的作家,最艱困的目的地是「母親」──讀鍾文音《捨不得不見妳》」,OKAPI。
5. 陳宛茜,「鍾文音:母親讓我知道『愛到不能愛,寫到不能寫』」,聯合新聞網。
6. Stella Tsai,「我最喜歡自由,寫作讓我自由 - 鍾文音」,台北文創天空創意節。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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