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 잡지를 읽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그걸 금지하는 거야." 이 말은 해리포터 시리즈의 캐릭터 헤르미온느의 명대사입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금서, 즉 금지된 책이 바로 이러한 존재인데요. 금서는 무엇일까요? 집권자, 종교 지도자 등 지배세력 혹은 기득권층에 의해 기존의 사회체제나 정치질서를 파괴한다고 판단되어 출판, 판매, 독서, 소유가 금지된 책입니다.
중국 ‘사대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인 《금병매(金瓶梅)》가 역사상 매우 유명한 금서죠. 성에 대한 노골적인 묘사 때문에 음서(淫書)로 간주되어 오랫동안 금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중국 문학가 루쉰(魯迅)은 “《금병매》의 작가가 세상 물정에 대해 지극히 정통한다”며, “같은 시대에는 더 우수한 작품이 없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성적인 부분이 삭제된 축약본을 보면 사실 노골적인 묘사는 1% 미만인데, 《금병매》의 진짜 가치는 시국에 대한 비판과 풍자에 있습니다. 심지어 금지될수록 더욱 널리 알려지는 형상이 나타났습니다. 만약 금서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실전되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클 수도 있죠.

타이난에 위치한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 - 사진: 안우산
타이완 첫 국가급 문학박물관인 타이완문학관(臺灣文學館)이 주최하는 ‘문단 봉쇄 중: 타이완 문학 금서 전시’가 지난 6월 21일부터 다음해 3월 24일까지 타이난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이 집권했던 타이완 백색테러 시대는 물론 일치시기 금서에 관해서도 풍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타이난 시내에 위치한 타이완문학관을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전시는 일방적인 전람이 아닌 추리 게임과 함께 진행되는 몰입적인 체험입니다. 전시관에는 총 5개의 문제가 있는데 문제가 풀어질 때마다 숫자 하나가 나올 것이고, 정답을 맞이면 특별한 선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시와 함께 진행되는 추리 게임 - 사진: 안우산
전시관에 들어가자 무너진 의자와 책상, 멈춰진 시계와 타자기, 날아가는 종이와 책이 보입니다. 이곳은 막 잡혀간 것처럼 보이는 작가의 방입니다. 책이 금지되는 이유는 단지 내용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사상과 자유를 억누르기 위해서입니다. 겉으로 보면 유해한 사상의 전파를 막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국민의 사상을 통제하는 겁니다. 일치시기부터 백색테러 시대까지 수십 년 간의 통제를 당했던 많은 타이완인은 누명을 쓰고 무고하게 희생되었습니다. 운좋게 살아남아도 자기검열에서 해방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정권에 맞서 포기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끊임없이 창작해 온 작가들은 여전히 많았습니다.
우선 금서의 역사적 배경부터 살펴봅시다. 일치시기에 타이완 출판업이 ‘타이완출판규칙(臺灣出版規則)’, ‘타이완신문지령(臺灣新聞紙令)’ 등 법규의 제한을 받았습니다. 1937년 일본 황민화 정책 실시 후 심사가 엄격해져 중국어의 창작은 전면적으로 제한되었습니다. 그 중 일치시기 타이완 3대 시사(詩社)의 하나인 리서(櫟社)가 출판한 시집이 출간되자마자 바로 몰수당했습니다. 또한 당시 신문을 보면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텅 비게 된 부분이 많았습니다.

타이완 일치시기에 정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텅 비게 된 신문과 소설 - 사진: 안우산
다음에 일본 패배 후 국민당 정부가 탈일본화를 위해 일본어 서적을 금지하기 시작했는데, 일본 교육을 받은 타이완인은 하루아침에 문맹이 되어버렸습니다. 1949년 계엄령의 실시와 함께 금서 통제가 더욱 확대되었고 국민당의 문화 선전 기구 ‘제4조(第四組)’가 서적을 단속하는 주관기관이 되었습니다. 법적 근거가 존재했으나 금서 판정기준은 책임자에 의해 수시로 변동되며 파벌싸움의 정치수단으로 악용되었습니다. 1987년 민주화의 꽃이 드디어 피었습니다만 당시 ‘출판법(出版法)’에 따르면 여전히 통제가능했는데, 1999년에 되어야 100% 출판의 자유가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출판의 자유를 쟁취하는 데 100년이 넘은 긴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백색테러 시대의 금서는 주로 3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1954년 ‘문화청결운동(文化清潔運動)’을 시작으로 정부, 정당, 경찰 등 세력을 동원해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빨간색, 음란물을 뜻하는 노란색, 반정부를 의미하는 검은색 등 금서를 대규모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3가지 장르 외에 타이완 본토의식, 민족의식을 담은 서적도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금서라는 표지는 사람의 지식욕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광고가 되어 금지될수록 더 많이 팔리는 현상을 가져왔습니다.
오늘날까지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무협소설도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1959년 ‘폭우 프로젝트(暴雨專案)’의 실시로 인해 정부가 무협소설을 단속하기 시작해 첫날부터 4만여 권을 몰수했습니다. 금지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주로 사회문제를 초래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1960년대 신문에 따르면, 일부 학생들이 무협소설 주인공처럼 무림 고수를 되기 위해 하루종일 땡땡이치고 수행하러 산에 갔습니다. 또한 의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야기들이 반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꼽힙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무협소설은 한동안 사라졌으나 폭넓은 팬덤 때문에 다른 제목으로 출판되거나 몰래 인쇄한 해적판 서적이 버젓이 판을 쳤습니다. 예를 들어 김용(金庸)의 《사조영웅전(射鵰英雄傳)》이 《영웅전(英雄傳)》, 《신룡파미(神龍擺尾)》등 제목으로 출판된 바 있습니다.

무협소설의 유행으로 인해 땡땡이치고 수행하러 산에 갔던 학생에 관한 신문 보도 - 사진: 안우산
번역서적도 금서의 운명을 면치 못했습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은 작가 이름이 독일 사회주의자 카를 마르크스(Karl Marx)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금서 목록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마크 트위인은 마르크스의 동생이라고 착각한 공작원도 있었습니다. 외국 작가의 중국어 이름 외에, 번역자의 프로필도 금서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당시 중국에 체류하거나 정부를 비반하는 작가 또는 번역자가 간첩으로 여기져 그의 작품들이 금지되었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익명이나 가명으로 출판된 작품은 매우 보편적이었습니다.
천 명을 잘못 죽일지 언정 한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거의 모든 작가가 금서 목록에 포함되었습니다. 이 중 ‘금서 VIP’라고 불리는 작가 3명이 있는데요. 타이완 금서 연구 학자 랴오우이민(廖為民)에 따르면, 작가이자 정치인 리아오(李敖)의 저작 중 99권이 금서로 판정되었고, 지난 방송에서 소개해 드렸던 작가 보양(柏楊), 그리고 타이완 독립운동가 정난룽(鄭南榕)도 금서 목록의 단골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보양의 전쟁소설 《이역(異域)》은 비교적으로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덩커바오(鄧克保)라는 필명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정부의 검열을 피했습니다. 대부분 독자들이 덩커바오가 실제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 접경지대에 있었던 중화민국 군인이라 생각했는데, 보양도 지속적으로 덩커바오의 신분으로 독자들과 소통했습니다. 비록 도덕적으로 볼 때 윤리적인 문제가 다소 있었지만 백색테러 시대의 배경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문학작품에 못지않는 영향력을 가지는 노래도 심한 통제를 당했습니다. 강한 일본 분위기, 의기소침의 가사 내용, 간첩 의혹 등 이유로 쉽게 금지곡이 될 수 있었습니다. 엔딩곡으로 퇴폐적인 멜로디와 주제 때문에 금지된 노래 ‘엄마도 몸조심하세요(媽媽請妳也保重)’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수는 차이친(蔡琴)입니다.
우리가 100% 출판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대에 살 수 있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文壇封鎖中——臺灣文學禁書展,臺灣文學虛擬博物館。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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