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오늘은 타이완 역사 상 최대의 아픔으로 남아 있는 228사건의 77주년입니다. 228사건은 1947년 2월 28일부터 같은 해 5월 16일까지 타이완 전역에서 일어난 반정부 봉기이며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최소 1만 명이 학살당했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여러 차례 228사건의 발생 배경, 사건 경과, 후속 조치 등에 대해 소개해 드렸는데, 오늘은 228사건 피해자의 이름으로 명명한 유일의 랜드마크, 타이난 시내에 있는 탕더장(湯德章) 기념공원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탕더장은 타이난 출신인 저에게 가장 익숙한 낯선 사람이었습니다. 오는 3월 15일 개봉할 탕더장의 다큐멘터리에서 228사건과 같은 해 개업한 타이난 리리빙수집(莉莉冰果室) 리원슝(李文雄) 사장은 “타이난 시민들이 매일 탕더장 기념공원을 지나다니지만 탕더장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부끄럽게도 타이난 출신인 저는 대학 때까지 기념공원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사람이 탕더장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중화민국 국부 순원(孫文)이었습니다.
탕더장 기념공원에는 왜 순원의 동상이 있었을까요? 기념공원이 소재한 곳은 일본 식민지 시대 도시계획으로 세워진 로터리로 7개 방면의 도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타이완문학관이 된 일본시대 타이난의 최고 행정기관인 타이난주청(台南州廳)이 로터리 맞은편에 있습니다. 1945년 일본이 패배함에 따라 로터리는 ‘민생녹원(民生綠園)’으로 개칭되어 새로운 시작을 맞이했으나 타이완인이 그토록 기다려온 조국은 피비린내 나는 학살만 가져왔습니다. 228사건이 발생한 지 2주가 된 1947년 3월 13일 시내 치안을 유지하러 나선 탕더장 변호사가 민생녹원에서 처형되었습니다. 처형 후 법원이 탕더장의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백색테러 시대가 시작되면서 228사건과 탕더장의 이야기도 타이난인들이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금기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민간기구의 기증을 통해 국부 동상은 1970년대 전후 민생녹원 한가운데에 세워졌습니다.

탕더장 기념공원 한가운데에 있었던 국부 동상 - 사진: http://deh.csie.ncku.edu.tw/poi_detail/32587
1980년대에 들어 민주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민진당 소속의 첫 타이난시장이 잊혀진 역사를 되찾기 위해 1998년 민생녹원을 탕더장 기념공원으로 개칭하고 그가 처형된 곳에 반신상을 세웠습니다. 이때부터 국부의 전신상과 탕더장의 반신상이 기념공원에서 공존하게 되었는데, 비교적 눈에 띄는 국부 동상은 탕더장의 동상으로 착각될 정도로 커 보였습니다.

탕더장 반신상 - 사진: 타이난시정부
그럼 지금 기념공원에 가면 국부 동상을 볼 수 있을까요? 정답은 X입니다. 타이난시정부는 2013년 국부상을 기증한 민간기구의 건의를 받아들여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낡은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후속 논의가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격화됨에 따라 2014년 동상 철거를 지지하는 사회단체가 앞장서서 국부 동상을 무너뜨렸습니다. 결국 타이난시정부는 동상을 철거하고 국부 동상 자리에 정치적 의미가 없는 예술 조각상을 세웠습니다.
이에 관해 타이난시 문화국은 “민생녹원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일본 정부는 이곳에 고다마 겐타로 타이완 총독의 동상을, 중화민국 정부는 국부상을 세우는 등 권위의 상징을 통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는데, 이러한 동상 뒤에는 타이완인의 아픔이 숨어있다”며, “도심에 있는 기념공원은 타이난의 역사를 담은 중요한 랜드마크로, 타이난의 현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국부 동상 자리에 있는 좡징원(莊靜雯) 조각가의 작품 <바람을 안는다(迎風)>는 어두운 밤에 바람을 안고 가는 댄서를 통해 타이난의 무궁무진한 생명력을 그려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지금 기념공원에 가면 국부 동상은 없고 우아한 조각상과 탕더장의 반신상만 볼 수 있습니다.

현재 탕더장 기념공원 국부 한가운데에 있는 좡징원(莊靜雯) 조각가의 작품 <바람을 안는다(迎風)> - 사진: https://www.mobile01.com/topicdetail.php?f=202&t=5968042
이어서 오늘의 주인공 탕더장 변호사의 이야기로 들어갑시다. 탕더장의 자료를 살펴보면 그가 여러 가지 성씨를 갖고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데, 탕씨 외에 린(林)씨, 일본 성씨 사카이(坂井)와 아리이(新居) 등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탕더장의 아버지는 타이난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경찰로 타이완인과 일본인의 혼인이 합법화되기 전에 타이완인 여성과 결혼해 탕더장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탕더장은 아버지의 성씨를 갖지 못해 어머니의 성씨인 탕씨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1915년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 최대의 항일사건에서 순직한 후 그는 삼촌에게 입양되어 일본 성씨로 개명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로 어린 시절을 힘들게 보냈지만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경찰 시험에 합격해 훌륭한 경찰이 되었습니다.
경찰 재직 기간에 탕더장은 혼혈 신분으로 차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특권을 누리는 일본인들로부터 갑질을 많이 당해 결국 경찰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후 타이완으로 돌아와 변호사 사무소를 개소해 고향 사람들에게 무료 상담과 저가 변호 등 법적인 협조를 제공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어머니의 성씨인 탕씨로 개명했고 1946년 타이완 참의원 후보로 선출되었으며 ‘인권 변호사’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투신했습니다. 정의감이 넘치는 탕더장은 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인망이 매우 두터웠습니다.
228사건이 일어난 후 학질에 걸림에도 불구하고 228사건처리위원회 타이난 지회 치안팀 팀장으로 추대되었고 타이난의 치안 유지에 나섰습니다. 당시 천여 명의 학생들이 거리에 나서 정부의 폭행에 대항하고 타이난시의 모든 참의원, 이장, 구장, 시민단체, 학생대표들이 당시 타이난시장의 유임을 부결했고 탕더장 등 3명을 시장 후보로 추대했습니다. 그러나 며칠 뒤 가오슝에 상륙한 군대가 타이난에 도착하자 무력 진압을 실시하고 탕더장을 체포했습니다. 탕더장은 체포되자 밤새 고문을 당했고 갈비뼈가 부러져도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현지인사와 학생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트럭에 묶인 채 타이난 시내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3월 13일 40세의 젊은 나이로 민생녹원에서 총살당했습니다.
처형 현장에 있었던 시민에 따르면, 탕더장은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끝까지 웃었습니다. 플라스틱 제조기업인 치메이(奇美)의 창립자 쉬원룽(許文龍)도 처형 현장의 산증인인데, 탕더장 옆집에 살던 그는 피비린내 나는 살인 현장을 목격했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탕더장의 고택이 재산권 문제로 철거될 뻔했을 때 개인의 명의로 70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3,000만 원, 2024/2/18 기준) 기부했습니다. 결국 탕더장 고택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탕더장기념관이 되어 지난 2021년 정식으로 대외 오픈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탕더장 기념공원과 연결되고 장제스 전 총통의 이름으로 명명된 ‘중정로(中正路)’도 ‘탕더장대로(湯德章大路)’로 개명되었습니다. 현재 기념공원 맞은 편에 있는 타이완문학관의 주소는 탕더장대로 1번지입니다.

탕더장대로 - 사진: CNA
현지인사와 정부의 노력 끝에 탕더장의 이야기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자이(嘉義) 출신 화가 천청보(陳澄波), 그리고 탕더장 변호사 모두 타이완의 앞길을 위해 죽기로 작정한 용감한 자입니다. 우리 모두 이들의 정신을 잊지 않고 언제나 독립적인 사고를 갖기를 바랍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인으로서 타이완어를 하지 못하고, 타이완인답게 살지 못하는 내용을 담은 노래, 어메이징쇼(美秀集團)의 ‘닭 한 마리(一隻雞)’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榮祥,「湯德章紀念公園國父銅像 將移置台南公園」,CNA。
2. 洪瑞琴,「湯德章紀念公園首件公共藝術『迎風之舞』今亮相」,自由時報。
3. 曹婷婷,「許文龍:歷史能原諒但不能忘」,中國時報。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