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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엔저우(鹹粥)’로 하루를 든든하게

  • 2023.12.01
랜선 미식회
미식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타이난 사람들이 뜨끈한게 땡길 때,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 시엔저우(鹹粥).[사진 CNA DB]

 [*아래 글은 실제 당일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타이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매주 금요일 랜선미식회입니다.  안녕하세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들 오늘 아침 식사 하셨나요?

타이완, 한국에서는 보통 아침 식사는 먹었는지 묻는 것으로 아침 인사를 대신하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침 식사 하셨어요(吃過早餐嗎,타이완식발음 츠궈자오찬마)?” 왜 우리는 점심이나 저녁이 아닌 ‘아침 식사’를 묻게 되는 것일까요? 하루를 시작하는 첫 끼니로써 누구나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물론 요즘은 생활방식에 따라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가벼운 식단으로 대체하는 이들이 많지만요.

다소 의외인 점은 먹는 걸 중요시하는 미식의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의 아침식사는 매우 간소하다고 해요. 아침 햇살 아래 노천카페에 앉아 신문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는 곳, 프랑스! 프랑스어로 아침 식사는 ‘작은 점심’이라는 뜻으로, ‘프티 데주네(petit déjeuner)’라고 하는데, 아침 식사를 푸짐하고 맛있게 먹을 점심 식사 전에 간단히 허기만 달래는 정도로 생각해서 프랑스 가정에서는 아침 식사로 보통 버터나 타르틴이라고 부르는 잼을 바른 바게트나 크루아상 몇 조각에 커피나 오렌지주스 한 잔을 곁들여 먹는다고 해요.

프랑스의 아침식사와는 대조적으로 먹는 것에 진심인 타이완 사람들은 아침 식사도 허투루 먹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타이완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침 식사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실제로 타이완 거리 곳곳에서는 조식을 전문적으로 파는 아침 식사 전문점, 간이 푸드 트럭을 만날 수 있습니다.

환상의 짝꿍, ‘더우장(豆漿)’과 ‘요우티아오(油條)’

‘더우장(豆漿)’과 ‘요우티아오(油條)’는 타이완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음식입니다. 더우장은 콩을 갈아 만든 타이완식 두유입니다. 더우장의 맛은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고소한 콩 국물 맛입니다. 더우장은 종류도 다양합니다. 갈아낸 콩물에 설탕을 넣어 달짝지근하게 맛을 낸 더우장은 티엔더우장(甜豆漿)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콩 본연의 맛을 간직한 무설탕 더우장은 우탕더우장(無糖豆漿)이라고 해요. 탈모 방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되는 검은 콩을 갈아 만든 검은 콩 더우장은 헤이더우장(黑豆漿)이라고 합니다. 또 커피처럼 더우장은 취향에 따라, 날씨에 따라 뜨겁게 마시거나 차갑게 마실 수 있습니다.

요우티아오는 매일 아침 타이완 길거리 곳곳 쉽게 사먹을 수 있는 더우장의 영원한 단짝입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기름 막대기라는 이름 그대로 요우티아오는 밀가루 반죽을 길게 만들어서 기름에 튀긴 길쭉한 형태의 빵입니다. 기다란 모양은 츄러스와 흡사합니다. 다만 설탕과 시나몬을 뿌리는 츄러스와 달리, 요우티아오는 밀가루 반죽을 튀긴 그대로 담백하게 먹습니다.

요우티아오 한입 더우장 한 모금, 혹은 더우장에 요우티아오를 찍어먹거나 요우티아오를 더우장에 푹 적셔서 먹는 모습은 매일 아침 타이완 곳곳에 있는 아침 식사 전문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타이완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 더우장에 찍어 먹는 요우티아오는 츄러스, 핫초코 조합만큼 별미입니다.

따뜻하게 속을 데워주는 죽(粥)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는 죽도 타이완 사람들이 즐겨먹는 아침 메뉴입니다. 죽은 타이완에서 저우(粥)라고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보통 죽하면 몸이 아플 때나 속이 안 좋을 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타이완에서는 더우장만큼이나 저우, 죽은 많은 타이완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선택하는 음식입니다. 죽은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각양각색의 맛을 내며 다양하게 나뉩니다. 타이완 사람들은 보통 물에 장시간 불린 흰 쌀과 달콤한 고구마를 넣은 고구마 죽(地瓜粥)이나 한국에서는 송화단이라고 불리는 피단(皮蛋)과 돼지고기를 넣은 피단셔우러우저우(皮蛋瘦肉粥), 피단돼지살코기죽을 아침 식사로 즐겨 먹습니다.

타이완 남부의 대표 도시 타이난은 인구 200만 명(2023년 11월 기준, 타이난시정부 인구 통계자료)이 채 안되지만, 타이완의 옛 수도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로서 자부심이 강한 곳입니다. 타이난은 도시의 역사만큼이나 음식문화가 발달하면서 타이난 음식은 소박하면서도 다채롭습니다. 미식의 고장으로도 유명한 타이난 사람들은 뜨끈한게 땡길 때, 아침 식사로 시엔저우(鹹粥)를 즐겨먹습니다.

짠죽이라는 뜻의 시엔저우는 불린 쌀에 돼지고기, 버섯, 건새우, 양배추, 당근을 넉넉히 넣고 끓이고, 마지막에 소금대신 간장으로 간을 맞춘 죽입니다. 타이난 사람들은 여기에 생선살이나 굴, 마늘, 파, 샐러리, 후추를 넣어 맛을 더하기도 합니다.

타이난 사람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먹는 시엔저우는 일반 죽과는 다르게 쌀알이 뭉치지 않고 알알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건새우, 버섯, 돼지고기가 들어가 영양도 풍부하고 맛은 시원하고 깔끔한 시엔저우는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바쁜 타이난 사람들의 아침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시엔저우를 처음 맛 본 사람들은 보통 밥알이 너무 살이 있어 ‘이게 죽이야 국밥이야’ 하면서 고개를 갸웃합니다. 하지만 계속 먹다 보면 건새우의 감칠맛과 살아있는 밥알의 식감이 어우러진 시엔저우만의 묘한맛에 빠지게 됩니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 그 음식이 바로 ‘시엔저우’입니다. 랜선미식회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다음주 금요일 새로운 타이완 음식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손전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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