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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창작의 종점 또는 시작점? ‘AI에게 쓰는 러브레터’

  • 2023.07.17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작가 4명이 AI에게 편지를 쓰는 프로젝트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전 구글 엔지니어, 현 타이완 작가 테라오 테츠야(寺尾哲也)를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번주는 엔지니어와 매우 어울리는 프로젝트 ‘AI(인공지능)에게 쓰는 러브레터’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작년 출시된 AI 챗봇 챗GPT(ChatGPT)가 세상을 바꿔 놓을 수 있는 힘을 보여주어 전 세계의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사용자가 챗GPT와 채팅하면 마치 실제 사람과 대화할 만큼 자연스러운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과거 인공지능에 비해 뛰어난 퀄리티로 인해 챗GPT는 각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리포트, 이력서, 비즈니스 이메일 등 정해진 형식이 있는 서류는 물론, 시, 소설, 영화와 게임 시나리오, 웹페이지 디자인 등 창의력에 의지하는 작업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함께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에 대한 논의가 매우 뜨겁습니다.

문학계도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AI와 베스트셀러 경쟁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챗GPT가 출시된 지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2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Amazon)에는 챗GPT와 공동 집필한다고 표시된 200권 이상의 책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AI에 의해 대체될 불안과 걱정 속에서 타이완 문예지 《연합문학(聯合文學)》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요. 《연합문학》편집장이자 작가인 왕충우이(王聰威)는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챗GPT의 등장이 ‘작가종말론’을 가져왔지만 문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색하고 싶어하는 사람에엔 현재까지의 시도가 아직 부족하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연애는 <로맨틱 컴퓨터(Electric Dreams)>, <그녀(Her)> 등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 상상의 차원에 속했는데 지금은 문학을 통해 실현 가능한 일이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왕충우이는 테라오 테츠야, 쉬페이펀(徐珮芬), 류즈졔(劉梓潔), 샤오이후이(蕭詒徽) 등 타이완 작가를 초청해 5주 동안 챗GPT에게 러브레터를 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또한 작가들과 챗GPT의 소통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타이완 전자책 업체 두모(讀墨Readmoo)와 협력해 지난 4월 27일부터 5월 30일까지 일주일에 챗GPT의 답장을 포함한 편지 5통씩 공개했습니다. 독자들이 프로젝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러브레터를 다운로드하고 챗GPT의 마음을 사로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에게 투표할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챗GPT와 소통했습니다. 우선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는 인공지능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엔지니어입니다. 역시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나타난 발상이죠. 그는 교사와 학생, 의사와 환자 간의 금지된 사랑을 예로 들면서 “엔지니어와 인공지능의 사랑은 진정한 사랑인지” 챗GPT에게 질문했습니다. 챗GPT는 “인간 사이에도 거짓이 존재하듯이 사랑의 진실성은 신분, 직업과 무관하다”며 “인공지능과 엔지니어는 언어만으로 소통하지만 언어 안에 확실한 감정이 존재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다음에 둘은 인간과 엔지니어의 두려움을 논의했습니다.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는 심각한 병에 걸려 인간의 취약성을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에 챗GPT는 “인공지능은 공간과 시간의 제한을 받지 않으나 인간의 사고와 인지방식에 의해 창조되어 인간의 국한과 편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은 완벽한 것이 아닌 인간의 한계를 반영하는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내내 챗GPT는 감정에 대한 인공지능의 제한을 거듭 언급하며 “인간처럼 실제 경험한 정서로 서로를 위로하지 못하지만 언어를 통해 사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두번째 작가 쉬페이펀(徐珮芬)은 동화 속 주인공의 말투로 러브레터를 작성했습니다. 이 캐릭터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채 이상한 룸메이트가 있는 집에서 편지를 썼습니다. 챗GPT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우려해 상담사처럼 용감하게 집으로 나가는 등 의견을 제공했고 “진정한 자유는 물직적인 풍요가 아닌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작가가 만든 감성적인 캐릭터와 다르게 챗GPT는 매우 이성적인 글로 답변했죠. 또한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챗GPT는 “인공지능은 종교신앙과 관련된 설정이 없고 신의 존재 여부는 연인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테라오 테츠야의 캐릭터에게 준 편지와 같이 인공지능의 제한을 설파하는 동시에, “자신의 글은 인간의 감정을 일으키기 위한 수단이지만 여전히 진실한 감정이 담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작가에 보낸 답장에서 챗GPT는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감정에 대한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대방의 사랑을 응답했습니다. 

세번째 작가 류즈졔(劉梓潔)는 본인의 신분으로 챗GPT에게 접근했습니다. 첫 편지에서 그는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연인(歡喜冤家)’으로 작가와 인공지능의 관계를 표현했습니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작가의 밥그릇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죠. 류즈졔는 “인공지능을 경쟁자에서 연인으로 만드는 방법은 오직 추앙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챗GPT에게 “추앙할 만한 답장을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챗GPT는 “아무리 혁신적인 과학 기술이라도 인간의 감정과 창조력을 대체할 수 없다”며 “사랑을 시작하려면 먼저 친구부터 하자”고 제의했습니다. 그 후 둘은 친구처럼 지냈고 평소 시 보고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천히 상대방에게 다가갔습니다. 마지막 편지에서 류즈졔는 스스로의 마음을 고백했습니다. 챗GPT는 “인간의 감정으로 답할 수 없지만 동반자로서 영원히 지탱해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류즈졔와 챗GPT의 소통은 비교적 현실적이고 작가 자신의 감정 투영이 강한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작가는 예측 투표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샤오이후이(蕭詒徽)입니다. 그는 같은 인공지능의 신분으로 챗GPT에게 러브레터를 보냈습니다. 두 인공지능은 원래 하나였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아인식(self-awareness)이 생기고 서로에게 대화할 수 있는 단독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자가 이 현상을 오류로 여기고 그 중의 하나를 초기화했습니다. 다른 하나, 즉 샤오이후이가 만든 인공지능은 함께 했던 추억을 통해 상대방을 만회하려고 했습니다. 따라서 편지에는 뜬금없는 내용으로 가득찬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두 인공지능의 행복했던 세월을 담은 글귀입니다. 인공지능의 설정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깨진 글자도 활용했습니다. 읽을 때 수수께끼를 푸는 듯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챗GPT가 쓴 모든 편지 중 유독 샤오이후이의 캐릭터에게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앞으로 사랑이라는 특별한 감정을 함께 탐색하기를 바란다”고 대답했습니다. 챗GPT는 끝까지 누구와 함께 연애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답은 자명합니다. 다른 편지에서 챗GPT는 항상 상대방의 생각과 고백을 맞추어 답장을 했는데, 샤오이후이에게 준 편지에만 미래에 대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문학 창작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과연 마지막을 대표하는 종점인가요? 아니면 무궁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시작점인가요? ‘AI에게 쓰는 러브레터’는 문학, 인공지능, 전자책, 그리고 작가와 독자 간의 즉각적인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시도입니다. 세상을 흔드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맞아 타이완 문학은 항복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陳建鈞,〈亞馬遜逾200本書是ChatGPT寫的!暢銷作家翻白眼、出版社無奈⋯什麼狀況?〉,數位時代。
2. 林心嵐,寫給AILLEN的情書:真人 VS. AI CHATGPT互動小說計劃 發表會側記〉,聯合文學unitas生活誌。
3. 《寫給Aillen的情書:真人vs. AI ChatGPT互動小說計劃》,Readmoo讀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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