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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막’에서 ‘문화 오아시스’로! 타이완의 항구도시 가오슝(高雄)

  • 2024.04.24
랜드마크 원정대
10년 만에 다시 가오슝(高雄)에서 전시된 '러버 덕' - 사진: 가오슝관광국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연일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타이완 남부 타이난(台南), 가오슝(高雄) 등에서는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돌면서 폭염경보가 확대되었습니다. 최근 타이완 남부 여행계획이 있다면 더위를 먹지 않도록 선크림, 모자, 양산 등을 착용할 것을 권장드립니다! 지난 13일 가오슝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케이팝 콘서트 ‘골든웨이브(GOLDEN WAVE)’에 이어 오는 7월 5일부터 사흘간 가오슝 드림몰(夢時代) 앞 광장에서 열리는 ‘2024 가오슝 비어 락 페스티벌(高雄啤酒音樂節)에는 8팀의 케이팝 아이돌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주최 측이 밝혔습니다. 올 여름 시원하게 보내려면 맥주 한 잔 하면서 음악 듣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타이완의 부산인 가오슝은 타이완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자 타이완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타이완 최대 항구인 가오슝항이 있고 북부 지룽(基隆)과 함께 타이완의 양대 항도(港都)로 꼽힙니다. 또한 타오위안 국제공항 다음으로 큰 샤오강(小港) 국제공항, 고속철도, 지하철 등 교통편이 잘 갖춰져 있어 외국인들이 접근하기에 쉬운 여행지이며,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2021년 여행 가볼 만한 52곳’에 선정된 바 있습니다.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패딩을 입는 사람이 가오슝 사람”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일년 내내 더운 편입니다. 강력한 햇빛, 여름의 맛을 환기시키는 바다냄새, 타이완 남부지역 특유의 달콤한 음식과 사람들의 열정… 같은 대도시지만 타이베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부산이 좋다면, 쌍둥이 도시 가오슝도 절대 놓치지 마세요!

옛날 가오슝은 해적 방어를 위한 대나무 숲을 의미하는 ‘다까우(打狗, takau)’로 불렸는데, 지명에 ‘개’자가 붙어있기 때문에 일본 식민지 시대에 발음이 비슷한 일본어 ‘다카오(たかお)’로 개명되었습니다. 추가로 다카오는 쿄토에 있는 산으로, 한자로는 가오슝(高雄)입니다. 가오슝의 발전은 17세기 네덜란드 시대로 거슬로 올라갈 수 있는데, 당시 네덜란드인이 타이난에 질란디아 요새를 세워 가오슝 일대의 원주민을 물리친 후, 한족을 타이완으로 이주시켜 체계적인 개간을 시작했습니다. 가오슝은 타이완의 행정중심이었던 타이난과 인접해 있다는 우세로 작은 어촌에서 설탕, 쌀, 소금, 수산품 등을 운송하는 중요한 항구로 탈바꿈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 정부는 지리적 우세를 지닌 가오슝을 동남아로 식민세력을 확장하는 교두보로 삼아, 가오슝항의 현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타이베이에 있던 타이완총독부를 현재 가오슝 그랜드호텔의 자리로 옮기기 위해 가오슝에 바둑판식의 각자형 도로망을 세웠습니다. 비록 해당 계획은 일본의 패배와 함께 끝났지만 지금 가오슝에 가면 여전히 깔끔하고 네모난 도로망을 볼 수 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오슝시정부는 10개 주요 도로를 중화문화의 미덕을 담은 ‘일심(一心), 이성(二聖), 삼다(三多), 사유(四維), 오복(五福), 육합(六合), 칠현(七賢), 팔덕(八德), 구여(九如), 십전(十全)’으로 명명했습니다. 그래서 가오슝의 도로는 타이완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외우기 쉬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본 식민지였던 타이완은 제2차 세계 대전 후기에 미국으로부터 심각한 폭격을 당했는데, 가오슝은 폭격의 주요 목표로 기차역, 경찰서, 우체국, 시정부인 주청, 병원, 은행, 백화점, 극장, 신문사, 학교, 설탕공장 등 랜드마크 모두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는 ‘가오슝 대공습(高雄大空襲)’이라 불리며, 보드 게임과 노래로 각색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타이완은 승전국인 중화민국의 일부로 광복되었지만, 폭격을 당한 비참한 역사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 가오슝 출신 밴드 ‘소화기(滅火器, Fire EX.)’의 노래 ‘1945’를 띄워드리겠습니다.

1945년 이후 중화민국 정부는 가오슝시의 항구 및 중공업 기능을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가오슝에 조선소, 철강공장, 정유 공장 등을 설립했습니다. 1970년대 타이완의 인프라 건설을 개선한 ‘10대 건설 계획(十大建設)’ 중 5개 항목이 가오슝과 관련되며, 이는 가오슝이 중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포지션을 확립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공업에 치중하는 정책은 가오슝에 많은 오염과 문제를 가져왔는데요. 우선 환경 측면에서는 타이완에서 대기오염이 가장 심각한 상위 3곳은 모두 가오슝 지역에 있고, 가오슝의 주요 하천, 사랑의 강이라는 뜻의 ‘아이허(愛河)’가 심한 오염으로 인해 사랑을 받지 못한 강으로 조롱받기도 했습니다. 이어 문화 측면에서 1990년대 말까지 가오슝에는 종합대학 하나, 문화센터 하나밖에 없었고, 도서관도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언론들로부터 ‘문화 사막’이라고 비웃음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오슝시정부는 2000년대에 들어 문화 산업과 환경 개선 작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대표 성과로는 타이완 3대 영화 페스티벌의 하나인 ‘가오슝 영화 페스티벌’, 타이완 최대 뮤직 페스티벌인 ‘메가포트 페스티벌(大港開唱)’, 그리고 2009년 가오슝에서 개최된 ‘월드 게임(World Games)’ 등이 있습니다. 또한 2014년 가오슝 시내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로 환경 오염 문제와 산업 전환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20년이 넘는 노력 끝에, 이제 가오슝은 문화 사막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양한 문화 콘테츠를 보유하는 ‘’문화 오아시스’로 탈바꿈했습니다. 특히 항구도시로서 네덜란드, 중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여 가오슝만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심하게 오염된 아이허도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오슝의 랜드마크로 다시 부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오슝하면 한궈위(韓國瑜) 현 입법원장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과거 국민당이 장기 집권했던 가오슝은 1998년 셰창팅(謝長廷) 전 민진당 당대표가 시장으로 당선된 후부터 2018년 한궈위가 당선될 때까지 20년 간 민진당의 판도였습니다. 그러나 한궈위는 취임한 지 1년 반 만에 2020년 총통 선거에 출마했고, 차이잉원 현 총통에게 패배한 뒤 가오슝 시민들로부터 파면되어 타이완 역사 상 최초로 파면된 지방장관이 되었습니다. 그 후 천치마이 현 가오슝시시장이 보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지난 1월 치러진 선거에서 가오슝 선거구의 입법위원 8석은 모두 민진당 후보가 승리했고, 민진당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도 가오슝에서 약 49%의 득표율을 기룩했습니다. 비록 2018년 한궈위 열풍이 있었지만 가오슝은 여전히 민진당의 고정표가 많은 곳으로 여겨집니다.

최근 타이완 여행 계획이 있다면 타이베이를 비롯한 북부지역 외에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가오슝도 좋은 선택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許 宏德,『打狗』為何變成『高雄』?『高雄』到底是什麼意思?」,薰風。
2. 李珮雲,「高雄『一心到十全』由來?竟是小科員功勞」,中時新聞網。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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