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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 속의 악이 촉발되면 살인범이 될 수 있다.” - 드라마 <카피캣 킬러="">

  • 2023.10.19
연예계 소식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드라마 '카피캣 킬러(模仿犯)' 공식 포스터 - 사진: ‘模仿犯 Copycat Killer’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타이완 최고 권위의 방송시상식 제58회 금종장(金鐘獎)의 TV부문 시상식은 이번주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 간 열립니다. 금요일에는 TV프로그램 부문 시상이, 토요일에는 드라마 부문 시상이 진행됩니다. 9월 중순에 발표된 드라마 부문 후보 명단에 따르면, 넷플릭스 범죄 스릴러 드라마 <카피캣 킬러(模仿犯)>가 무려 17개 부문 후보에 올라 올해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을 뿐만 아니라, 금종장 시상식 역사상 최다 후보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시상식 개최 며칠을 앞두고 오늘 연예계소식 시간에는 이 드라마 <카피캣 킬러>에 대해서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카피캣 킬러>는 한국에서도 출간된 바 있었던 일본 추리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걸작 ‘모방범’을 원작으로 만든 10부작 드라마이며, 드라마의 중문 원제는 ‘模仿犯(모방범)’입니다. 이 드라마는 지난 3월 31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지 사흘 만에 타이완 지역 1위, 글로벌 TOP 10 비영어 부문 2위에 올라 타이완 드라마 최초로 넷플릭스 10위권에 들어갔습니다. 참고로 원작 소설 ‘모방범’은 일찍이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바 있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했는데, 따라서 <카피캣 킬러>는 이 정도면 성공작이라고 평가해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카피켓 킬러>는 숨어서 사건을 조종하는 연쇄 살인마와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한 검사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어느날, 한 공원에서 여자의 잘린 손목이 빨간 상자에 담긴 채 발견됩니다. 이 사건을 맡은 검사 궈샤오치(郭曉其, 우캉런吳慷仁 역)를 비롯한 경찰들이 손목 주인의 신원을 조사하던 중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 여성 시신이 묘지의 십자가에 매달린 채로 발견됩니다. 엽기적인 일련의 살인사건이 도시를 혼란과 공포에 빠뜨립니다. 이 사건들을 저지른 범인은 노(Noh)라고 자칭합니다. 그는 자신의 범행 예고 영상을 전달해 방송국을 통해 송출하기도 하고, 아예 대범하게 방송사에 연락까지 해서 전 국민에게 생중계하기도 합니다. 항상 흰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 범인은 시청률 경쟁에 매달린 방송사를 이용해 피해자의 가족과 경찰을 조작하며 살인사건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방송되는 거대한 범죄극으로 만듭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궈샤오치 검사는 어딘가에 숨어 잔혹하게 사람을 죽이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듯 피해자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비참한 모습을 찍어 방송사에 보내며 반복적으로 법과 정의를 비웃듯 돌발하는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끝까지 파고들고 모방범이라고 불리기를 싫어하는 살인마의 심리를 이용해 살인마의 정체를 밝혀내며 정의를 구현합니다.   

                                           사진: ‘模仿犯 Copycat Killer’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카피켓 킬러>의 시간적 배경은 원작 소설처럼 1990년대로 설정됩니다. 미야베 미유키에 따르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을 1990년대로 설장한 것은 도쿄 사이타마 연쇄 유아납치 살해사건,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 등 사건으로 인해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던 1990년대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카피켓 킬러>도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시대의 역사적 배경은 다릅니다. 1990년대의 타이완은 30여 년 간 지속되던 계엄령이 해제되면서 여러 방송사들이 연달아 설립되며 언론은 입법, 사법, 행정 등 3권을 견제할 수 있는 제4의 권력으로 떠올랐지만 진실보다 시청률을 더 중요시하는 방송사 때문에 오히려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존재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는 범인은 역시 이러한 언론의 속성을 이용해 인심을 조작하며 자신의 내면의 악을 사회에 퍼뜨려 불안감을 조장합니다.    

극중 젊은 여성들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연쇄 살인마 노는 일본 전통 가면인 노가면을 쓰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노라는 것은 소나무를 그린 무대에서 일본 역사에 나오는 영웅담이나 옛이야기를 공연하는 약 650년 간 역사를 가진 가면 노래극을 말합니다. 범인은 이 가면으로 자신의 진정한 신분을 숨기고 마치 예술행위를 하듯 살인을 저지르며 예전에 없었던 ‘독창적’인 본인의 범죄가 자랑스럽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하지만 사실상 그의 모든 범죄는 다른 사람의 범행 수법을 모방한 것일 뿐입니다. 드라마 제목 ‘카피캣 킬러(모방범)’는 바로 여기서 유래합니다.  

               <카피캣 필러> 속 항상 흰색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 연쇄 살인마 - 사진: ‘模仿犯 Copycat Killer’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모방범’ 추적에 나선 드라마 내 정의를 대표하는 검사 궈샤오치는 원작 소설에 없는 캐릭터입니다. 그림은 문자처럼 메시지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특성을 가진 때문이라서 그런지 드라마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와 심리변화를 일일히 드러내는 데 집중하는 원작 소설과 달리 주인공, 즉 검사 궈샤오치와 범인 간의 치열한 심리전과 범인의 범행 묘사에 초점을 둔 것 같습니다.  

               연쇄 살인마를 잡기 위해 나선 검사 궈샤오치(郭曉其, 우캉런吳慷仁 역) - 사진: ‘模仿犯 Copycat Killer’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설정이 원작과 차이가 있는 또 다른 캐럭터는 연쇄 살인사건의 두번째 피해자의 할아버지 마이난(馬義男, 천보정陳博正)입니다. 납치당한 손녀를 구하기 위해 범인의 지령에 따라 사람들 앞에서 개처럼 기어다니기도 하고, 방송에 출연해 범인에게 호소하기도 하지만 결국 손녀의 시신만 돌려받는 마이난은 시청자들의 눈물을 가장 많이 훔친 캐릭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캐릭터의 직업은 원작 소설에는 두부집 사장이었으나 타이완의 특색을 더해 국내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욱 이끌기 위해 그의 직업은 사당의 사무를 주재하는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바뀝니다.  

     납치당한 손녀를 구하기 위해 범인의 지령에 따라 '개 흉내’를 하는 마이난(馬義男, 천보정陳博正) - 사진: ‘模仿犯 Copycat Killer’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누구나 마음 속의 악이 촉발되면 살인범이 될 수 있다.” 라는 대사는 극중 범인 노가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경찰을 돌발할 때 하는 말입니다. 극중 인물들은 선과 악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선과 정의를 대표하는 궈샤오치 검사여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보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 범인에게 총을 쏘는 장면이 있습니다.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이 존재하는 만큼 선과 악 사이에도 회색지대가 있습니다. 과연 선과 악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는 이 드라마가 탐구하고자 하는 주제입니다.  

외국 소설을 원작으로 한 <카피캣 킬러>는 해외 IP와의 협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타이완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는데, 작품성과 흥행성에 모두 큰 성공을 거둔 이 드라마는 이번주 토요일에 열릴 금종장 드라마 부문 시상식에서 최다 후보에 올린 만큼 최다 수상을 할 수 있을지 그 결과를 그날 금종장 공식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를 보시면 실시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럼 오늘의 방송은 여기서 끝내겠습니다. 엔딩곡으로 <카피캣 킬러>의 OST <가벼운 상처(輕傷)>를 띄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진옥순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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