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 도심에는 ‘oo궁(宮)’이나 ‘oo사(寺)’로 끝나는 사원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용산사(龍山寺)와 행천궁(行天宮)과 같이 큰 도로 한복판에 있는 큰 규모의 사원도 있지만, 도심 골목 구석구석에는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작은 규모의 사원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죠.
서로 다른 종교와 신앙생활이 그 어느나라보다 자유롭게 공존하고 있는 타이완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도교와 불교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도교는 타이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신앙인데요. 약 30% 내외이며, 그 뒤를 이어 불교가 20% 내외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베이 시내에 교회나 성당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큰 규모의 이슬람 사원도 타이베이 시내 도로 한복판에 위치해있죠.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넘치는 나라, 타이완의 타이베이 시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종교 시설은 아무래도 도교 사원일 겁니다.
오늘은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는 타이베이 구도심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 대도정(大稻埕, 다다오청)의 3대 사원 중 하나인 츠성궁을 여행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3년 전 한국의 유명한 미식가인 백종원이 진행하는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대만편을 한 번즘은 보셨으리라 생각되는데요. 대만편에서 백종원이 소개한 타이베이의 다양한 미식 중 하나로 족발국수가 소개된 적이 있었죠. 그 이후로 이 집은 타이베이에 여행오는 한국인들은 꼭 들르는 맛집이 되었는데요. 바로 이 프로에서 소개된 족발국수를 파는 노포 뒤에 있는 사원이 바로 츠성궁입니다.
츠성궁 주변엔 앞서 말씀드린 족발국수 집 외에도 타이베이 시민들은 물론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타이베이의 찐맛을 보여주는 노포들이 모여있습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옐로우 라인의 12번째 역 다차오터우(大橋頭) 3번 출구에서 나와 충칭베이루 2단길을 따라 남쪽으로 300미터 가량 걸으면 한 초등학교가 나오는데요, 태평초등학교(太平國小)을 끼고 우회전을 하면, 타이베이의 세련된 도심과는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오래된 식당들이 줄지어 있고 식당 밖에는 오래된 원형 야외 테이블이 있어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분들이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하고 계시는데요. 낮에도 구애받지 않고 타이완 맥주나 고량주를 곁들여 식사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구도심의 느낌이 물씬나는 이 길을 따라 걷다 왼쪽으로 몸을 돌리면 바로 앞서 소개해드린 족발국수 집을 포함해 맛집 노포들이 몰려있는 좁은 골목길이 나오는데요. 여기가 바로 츠성궁 앞 미식의 거리입니다.

츠성궁 앞 작은 광장에는 오래된 노포에서 주문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간이 테이블이 설치되어 있어 오래된 나무를 그늘 삼아 식사 한 끼 하기 좋다. - 사진: Rti 서승임
타이베이 시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츠성궁은 사원보다는 맛집이 모여있는 장소로 통합니다. 츠성궁 앞 작은 광장에는 노포에서 주문한 음식들을 먹을 수 있도록 간이 테이블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죠. 그래서 사원 앞 여러 노포에서 돼지갈비탕, 작은 멸치가 들어간 고소한 볶음밥, 상어고기, 사선탕 그리고 다양한 반찬들을 다양하게 주문해 한 자리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마치 야시장처럼 말이죠.
츠성궁 앞 광장에서 타이베이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이 주는 기쁨 이상의 기분을 선사합니다. 역사가 오래된 사원 앞, 사원 만큼이나 나이를 지긋하게 먹은 나무들의 잎을 그늘 삼아 야외에서 식사를 하면 유적지를 단순히 눈으로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체득할 수 있죠. 현대적이고 세련된 맛집에서 결코 구현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을 이곳 츠성궁 앞 광장에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츠성궁은 무려 1800년대인 청나라 때 세워진 사원으로, 타이완을 대표하는 중요한 신인 마주()를 모시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도정에 있는 마주묘(大稻埕媽祖廟)라고도 불리죠. 대도정 주변에 있는 또 다른 사원인 청황묘(城隍廟), 전쥔묘(真君廟)와 함께 대도정 3대 사원이라고 불리는 츠성궁은 중국 푸젠성 취안저우에서 타이완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1864년 지어진 사원입니다. 160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츠성궁의 비석, 용기둥, 대들보, 석재 등은 모두 중국 샤먼 항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하는데요. 일제시기 도시 시정으로 인해 사원을 이전했지만 원래 건축 자재들은 그대로 보관 유지했다고 합니다. 타이완 사람들의 이민 역사와 함께하는 츠성궁은 현재에도 음력 3월 23일 마주 탄신일 축제를 거행하는 타이베이의 주요 장소 중 하나이죠.
흥미롭게도 타이베이의 사원은 각각이 모시는 신이 달라 어떤 신을 모시느냐에 따라 기원하는 내용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츠성궁에서 멀지 않은 대도정의 3대 사원 청황묘는 남녀 간의 혼사 및 혼인 운을 보는 대표적인 곳이고요, 신베이시 신좡에 있는 디좡안(地藏庵)이란 사원은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 싶을 때 찾아가 기도하는 곳입니다. 타이베이 좁은 골목 안 풍수지리가 좋지 않은 터에는 일부러 사원을 세워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는 장소로 만들어 놓기도 하죠. 한편, 마주를 모시고 있는 츠성궁은 특정된 기도를 위한 사원은 아니지만, 불운이나 안좋은 일이 있을 때 타이베이 시민들은 이곳 츠성궁을 찾아간다고 합니다. 타이베이 시민들의 안녕와 마음의 위안을 전해주는 도시 내 중요한 신앙 공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와 화려한 외관, 게다가 미식 거리까지. 타이베이 도심 속 타이완의 역사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츠성궁에 청취자님들도 꼭 한 번 와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적당한 바람이 부는 한 낮에 야외 간이 테이블에 앉아 오래된 사원을 바라보며 돼지갈비탕 한 그릇하는 기분이 참 좋습니다.
엔딩곡 일본의 한 인디 밴드 럭키 테잎스(Lucky Tapes)의 22를 띄워드립니다. 2014에 결성한 럭키 테잎스는 4년 뒤 발매한 EP 22에 앨범과 같은 제목의 싱글 22를 발표했는데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바로 오늘 소개해드린 츠성궁(慈聖宮)을 비롯해 타이베이의 도심을 배경으로 합니다. 신나는 디스코 리듬과 함께 시작되는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한 남성이 어두운 타이베이의 골목길을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시작합니다. 이어 다른 여성은 화려한 등이 비추는 츠성궁 내부를 걸어가는데요. 낮에 보는 츠성궁과 달리 밤에만 느낄 수 있는 황금색 조명과 그 안의 화려한 신들의 자태를 바로 이 뮤직비디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