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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위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 샤오웨이쉬안(蕭瑋萱)《괴물이 되기 전》

  • 2023.10.16
포르모사 문학관
2023년 칸 영화제 ‘슛 더 북(Shoot the Book!)’ 코너에 입선한 타이완 추리소설 《괴물이 되기 전(成為怪物以前)》- 사진: Eslite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오감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어떤 감각을 선택하실 건가요? 코로나 팬데믹 전에 저는 보이지도 느끼지도 않는 후각을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약 한 달 동안 미각과 후각 상실을 경험하고 나서 지금은 그렇게 간단하게 선택할 수 없습니다. 감각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른 감각보다 항상 덜 중요하게 인식되는 후각은 사실상 사람의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감각입니다. 냄새를 처리하는 영역이 감정과 기억을 처리하는 영역과 연계되어 있어 후각은 우리의 추억을 쉽게 불러일으킵니다. 또한 ‘보기 싫으면 보지 않는다, ‘먹기 싫으면 먹지 않는다’... 시각, 미각과 다르게 청각은 차단할 수 없는 감각이기도 합니다. 호흡할 때마다 냄새가 코로 들어오자 사람의 감정을 촉발시키는 거죠.

문학에서 냄새에 대한 표현을 통해 환경을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의 시작은 수영장의 소독약 냄새, 집이란 어머니가 만든 집밥 냄새, 첫눈에 반한 이유는 그녀의 몸에서 나는 꽃향기 때문… 냄사는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입니다. 냄새에 관한 문학작품하면 1985년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소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받는 해당 소설은 48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6년 동명영화로 개편된 바 있습니다. 

천재적인 후각을 타고난 소설 주인공 그르누이(Grenouille)가 냄새에 대한 집착으로 젊은 여성들을 살해해 그들의 냄새로 세계 최고의 향수를 만들어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그르누이는 냄새가 전혀 없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늘 소외되었습니다.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그는 사람을 미혹시키는 향수를 만들어 자신의 몸에 뿌리고 사람에게 먹혔습니다. 소설 출판 후 그르누이는 천재와 악마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동명영화- 사진: 다음영화

작년(2022년) 출판된 타이완 추리소설 《괴물이 되기 전(成為怪物以前)》이 《향수》에 못지않게 냄새에 대해 잘 묘사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타이완 작가 샤오웨이쉬안(蕭瑋萱)의 데뷔작으로 2023년 칸 영화제 ‘슛 더 북(Shoot the Book!)’ 코너에 입선한 첫 동아시아 작품입니다. 현재 독일, 폴란드, 베트남, 태국 등 나라에 판권이 팔렸고 드라마 개편 계획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작가와 영화 기획자를 겸하는 저자는 <쏙독새(夜鷹)>라는 작품을 통해 타이완 문화부에서 주최한 ‘제44회 우수 영화각본상’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소설과 영화각본 창작을 병행하는 저자는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탕푸뤠이(唐福睿)와 같이 영상과 문학 영역을 넘나드는 창작자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작품을 읽는 내내 영화 특유의 리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괴물이 되기 전》은 하루아침에 살인범 용의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양닝(楊寧)은 그르누이처럼 뛰어난 후각을 타고나어 후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러나 친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취한 후 후각을 잃어버렸고 죽음에 관한 냄새를 맡아야 후각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그는 2020년 출판된 한국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의 작가 김완과 마찬가지로 죽음 사람의 집을 청소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후각을 되찾기 위해 양망은 죽을 힘을 다해 일하고 죽음의 냄새를 향해 달려갑니다.

어느 날 회사에 혼자 있었던 양닝은 청소 의뢰 전화를 받고 곧바로 현장에 가서 청소했습니다. 다음날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고 경찰은 양닝이 청소한 현장은 자살 현장이 아닌 살인 현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살인 현장의 흔적을 모두 없애는 양닝은 용의자로 의심되어 진짜 범인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범인은 범죄 현장에서 장미향 향수를 남았는데 양닝은 친동생의 옷에 똑같은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친동생은 자살이 아닌 타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반드시 범인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계속 의심받는 상황에서 경찰측의 협조는 커녕 스스로의 힘으로 살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범인의 동기를 알아낼 수 있도록 양닝은 지인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형기를 마치고 석방된 연쇄살인범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해당 살인범은 양닝, 그리고 그르누이처럼 뛰어난 후각을 지니며 살인 전 피해자 몸에 향수를 뿌리고 성폭행을 하는 등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연쇄살인범과 만나는 과정에서 양닝은 스스로의 추악한 내면을 알게 되었고 큰 고통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연쇄살인범은 양닝에게 “당신은 동생이 살해당했으면 좋겠고, 살인범을 찾으면 동생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라며 양닝의 내면을 설파했습니다. 

이야기 마지막에 양닝은 범인을 찾았으나 이는 범인이 원하는 결말입니다. 범인은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자살을 시도하라고 권유했는데, 양닝이 청소한 현장에서 자살 시도했던 사람은 마지막 순간에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범인은 직접 그를 살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양닝의 친동생이 자살한 것은 맞습니다. 진상을 알게 된 양닝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갚기로 했습니다. 즉, 괴물이 되기로 결심했죠.

저자는 많은 편폭을 통해 여러 캐릭터가 어떻게 범죄자가 된 과정을 묘사했습니다. 양닝, 진짜 범인, 그리고 양닝이 만난 연쇄살인범 모두 그르누이처럼 스스로의 상처 때문에 괴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저자는 한 인터뷰에서 소설의 부제목이 있다면 ‘사랑을 위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까’라고 언급했습니다. 사랑은 사람을 고통 속에서 구해줄 수 있는 반면에 사람을 지옥으로 보낼 수도 있습니다.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에 자신을 삼켜버릴 수도 있습니다. 

《괴물이 되기 전》은 결코 독자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 아니고 자신의 아픔에 직면하고 남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고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한국판 출판 계획은 아직 소식이 없지만 냄새 관련 작품에 관심이 있다면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소설과 동명영화를 먼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엔딩곡으로 타이완 대표 밴드 메이데이(May Day)의 노래 ‘향수(香水)’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메이데이의 보컬이자 노래의 프로듀서 아신(阿信)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를 보고 이 노래를 창작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가사 중 향수를 통해 세상을 정복하고 목숨을 바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蕭瑋萱,《成為怪物以前》。
2. 김완,《죽은 자의 집 청소》。
3. 「第44屆優良電影劇本得獎名單公布 蕭瑋萱〈夜鷹〉勇奪首獎」,台灣電影網。
4. 愛麗絲,「『妳懂一份愛可以走多遠。』——專訪《成為怪物以前》作者蕭瑋萱」,讀墨。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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