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철도는 타이완인이 남북을 오가는 중요한 교통 수단입니다. 복잡한 지형 조건에도 불구하고 타이완섬 한 바퀴를 도는 기차 시스템을 갖춘 타이완은 과거에 ‘철도의 왕국(鐵道王國)’이라 불렸습니다. 많은 도시들이 철도역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타이완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고속철도의 등장과 빈발하는 중대 사고로 인해 타이완인의 가장 좋은 동반자였던 기차는 점차 시대에 뒤떨어진 진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낡은 시설, 빈번한 연착, 속출하는 부정적 언론보도. 심지어 운수 기능보다 맛있는 기차 도시락이야말로 타이완 철도관리국(臺灣鐵路)의 본업이라고 비웃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에 중화민국 교통부가 타이완 철도의 현대화와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내년에 정식으로 기업화를 이룰 예정입니다.
지난 9일 기차에 대한 애정이 평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그들은 타이완 철도 중 마지막으로 개통한 구간인 남부순환선 철도, 즉 ‘남회선(南迴線)’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1999년과 2000년 2회 연속 금마장(金馬獎)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샤오쥐전(蕭菊貞) 감독이 5년을 거쳐 전철화 전후의 남회선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남쪽, 외로운 철도(南方,寂寞鐵道)>를 선보였습니다.
샤오 감독은 영화시사회에서 “배급사와 극장과의 오랜 협상 끝에 드디어 개봉일을 6월 9일로 정했는데, 인터뷰를 받은 철도 관계자들에게 말한 후 이날은 타이완 철도의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인연이가 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분노의 질주>,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 국외 대규모 상업 영화와 같은 시기에 개봉한 데 대해 샤오 감독은 “기차는 자동차나 스포츠카보다 더 커서 무섭지 않다”며 재치 있게 답변을 했습니다.
남회선은 타이완의 가장 큰 산맥인 중앙산맥(中央山脈)을 관통하고 산간 지역을 많이 경유해 타이완의 가장 위험한 철도 공사로 꼽힙니다. 일치시기부터 중화민국 정부의 여러 차례 계획에 걸쳐 드디어 1991년에 개통되었고 타이완 철도선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습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해 2020년에 전철화를 완료했습니다. 계획 시작 단계부터 치면 거의 100년이 걸린 거죠. 다큐멘터리에서 한 남회선 공사 관계자는 “10분 거리의 터널은 10년이 걸린다”며 공사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철도 마니아인 샤오 감독은 원래 타이완 전역의 철도를 기록하기로 했으나 복잡하고 막대한 작업 때문에 포기할까 고민하는 순간에 다가오는 남회선 전철화 공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그는 남회선을 타면서 다른 감독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기차의 속도로 세상을 관찰하면 된다.” 흔들거리면서 천천히 행징하는 남회선은 많은 타이완인의 청춘이 묻어있습니다. 현재 승객이 드물지만 샤오 감독의 세대에게는 과거 등교길과 귀향길에서 대체 불가한 친구였습니다. 특히 증기가 뿜어져 나와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증기기차는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옛날 감성을 담아냅니다. 기차에서 내린 후 샤오 감독은 현대화 직전 남회선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타이완 철도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다큐멘터리 속에 등장한 타이완 철도 직원들 거의 모두 진심으로 기차를 사랑합니다. 같은 기차역에서 근무하는 일가족, 철도 기관사였던 아버지의 근무용 모자를 이어받아 매일매일 쓰고 출근하는 아들, 타이완 철도에 입사한 딸로 인해 철도 마니아가 된 어머니, 승객이 없어도 밤낮없이 기차역을 지키는 역무원, 기차 사진을 찍기 위해 퇴근 후에도 기차를 따라 다니는 철도 직원… 각각 다른 출신배경을 갖고 있지만 철도에 대한 정감은 똑같습니다.
남회선 자료와 사진을 제공한 한 관계자는 샤오 감독에게 “이 사진들은 나에게는 추억으로 남을 뿐이고, 감독에게 전달되면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산과 바다 사이에 혼자 달리는 남회선은 매우 외로워 보입니다. 샤오 감독이 아니었다면, 남회선은 아무도 모르게 계속 묵묵히 앞으로 달려가겠죠.
다큐멘터리의 음악을 제작한 과정에서 샤오 감독은 타이완 레전드 가수 뤄다유(羅大佑)의 노래 ‘기차(火車)’를 듣다가 남회선의 이미지를 떠올랐습니다.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작사가 리쿤청(李坤城)에게 직접 물어보았습니다. 리쿤청은 “가사에 남회선이 없지만 남회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맞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리쿤청은 다큐멘터리 완성 전 돌아가셨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관계자 5명도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타이완 잡지 ‘벌스’(Verse)는 샤오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기차를 쫓는 줄 알았고, 다큐멘터리를 찍다 보니 시간을 쫓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만 기차에 대해 모든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남회선은 여러 차례의 탈선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의 조사 끝에 보험금을 사취하기 위한 범죄로 확인되었습니다. 당시 탈선된 기차에서 근무했던 철도 기관사 우치타이(吳奇泰)가 촬영 시작한 지 3년 만에 샤오 감독의 인터뷰를 받아들였습니다. 사고 발생 시 우치타이의 아내가 남편이 등골을 크게 다쳤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아 기절할 뻔했습니다. 우치타이는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게 되어 사고를 막지 못했던 죄책감 때문에 자살할 생각도 생겼습니다. 살아남은 기적에 대한 보답으로 우치타이 내외는 아직도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터뷰들은 타이완 철도 역사의 소중한 기록을 남겨주며 타이완 철도에 근무하는 사람을 위로해 주기도 합니다.
고속철도를 많이 이용하는 새로운 세대에게 기차는 단지 구시대적인 교통 방식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샤오 감독은 교통 수단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인 관점으로 남회선의 아름다움과 슬픔을 표현했습니다. 과거 철도는 타이완 제당업, 임업 등 산업의 중요한 운수 수단으로 타이완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타이완인과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 사람들의 추억과 청춘을 많이 담아냈습니다. 샤오 감독은 “다큐멘터리는 술을 빚는 것처럼 오래 묵을수록 맛이 고소해진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남회선은 눈물겨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타이완의 소중한 철도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래오래 간직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蕭詒徽,「給時間以時間——專訪蕭菊貞導演」,Verse。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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