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최근 몇 년 간 타이완 최대 영화시상식 금마장을 보면, 타이완 영화 외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작품이 후보에 많이 올랐는데요. 반면 중국과 홍콩 영화는 제작비 규모가 비교적 작은 독립영화만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어권에서 가장 권위있고 오랜 역사를 지닌 시상식에는 왜 많은 중국, 홍콩 작품이 없을까요? 사실 중국과 홍콩의 주류영화는 중국 국가영화국이 지난 2019년 금마장 불참을 선언한 이후 이미 5년 연속 금마장에 결석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동남아 영화가 금마장에서 두각을 나태냈고, 베이징 당국의 정치 입장과 어긋나는 독립영화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중국의 금마장 불참 선언은 지난 2018년 제55회 금마장 다큐멘터리상의 수상자 푸위(傅榆) 감독이 수상무대에서 “우리나라(타이완)가 진정한 독립된 주체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것이 타이완인으로서 가장 큰 희망”이라고 밝힌 게 발단이 되었습니다. 당시 시상자로 나선 중국 배우 투먼(涂們)은 타이완독립을 옹호하는 푸 감독의 발언을 의식한 듯 “중국 타이완 금마장에 초청해줘서 감사하다”며 “양안은 한 가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그 해 금마장 심사위원장이었던 중국 배우 궁리(鞏俐)가 최우수작품상 시상자로 나오기를 거부했고, 대부분 중국 영화인들도 시상식 후 애프터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푸 감독의 수상작 <우리의 청춘, 타이완에서(我們的青春,在台灣)>는 2014년 해바라기 학생운동의 학생 대표인 천웨이팅(陳為廷), 그리고 타이완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한 중국인 대학생 차이보이(蔡博藝)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인데요. 객관성을 강조하는 일반 다큐멘터리와 달리 푸 감독은 어려움에 직면한 자신의 모습을 다큐멘터리에서 다루고 사회운동을 통해 타인에게 욕망을 투사하는 현상을 그려냈습니다. 수상소감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푸 감독은 언론(BIOS Monthly)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전사가 아니고 단지 타이완인으로서 존중받고 싶은 마음을 말했다”며, “내가 천웨이팅과 차이보이에게 욕망을 투사한 것처럼 사람들도 나에게 무언가를 투사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24일 간의 국회점령을 통해 정부의 독단과 국회의 졸속 행위에 대항하는 해바라기 학생운동, 올해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운동이 일으킨 파장은 아직까지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바라기 운동 6일째인 2014년 3월 23일 저녁, 정부의 소극 대응으로 시위대의 일부가 행정원을 점령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입법원 점령과 달리 경찰은 다음날인 3월 24일 새벽 진압부대와 물대포를 동원해 행정원 안팎의 시위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이는 1987년 타이완 민주화 이후 최대 규모의 유혈 진압입니다. 비록 잔혹성 측면에서 228사건, 백색테러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당사자에게는 큰 충격으로 남았습니다.
운동이 끝난 뒤 행정원은 주거침입, 훼손죄로 점령운동에 참여한 자들을 고소했고, 변호사 100여 명이 해바라기 변호인단을 결성해 법률지원에 나섰습니다. 2016년 민진당 정부 출범 후 행정원 점령운동에 참여한 126명에 대한 고소를 취소하는 한편, 법원은 2018년 시민 불복종 개념을 채택해 입법원 점령운동으로 기소된 2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행정원 점령 사건에서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한 안건 중 반수 이상이 승수했지만, 경찰을 고소한 자소 안건은 모두 패소로 끝났습니다. 2023년 감찰원은 조사보고에서 “경찰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폭력적 수단으로 시위대를 퇴거시켰다”는 결론을 내렸고 행정원, 내정부, 경정서(署), 타이베이시 경찰국, 타이베이시 지검에 시정을 권고했으나 단지 한 명의 경찰만 징계를 받았습니다.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경철도 많았지만 과잉 진압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해바라기 운동 기간에 많은 영화인들이 카메라를 들고 입법원에 들어가 이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했는데, 그 중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운동 전후 참여자들의 변화를 가까이서 관찰한 결과, 많은 젊은이들은 운동을 겪은 후 불면증, 이유없는 울음 등 불안 반응을 보였습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이 감독은 트라우마 연구의 전문가 펑런위(彭仁郁)를 찾아갔습니다. 중앙연구원에 재직 중인 펑 연구원은 감독을 통해 젊은이들과 직접 만난 후 동반자로서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 차례의 집단상담을 거친 후 펑 연구원은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상처를 안고 간다: 사회운동가의 트라우마와 치유 가능성’ 특별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지난 5월 20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 중앙연구원 민족박물관에서 열립니다.

‘상처를 안고 간다: 사회운동가의 트라우마와 치유 가능성’ 특별전시회 - 사진: 중앙연구원 研之有物
집단상담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행정원 점령운동 중 경찰의 무력진압을 당한 20-30대 였습니다. 운동에서 받은 충격은 운동의 끝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트라우마로 남았습니다. 수 년 간 재활치료와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사람도 있고, 운동 현장을 떠나 원래 인간관계에서 끊임없이 부딪히고 다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펑 연구원은 “상처에 대해서는 우리가 모 아니면 도의 함정에 빠지게 쉬운데, 다친 사람은 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쪽이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도움이 필요 없고 강한 쪽”이라며, “그러나 다친 사람은 마음이 강할 수도 있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이미 다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이원적 대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상처와 함께 간다’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모든 상처는 유일무이하기 때문입니다.

전시회의 첫번째 코너 '상처 코드' - 사진: 중앙연구원 研之有物
이 전시회는 코너 3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선은 318, 323-324, 228, 64 등 숫자로 이루어진 첫번째 코너 ‘상처 코드’입니다. 318은 입법원을 점령하기 시작한 3월 18일, 323-324는 행정원 점령운동이 벌어진 3월 23일과 24일, 228은 1947년에 일어난 타이완 반정부 봉기 228사건, 64는 1989년 중국 천안문 6.4 항쟁입니다. 이 운동들은 전 세계의 시민 역량을 단결시켜 대중들의 자주성을 보여줬습니다. 이어 두 번째 코너 ‘반항의 상상 공동체’에서는 익명 방식을 통해 해바라기 운동 참여자 7명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시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포기하는 대학생,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경찰에 맞선 30대 직장인, 시위 현장의 질서를 수호하는 전 직업군인… 7명 참여자는 1인칭 관점으로 자신의 트라우마를 토로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코너 ‘재통합, 재해석의 치유 가능성’으로 갑시다. 이 코너에서는 ‘치유 타임머신’이라는 공간에 들어가 집단상담의 녹음파일을 청취할 수 있는데요. 물론 실제 상담 내용은 아니고 상담을 모의하는 내용입니다. 전시를 통해 우리는 집단상담의 일원이 되어 트라우마의 핵심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10년이 지난 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좋은 변화든 나쁜 변화든 우리는 10년 전보다 훨씬 더 용감하고 강해진 거죠. 타이완은 해바라기 운동을 통해 얻은 성과와 교훈을 잊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엔딩곡으로 해바라기 운동을 응원하는 노래, 밴드 솜사탕(棉花糖, katncandix2)의 ‘곳곳에서 꽃이 피고 있다(遍地開花)’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我寧願大家早點失望——專訪傅榆:我不是女戰神|封面故事 2019・輯一」
2. 陳雨凡,「太陽花運動將司法打回原形?」,民間司法改革基金會。
3. 楊國文、謝君臨,「法院採認『公民不服從』概念 太陽花學運22被告全無罪」,自由時報。
4. 何光塵,與帶傷者同行!走一趟 318 社運抗爭者的創傷療癒歷程」,研之有物。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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