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벌써 8월이네요. 타이완에서 ‘귀신의 달(鬼月)’이라 불리는 음력 7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음력 7월 1일, 즉 귀신의 문이 열리는 첫날(鬼門開)은 양력 8월 16일인데 마침 <랜드마크 원정대>가 방송되는 수요일이죠. 따라서 오늘부터 오는 16일까지 납량특집을 준비했습니다! 귀신을 무서워하시면 패스하셔도 괜찮습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소설이든 만화든, 귀신은 언제나 핫한 주제입니다. 요즘 화제의 중심에 서있는 김은희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 <악귀>, 작년 개봉되자 큰 호평을 받은 타이완 공포영화 <주문(咒)>, 지난 2020년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귀멸의 칼날(鬼滅の刃)>. 이처럼 귀신을 바탕으로 한 호러물은 늘 인기 만점입니다.
미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잘드(David Zald)에 따르면 일부 사람은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체는 공포와 같은 자극을 받으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어 짜릿한 쾌감이 느껴집니다. 또한 대뇌가 위험을 인지할 때 투쟁-도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이 일어나 위기상황에 대응합니다. 이러한 자극들은 인류가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잘드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따라서 ‘무섭지만 여전히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거죠.
한국에 도깨비가 있다면 타이완에는 모신아(魔神仔 mô-sîn-á, 마신자)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잇달아 개봉된 타이완 시리즈 영화 <마신자: 빨간 옷 소녀(紅衣小女孩)>로 인해 모신아에 대한 타이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모신아에 대한 타이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영화 <마신자: 빨간 옷 소녀(紅衣小女孩)> - 사진: Vie Vision Pictures(威視電影)
산에 가다 갑자기 실종된다는 사건에 관한 옛날 기사에서 흔히 ‘모신아에게 끌려간다’는 표현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모신아는 어떤 존재인가요? 일반적으로 모신아는 사람을 산속으로 유도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괴물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실종자가 발견되어도 정신이 혼미한 상태로 닭다리와 같은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곤총이나 동물의 배설물을 먹었습니다. 햇빛을 무서워하는 귀신과 달리, 모신아는 낮밤 안 가리고 산속, 개울가, 강가에 나타나 인간에게 장난을 칩니다. 사람을 길을 잃게 하는 행위는 일본어의 가미카쿠시(神隠し)와 비슷합니다. 바로 일본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주제죠.
타이완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와 구릉지로 구성되어 있어 민남인(閩南人), 하카인(客家人), 원주민을 막론하고 거의 타이완 전역에서 모시아에 관한 전설이 존재합니다. 사람을 잡혀간다는 묘사는 유사하지만 모신아 외관상 특징에 대해 종종 지역과 신앙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보편적인 설은 몸에 털이 있고 동작이 빠르며 어린이와 같이 키가 작은 사람 모양의 요괴입니다.
리쟈카이(李家愷)의 석사 논문《타이완 모신아 전설에 관한 고찰(台灣魔神仔傳說的考察)》은 모신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인데요. 논문 서론에 저자는 미국 인류학자 아서 울프(Arthur Wolf)의 연구를 인용했습니다. 울프 교수는 타이완 민간 신앙의 제사 대상을 신, 귀신, 조상으로 분류해 이 세 가지 대상을 현실 사회의 정부 관료, 낯선 사람, 가족과 대응합니다. 그러나 모신아는 이 세 가지 장르 중 어느 것에도 완벽하게 맞지 않은데 요괴로 간주되는 게 대부분이고 귀신에 분류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선 모신아의 정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귀신하면 죽은 자의 넋이 먼저 떠오른 거죠. 그러나 중국 전국 시대의 자료에 따르면 귀신이라는 용어는 원래 자연에 있는 모든 존재의 영혼을 지칭합니다. 사람은 물론, 동물, 식물, 심지어 바람, 돌, 불, 바다 등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귀신은 점점 죽은 사람만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또한 모신아의 유래에 대해 대부분 구전의 방식으로 전승되며, 체계적인 연구와 정확한 문헌이 부재해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고 죽은 어린이, 동물의 시체 등 다양한 설이 있습니다. 따라서 넓은 의미에서 모신아는 귀신이라고 할 수 있고, 좁은 의미에서는 귀신보다 요괴에 더 가까운 거죠. 모신아를 목격했다는 각종 소문을 살펴본 저자는 타이완에서 모신아는 요괴의 대명사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모신아에 관한 기록은 1899년 <타이완일일신보>에 처음 등장했는데 오늘날의 묘사와 매우 비슷하며 모신아는 훨씬 전에 이미 존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18세기부터 일본 식민지 시기까기 제국의 변경에 위치한 타이완은 이민사회로서 민족 간의 갈등이 많이 심각하며 한인(漢人)과 원주민 간, 민남인과 하카인 간, 민남인 사이, 하카인 사이 등의 무력충돌이 빈발했습니다. 따라서 타이완 곳곳에 무연고 사망자의 시신으로 가득찼고 귀신에 관한 전설도 재빠르게 생겨났습니다. 모신아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산간지역에 있는 신베이시 핑시(平溪)를 대상으로 현지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천등 날리기로 유명하기 전에 핑시는 탄광으로 이름이 알려졌습니다. 타이완 일치시기에 핑시에서 석탄이 발견된 후 일본인은 철도를 부설하고 핑시의 탄광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위험한 작업 환경 때문에 불안정한 분위기를 조성해 모신아에 관한 소문도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핑시에는 ‘모신아 동굴(魔神仔洞)’이 있는데, 항상 짙은 안개로 가득한 이곳은 모신아가 활동하는 장소로 유명하지만 교통이 불편한 산속에서 매우 적절한 휴식 공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때때로 산에 간 사람이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모신아에게 끌려갔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신아 동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핑시(平溪) 징둥보도(菁桐古道)에 있는 모신아 동굴(魔神仔洞) - 사진: Super Taste(食尚玩家)
또한 저자는 현지조사를 통해 모신아의 장난쟁이 성격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귀신에 비해 모신아는 그렇게 위험한 존재가 아닌데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를 내면 쉽게 쫓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핑시 사람은 모신아를 특별히 존경하지도 무서워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제사도 하지 않습니다. 모신아가 타이완에서 이만큼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아이에게 함부로 산에 가지 말라고 당부하기 위해서입니다. 먀오리(苗栗) 하카인의 모신아 전설을 연구하는 중아이링(鍾愛玲)도 같은 의견입니다. 따라서 모신아는 타이완인의 생활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모신아를 연구해온 인류학자 린메이룽(林美容)은 모신아는 타이완인의 ‘집단 잠재의식’에서 비롯된다고 말했습니다. 모신아가 사람에게 곤총, 배설물을 먹이는 것은 생식(生食)에서 화식(火食)으로 발전한 과정과 연관되며, 사람을 동굴로 데려가는 것은 옛날 사람이 동굴에서 사는 것과 관련됩니다. 린 교수는 인류학 관점을 통해 과거 인류는 자연에 많이 의지했는데 지금 사람은 경제 발전에 따라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다며, 모신아는 자연에 대한 사람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존재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세상에는 과학이나 현대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모신아가 실제로 존재하든 안하든, 타이완인의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거죠.
엔딩곡으로 모신아를 주제로 한 타이완어 노래 ‘모신아(魔神仔)’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사는 모신아에게 잡혀가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다음주는 계속해서 모신아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Jamie 營養師,「為什麼有人這麼愛看恐怖片?原來是內心裡有這種人格」,Health Blog。
2. 張詠晴,「為什麼愛看恐怖片? 這些人有特別的性格特質嗎?」, 天下雜誌。
3. 李家愷,〈台灣魔神仔傳說的考察〉。
4. 行人文化實驗室附屬妖怪研究室,《臺灣妖怪研究室報告》,〈魔神仔是集體潛意識的記憶迸發〉。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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