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나라 타이완. 타이완에서 거주하는 한인은 올해 10월 기준 남성 2,469명, 여성 2,533명으로, 약 5천여 명의 한국인이 타이완에 살고 있습니다. (중화민국 이민서 외교거류인수통계표外僑居留人數統計表 민국 112년 10월 통계) 타이완에 거주하시는 한국인들은 주로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나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압도적으로 ‘기타(직업있는 자)’가 많습니다. 남성은 그 뒤를 이어 비즈니스에 종사하는 상무계열, 유학생, 엔지니어, 선교사 순이고요. 여성은 가사, 학생, 아동, 교사 순입니다. 직업이 있지만 기타라고 분류된 직종에는 타이완 기업이 아닌 한국이나 외국 기업에 종사하나 타이완 지점으로 파견나온 주재원들을 포함합니다. 회사, 비즈니스, 유학, 선교가 타이완에 거주하고 계신 한국인들의 주요 직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5천여 명의 한국인들이 살고 있는 타이완. 재외 교민 수만 보면 전세계 중 25위로 그렇게 많은 수의 한국인이 살고 있지는 않지만, 저처럼 타이완에 사는 한국인이라고 해서 이곳에 계신 모든 한국인들과 알고 지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재대만 한국인, 재대만 교민, 대만한교(台灣韓僑)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는 타이완 거주 한국 교민들은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중화민국대만한인회를 중심으로 1960년대 초에 설립된 타이완한국학교나 한인 교회 및 성당 등 종교모임을 통해 한국인들과의 인적 관계를 이어나갑니다. 타이완에서 종사하는 직업과 직종은 서로 달라도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으로 함께 이야기와 정을 나누는 모임은 참 소중합니다.
12월 첫째 주 토요일, 얇은 롱코트나 패딩을 걸쳐야 할 정도로 조금은 쌀쌀했던 저녁. 여느때처럼 타이베이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상을 살고 있었던 한국인들은 조금 특별한 옷차림과 마음가짐으로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으로 향했습니다. 바로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의 창단 연주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커피색 라인 테크놀로지빌딩역(科技大樓)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은 1896년 총독부 일본 식민정부가 세운 첫 교육기관인 즈산옌학당(芝山巖學堂)에서부터 시작해 타이베이사범학교를 거쳐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학교입니다.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 캠퍼스 안 창의관 건물에 있는 홀, 우현청(雨賢廳)에서 열리는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의 창단 연주회에는 합창단 단원들의 가족들과 지인뿐만 아니라 이은호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사, 조정호 중화민국대만한인회, 타이베이한국교회 원로 목사와 타이베이한인성당 신부 등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여러 단체의 단체장과 같은 귀빈들도 참석하였습니다. 마치 한국에 있는 것 마냥 이 날 우현청 안에서는 타이베이에 거주하는 많은 한국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주인공인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은 타이완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과 타이완인들에게 음악을 통해 타이완 사회에 예술적 기여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2020년 1월에 창단된 합창 단체입니다. 합창단의 취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합창단에는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있는 타이완인도 있습니다. 한국과 타이완, 타이완과 한국의 국경을 넘어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맞춰 합창으로 선보이는 첫 무대가 바로 이번 12월 2일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 우현청에서 열린 것입니다.
이렇게 역사적인 무대에서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은 총 11곡의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 홍난파가 작곡한 이래 한국인의 국민노래가 된 <고향의 봄>을 시작으로 뮤지컬 <캣츠>의 삽입곡, 민요 <아리랑>, 타이완 가수 덩리쥔(鄧麗君)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김광석의 <어느60대 노부부 이야기>, 가곡 <눈>, 영화 ‘왕의 남자'의 주제곡인 <인연>, 가곡 <그리운 금강산>, <꽃파는 아가씨>, <보리밭>, <강강수월래>까지. 이날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은 동요, 민요, 포크송, 뮤지컬,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레퍼토리로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 중 <아리랑>과 <눈>, <그리운 금강산>은 합창단원 중 총무를 맡고 있는 이영미, 단장을 맡고 있는 김영순, 그리고 이승은 님이 각각 독창으로 불러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기도 했습니다.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 창단 공연에서 합창하고 있는 단원들과 최승진 지휘자. - 사진: Rti 서승임
관객석에 한국인들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적지 않은 타이완인들이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의 공연을 보러 왔고, 이 때 덩리쥔의 <월량대표아적심>이 흘러나오자 그들은 함께 입을 맞춰 따라 부르기도 했죠. 한국인에게는 익숙하지만 타이완인에게는 낯선 동요와 민요, 가요 레퍼토리지만 특히 이선희가 부른 <인연>을 듣고는 노래가 참 좋다며 합창단이 부르는 음률만으로 그들의 공연에 공감을 보인 타이완 사람도 있었습니다.
합창단원과 관객 외에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을 이끄는 또 다른 중심축인 지휘자는 테너이자 타이완 국립타이베이교육대학교 음악대학원 성악과의 교수인 최승진 씨입니다. 최승진 지휘자는 2021년 4월 ‘타이완 한인 어울림 음악회’에서 테너로서 타이완 한인 사회를 위해 무대를 가득 채운적이 있었죠. (2021.04.21. 타이완 한인사회 '어울림 음악회' 타이베이에서 거행) 이번 한인 여성합창단 창단 공연에서는 지휘자로서 합창단원 못지 않은 화려한 지휘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지휘자는 대개 단원들과 소통해야하므로 관객들에게 앞모습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데요. 그렇기에 지휘자가 단원들을 향해 어떤 표정이나 지휘를 보이는지 관객들은 알 수 없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마찬지였죠. 관객들은 지휘자의 뒷모습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합창단원이 만들어내는 음 하나 하나, 매 소절 하나 놓치지 않고 최승진 지휘자는 자신의 과감한 몸짓으로 표현합니다. 합창 지휘에 대한 지휘자의 열정을 관객들은 십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연 직후 이은호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대사는 특별히 무대 위로 올라와 창단을 축하하는 인사말과 함께 “누구의 가슴도 따뜻하게 녹이는 힘을 가진 음악"을 통해 타이완에 거주하는 한인 여성들의 단합을 보여주는 것을 응원한다고 전했습니다.
김영순 단장은 이번 창단 음악회를 통해 단원들이 음악을 배우고 발전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 외에도 “소외된 사람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하고 음악을 통해 더 많은 감동과 아름다움을 전달할 수 있는 자원 봉사활동도 계획 중”이라며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의 창단 의의를 밝혔습니다.
2023년 12월 2일 창단 공연을 통해 공식적으로 데뷔 무대를 가진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 타이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삶의 위로와 기쁨을,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희망과 생명을 주는 합창단이 되기를 개인적으로 바라며, 앞으로의 행보을 더욱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엔딩곡으로는 이날 대만 한인 여성합창단이 부른 노래 중 많은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적신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띄워드립니다.
서승임 徐承任 (seungim@rti.org.tw)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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