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역사를 생생하게 증명하는 중앙통신사
통신사란 신문사나 방송국에 뉴스를 공급하는 독자적인 회사를 일컫습니다. 통신사의 역사는 19세기 유럽 내 제국주의와 확산으로 프랑스, 영국 등이 다른 나라의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협력 체제를 구축한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영국의 로이터가 그 대표적인 사례지요. 한국에서의 통신사 역사도 19세기 말,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 최초의 민간신문인 독립신문은 1897년 영국 로이터와 외신수급 계약을 최초로 맺었고, 일제강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1906년에는 일본 통신사가 해외 첫 사례로 대한제국 한양에 지국을 차렸습니다. 즉 통신사는 제국의 확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앙통신사(中央通信社, Central News Agency, 약칭 중앙사)는 중화민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뉴스통신사입니다. 한국에 연합뉴스, 일본의 교도통신, 미국의 AP, 중국에 신화통신이 있다면 중화민국 타이완에는 중앙통신사가 있는 것입니다. 1924년 국민당의 첫 당영 문화사업으로 시작된 중앙사는 중국 광저우에 첫 본부를두었습니다. 이후 국민혁명군이 점차 북벌함에 따라 중앙사 본부도 난징에서 충칭, 다시 난징, 마지막으로 국공내전 후에는 타이완으로 이전을 거듭했습니다. 북벌, 중일전쟁, 국공내전, 타이완 광복, 국민당 정부의 타이완 이전 등 소용돌이 치는 중화민국의 역사 한복판에 바로 중앙사가 있었습니다.
1924년 중국 광저우에서 출발한 중앙사는 2024년 올해 100주년을 맞아았습니다. 과거 공군사령부에서 지금은 현대문화 실험장으로 거듭난 타이베이 C-LAB에서 기념전을 가졌습니다.
타이완 현대 문화 실험장 C-LAB: 한 시대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에서 현대예술 실험장으로
타이베이시 젠궈난루와 중샤오동루 3단 교차로에 위치하는 C-LAB의 정식 명칭은 ‘타이완 현대 문화 실험장 C-LAB(臺灣當代文化實驗場 C-LAB))’ 입니다. C-LAB이 위치하고 있는 곳은 타이베이 다안취로 작년 1월 방송에서 소개해드린 주말에만 연다는 젠궈 꽃시장과 멀지 않습니다. (2023/01/18 ‘젠궈 주말 꽃시장과 사계귤 나무’ 방송 다시듣기) 주변에는 타이베이 지하철 블루라인과 브라운라인이 만나는 시내 교통의 중심지, 중샤오푸싱역(忠孝復興) 있어 접근도 쉽고요.
그런데 막상 C-LAB에 도착하면 왠지 예술문화와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여느 시립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실과 달리 건물은 2~3층의 낮은 층고에 어떠한 꾸밈이나 세련미가 전혀 없이 과거 건물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양상입니다. 심지어 이런 무미건조한 건물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채 있고, 꽤나 큰 공간을 사이에 두고 듬성듬성 놓여있죠.
타이완의 현대문화를 창의적으로 육성하는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세워졌다는 C-LAB은 사실 과거 공군총사령부 기지였습니다. 국민정부 이전 일제시기에는 타이완 총독부 공업연구소였죠. 타이완 총독부가 타이완의 공업 발전을 목적으로 토지를 매입해 공업연구소를 바로 이곳 C-LAB 자리에 준공했고, 이후 국민정부가 1948년 부터 이 부지를 국방부 용지로 사용하다 이듬해인 1949년 중화민국 국방부 공군총사령부를 세웠던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8년이 되어서야 음향이나 영상 등을 실험하는 지금의 타이완 현대문화 실험장, C-LAB으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중앙사 100주년 기념전(百年轉身.自由永續-中央社百年風華攝影暨文物展 )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은 중화민국 타이완의 최초 통신사, 중앙사는 C-LAB 연합식당 전시공간(聯合餐廳展演空間) 1층에서 기념 전시를 개최해, 지난 한 세기 간 중앙사 기자들이 남긴 사진과 유물들을 소개했습니다. 전시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들이었습니다. 1951년 타이베이시 첫 민선 시장 투표, 1897년 계엄해제와 1988년 농민운동 등 타이완 민주화 과정은 물론이고 베트남전, 이라크전,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 등 주요 전역이나 사스(SARS), 코로나19 등 재해 상황에서도 중앙사 기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당시 실황을 생생하게 기록했습니다.
1951년 한국전쟁 중 리자 중앙사 기자 외 사진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 당시에도 중앙사는 한국에 세 명의 기자를 파견했습니다. 당시 국제뉴스를 다루던 기자 리자(李嘉), 정언보(曾恩波), 린정치(林徵祁)가 한국전쟁의 최전선으로 직접 뛰어들었는데요. 이 셋은 한국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파견된 중화민국의 첫 기자이기도 합니다.
100주년 기념전 에는 리자(李嘉) 중앙사 기자가 한국전쟁 취재를 위해 한국에 넘어와 1951년 한국의 육군 및 다른 외신 기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군복 차림을 한 총 여섯 명의 사람들이 군차 앞에서 찍었는데요. 가장 왼편의 두 사람은 서 있고, 나머지 네 명은 군차에 걸터 앉아있습니다. 리자 기자는 군차에 걸터 앉은 사람 중 가장 왼편에 있는 사람으로 수려한 외모를 자랑하는데요. 리자는 한국전쟁에 파견된 세 명의 중앙사 기자 중 가장 먼저 파견된 기자였습니다.
전시 설명을 담당한 거밍펑(葛明鳳) 중앙사 자료실 직원은 해당 사진에서 리자 기자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을 가리키며, 이 여성은 이후 이화여자대학교의 총장이 된 사람이라고 했는데요. <중앙사60년사>에 기록된 이 사진에 대한 설명에는 이 분이 당시 ‘한국 육군 부설 부녀 부대 대장’ ‘김중좌(金中佐)’이며, ‘여화대학(黎花大學) 총장 역임’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한국에는 ‘여화대학’이 없는 데다가, 만약 ‘이화대학(梨花大學)’의 오타인 점을 감안해 이화대학 총장을 역임한 사람 중 김씨를 찾아보면 김활란과 김옥길이 있는데 이 둘에서는 육군 여성 부대 대장을 역임한 이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진에 대한 사실 규명에는 보다 자세한 검토가 필요해보입니다. 다만 한국전쟁 당시 중화민국에서 파견한 첫 기자가 남긴 사진이라는 점, 그리고 한국의 최초 여군이라고 알려진 1950년 9월 조성된 ‘여자의용군 교육대’와도 관련된 사진일 수 있으니 이 사진의 역사적 가치는 상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타이베이시 C-LAB에서 열리고 있는 중앙사 100주년 기념전에서는 한 세기 동안 중화민국의 시선에서 기록하고 축적해온 국내외 현장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3월 30일부터 중앙사 100주년 기념전은 5월 2일까지 진행되며, 현장 방문이 어렵다면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중앙사 100년의 역사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중앙사 100주년 기념전 웹사이트: www.cna.com.tw/100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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