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최근 타이완에서 케이팝 콘서트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 5일부터 사흘간 가오슝(高雄) 드림몰(夢時代) 앞 광장에서 열리는 ‘2024 가오슝 비어 락 페스티벌(高雄啤酒音樂節)’이 지난 30일 케이팝 아이돌 8팀이 포함된 라인업을 공개했습니다. FT아일랜드, 엑소 찬열, 시우민, 첸, 샤이니 태민, 마마무 휘인,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 지코 등이 타이완을 찾아와 팬들과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예정입니다.
여름하면 바다, 바다하면 항구도시 가오슝입니다. 가오슝 샤오강(小港) 국제공항에서 바다 쪽으로 가면 타이완 유일의 해저 터널인 ‘과강 터널(過港隧道 궈강 터널)’이 있는데, 이 터널을 지나면 해산물로 유명한 마을 치진(旗津)입니다. 치진은 원래 타이완섬과 연결되어 있었으나 1967년 가오슝항 제2항구의 건설로 인해 섬이 되었습니다. 과강 터널이 1984년 완공되기 전까지 주민들은 주로 페리를 이용해 치진을 오갔습니다. 현재 페리는 교통수단 외에 유람선으로도 쓰입니다.
치진은 크지 않지만 다양한 해변 액티비티와 해산물 요리가 있어 당일치기 여행의 좋은 목적지입니다. 일몰명소인 치진해수욕장, 타이완 최대 조가비 박물관, 인스타 핫플레이스로 탈바꿈한 옛 군사용 터널(星空隧道)과 포루(旗後砲台), 35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치진마주묘(旗津天后宮) 등 랜드마크를 구경한 후 치진 옛 거리(旗津老街 라오제)에서 어묵, 오징어구이, 빙수 등 길거리 음식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페리는 자전거를 가지고도 탑승 가능하니 자전거 여행은 좋은 선택입니다. 매년 여름에 열리는 ‘치진 연 축제(旗津風箏節)’도 가볼 만한 이벤트입니다.

2023년 치징 연 축제 - 사진: 가오슝시관광국
다양한 관광코스 외에 치진은 타이완 역사의 산증인으로 19세기 가오슝항의 개항에 따라 가오슝이 항구도시로 탈바꿈한 과정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잔혹함까지 목격했습니다. 가오슝항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일본이 동남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거점이며, 군함과 선박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1944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일본군에게 잡힌 미군 포로들을 일본으로 호송하는 일본 선박이 가오슝항에서 미군의 폭격을 당했는데, 일본군은 포로들의 시체를 가오슝항 맞은 편에 있는 치진에 매장했습니다. 선박이 일본에 도착했을 때 1,500명의 포로 중 500명만 살아남았습니다. 2000년 이후 관련 기밀자료가 공개되면서 이 비극에서 희생된 포로의 후손들이 가오슝에 와서 애도한 바 있습니다.
또한 치진에는 2차 세계대전, 국공내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타이완인 병사들을 기리는 ‘전쟁과 평화 기념공원’이 있는데요. 1941년 진주만 공격 이후 전쟁이 격화되면서 일본은 타이완인 병사를 대대적으로 모집했고, 많은 타이완인들이 일본군이 되어 동남아시아 전쟁에 투입되었습니다. 일본이 패배하자 이들은 중화민국 정부에 의해 다시 징집되었고, 불행하게도 중국공산당에 포로로 잡혀간다면 중국인민지원군이 되어 한국전쟁에 투입될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 전쟁이 끝나고 타이완으로 돌아왔을 때 의기양양한 젊은이들은 몸과 마음이 지친 늙은이가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국공내전 기간에 징집된 쉬자오룽(許昭榮)이 바로 이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쉬자오룽은 국공내전 후 미국에서 임무를 수행했던 중 중국어판 《뉴욕 타임스》에서 타이완독립을 주장하는 해외단체인 타이완공화국에 관한 기사를 보고 타이완독립 사상을 타이완으로 가져오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시 그가 속한 군대에서는 중국에서 온 외성인이 대부분이라 타이완 토박이인 본성인들이 끼리끼리 어울리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항상 외성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본성인은 타이완독립에 찬성하지만 독재정권 아래 감히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사람은 매우 적었습니다. 타이완에 돌아온 쉬자오룽은 군대에서 타이완독립 사상을 알리다가 1985년 체포되어 외딴섬 녹도(綠島)에 있는 정치범교도소에서 10년의 수감생활을 보냈습니다.
출옥 후 스밍더(施明德) 등 민주화운동가를 성원했기 때문에 타이완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캐나다로 망명하다가, 1987년 타이완 민주화 이후에야 비로소 귀국했습니다. 고향 가오슝에 돌아온 그는 타이완독립 운동에 참여하는 동시에 퇴역병사의 복지를 쟁취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에 드디어 타이완인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익을 당당하게 쟁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이든 국공내전이든 타이완에서 타지로 떠난 병사들은 대부분 가오슝항에서 출발했는데요. 따라서 치진은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 볼 수 있는 고향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가오슝시정부는 2005년 치진에서 ‘무명 전사 기념비(台灣無名戰士紀念碑)’, 그리고 ‘전쟁과 평화 기념공원’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기념비를 다른 도시로 옮기고 기념공원의 명칭을 바꾸려는 가오슝시정부에 대항하기 위해 쉬자오룽은 2008년 무명 전사 기념비 앞에서 분신자살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기념비에 낙관을 찍는 것을 거부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과 기념공원 준공식에 참석하지 않은 셰창팅(謝長廷) 전 가오슝시시장을 비난했고, 극단적 선택을 통해 그 동안 정부로부터 외면당해온 퇴역병사의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기념비는 2015년 타이완 중부 난터우(南投)로 옮겨졌지만, 기념공원은 쉬자오룽 서거 1주년인 2009년 5월 20일 정식으로 대외 오픈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국공내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타이완인 병사들을 기리는 '전쟁과 평화 기념공원' - 사진: 위키백과
쉬자오룽의 노력과 희생으로 퇴역병사들의 이야기는 이 아름다운 해안 마을에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치진’이라는 명칭이 일본 식민지 시대에 설립된 시사 ‘기진음사(旗津吟社 치진인사)’에서 비롯된 것처럼, 시대의 비극을 목격한 치진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 지난 세월을 안고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치진을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맛있는 해산물 요리 외에도 타이완의 아픈 과거가 담긴 랜드마크에 들어가보세요!
엔딩곡으로 더위를 식히는 노래 한 곡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오슝 출신 인디밴드 The Fur.의 ‘Stay with me’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品彣,「【旗津】駛向臺灣的地獄航行:載運戰俘淚水與拆船歲月,這些海底沉船還原了二戰的歷史現場」,故事。
2. 紀州庵松阪豬,「二次世界大戰下的高雄旗津」,歷史小豬愛說話。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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