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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嘉義) 문화 투어~ 국립고궁박물원 남원(南院)

  • 2024.02.14
랜드마크 원정대
자이(嘉義) 타이바오(太保)에 위치한 고궁박물원 남원(故宮南院) - 사진: 국립고궁박물원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해피 발렌타인데이! 연인있든 없든 모두가 행복한 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지지난 주 타이완 TSMC가 자이(嘉義) 타이바오(太保)에 1나노미터 웨이퍼 생산 공장을 추가 건설할 소식을 소개해 드렸는데, 타이바오는 전형적인 농업마을로 최근 몇 년 동안 고속철도 타이바오역, 국립고궁박물원의 남부 분관인 남원(南院), 자이과학단지 등 새로운 건설이 가동되면서 산업전환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타이완 여행 필수 코스인 고궁박물원은 약 70만 개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 전시공간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천수이볜(陳水扁) 정부가 추진한 지역균형발전에 따라 덜 발전된 남부지역에 분관을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8개 후보지 중 자이 타이보아는 고속철도 인근의 우세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고궁남원의 예산안이 오랫동안 동결되었고 마잉주(馬英九) 정부가 출범한 후에도 태풍, 디자인 업체의 변경, 박물관의 운영방향 논란 등으로 공사를 여러 차례 미뤘습니다. 15년 간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총통 선거를 18일 앞둔 2015년 12월 28일 정식으로 개관했습니다. 개관을 맞아 고궁의 대표 소장품인 취옥백채(翠玉白菜)를 비롯한 문물이 남원에서 전시되기도 했습니다. 중국 예술사를 집대성한 타이베이 본관과 달리, 남원은 중화문화, 타이완문화, 아시아 문화를 융합하는 아시아 예술 박물관으로, 2017년부터 해마다 아시아 예술제를 개최해왔는데, 2023년까지는 인도, 싱가포르,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베트남, 한국이 주빈국으로 초청된 바 있습니다.

‘2023 아시아 예술제 – 한국의 달’ 이벤트가 지난해 9월 27일 화려한 한복 패션쇼로 막을 열었습니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42벌의 한복을 입은 전문 모델들이 머리를 들고 런웨이를 활보하는 장면은 장관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샤오종황(蕭宗煌) 고궁 원장이 빨간 한복을 입고 패션쇼 지도를 맡은 한국측 대표와 함께 런웨이에 등장해 행사의 열기를 고조시켰습니다. 샤 원장은 2023년 고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중 한국인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면서 갈수록 활발해지는 타이완-한국의 교류를 긍정했습니다. 멋진 패션쇼에 이어 ‘조선왕조와 청나라 궁정 예술의 만남’ 특별전시회, 한국 국립민속국악원의 ‘사물놀이’, 그리고 한국 예울국악회의 폐막공연 등 타이완에서 보기 드문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2023 아시아 예술제 - 한국의 달' 개막식에서 샤오종황(蕭宗煌, 좌) 고궁 원장이 빨간 한복을 입고 패션쇼 지도를 맡은 한국측 대표(우)와 함께 런웨이에 등장했다. - 사진: 국립고궁박물원

비록 지금 고궁 남원은 자이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 고궁 뒤에 숨겨진 정치적, 역사적 의미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 수 있는데요. 일본 언론인 노지마 쓰요시(野嶋剛)가  2012년 《두 고궁의 이합(兩個故宮的離合:歷史翻弄下兩岸故宮的命運, ふたつの故宮博物院)》을 출판해 외국인의 시각에서 양안 고궁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그는 책 서문에서 “고궁은 불가사의한 박물관”이라며 “각각 중국과 타이완에 있는데도 같은 이름을 쓰며 서로를 부정하지 않고 공존해왔다”고 묘사했습니다. 두 고궁은 바로 중화민국 타이완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상징이죠.

당시 국공내전에서 패배한 장제스가 정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베이징 자금성고궁박물관에 있던 일부 유물을 타이완으로 가져왔습니다. 언젠가 중국대륙을 수복할 거라는 기대 하에 애초에 타이베이 고궁은 전시, 교육, 연구 등을 위한 박물관이 아니었고 문물 창고에 더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저자는 1980년대 처음으로 타이베이 고궁을 방문한 기억을 회상하면서 “전시보다 컬렉션을 더 중시한다는 점은 참 불가사의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타이베이 고궁은 훗날 여러 차례의 개축공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 타이완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집권하면서 중화문화를 상징하는 고궁에 대한 개조 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요. 천수이볜 정부 기간 동안 고궁 원장을 맡은 두정성(杜正勝)은 “박물관은 시대 변화로부터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고궁은 민족·국가주의에서 세계주의로, 중화문화에서 아시아문화로, 단일한 관점에서 다원적 관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궁 남원의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정당 간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 남원 계획은 중화문화를 중시하는 국민당, 그리고 탈중국화, 다원화를 강조하는 민진당 간의 기싸움으로 번졌습니다. 특히 아시아문화를 주축으로 한 남원의 포지션은 고궁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습니다.

노지마는 남원 개관 후 타이완 비영리언론 보도자(The Reporter)를 통해 아래와 같은 평론을 했는데요. “중화문화에서 벗어난 고궁이라는 포지션은 남원의 가장 큰 특정인데, 그동안 문화박물관으로 운영하기보다는 정치적 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더 많아 앞으로 어떻게 아시아 가치를 선보이는지는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점차 주류가 되고 있는 타이완 본위의식, 그리고 박물관 운영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함께 고궁의 개혁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이데올로기 대립과 정당 간의 싸움에서 벗어나 국가박물관의 문화적 책임을 다하는지는 타이완의 큰 과제입니다.

고궁 역사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잠시 멈추고 남원의 인기 스팟과 최신 정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남원은 자이 시내와 다소 거리가 있지만 고속철도 자이역에 내려서 무료 셔틀버스를 환승하면 10분 정도만 걸립니다. 또한 폭넓은 단지에는 박물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과 액티비티가 제공되어 있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좋은 휴식공간입니다. 남쪽대문에서 북쪽대문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소요될 만큼 커다란 호수, 웅장한 다리, 일본 조각가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를 비롯한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야외미술관 등이 있으며 전시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도 가볼만 합니다. 또한 남원 맞은편에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설탕공장(蒜頭糖廠)이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미리 예약하면 꼬마기차를 타고 설탕공장에서 고궁 남원까지 갈 수 있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문화단지로 탈바꿈한 설탕공장까지 함께 구경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설탕공장 꼬마기차 - 사진: CNA

엔딩곡으로 발렌타인데이에 듣기 좋은 노래, 박물관으로 연인관계를 묘사하는 소다그린(蘇打綠, Sodagreen)의 ‘박물관’을 띄워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韓服走秀吸睛 故宮南院亞洲藝術節盛大開幕」,國立故宮博物院南院。
2. 野島剛,《兩個故宮的離合:歷史翻弄下兩岸故宮的命運》。
3. 野島剛,「故宮南院真能走出中華,走進亞洲?」,報導者。
4. 林怡廷,「迷航於台灣、中華、亞洲之間的故宮南院」,端傳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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