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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사막’ 오명 벗자! 모든 것 채울 수 있는 신주시(新竹市)

  • 2023.06.07
랜드마크 원정대
옛 신주 주쳰성(竹塹城)의 성문인 잉시문(迎曦門) - 사진: 안우산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북서부에 위치한 신주(新竹) 지역은 신주시(市)와 신주현(縣)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난주 소개해 드린 베이푸(北埔)는 신주현에 속합니다. 신주 시리즈의 두 번째 시간에서 신주의 도심인 신주시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신주시는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북구(北區), TSMC를 비롯한 IT관련 기업이 집중하는 동구(東區), 그리고 습지와 어항을 갖고 있는 샹산구(香山區)로 나뉩니다. 

신주의 옛 명칭 주쳰(竹塹)은 과거 원주민의 취락명인데요. 청나라 시대에 들어 타이완 북부지역의 발전과 함께, 신주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 도성황묘(新竹都城隍廟)를 중심으로 주쳰성(竹塹城)을 지어 성문, 성벽과 해자를 건설했습니다. 현재 신주 기차역에서 나와 쭉 가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성문인 잉시문(迎曦門)이 보일 수 있습니다. 로터리에 위치한 잉시문은 마치 신주의 수호신처럼 오가는 사람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또한 성을 수호했던 해자는 이제 서울 청계천과 같은 생태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밤마다 길거리 음악가가 등장하며 예술적 정취에 흠뻑 젖어듭니다. 처음에 신주시에 오면 현대건축, 자연환경과 역사문화의 화합에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타이완 현존 가장 오래된 기차역인 신주기차역 - 사진: 안우산


생태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한 옛 해자 - 사진: 안우산

잉시문과 해저 친수공원이 위치한 북구와 동구에는 예로부터 신주시의 도심으로 중요한 공공건물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일치시기 때 도시계획에 따라 시청, 경찰서, 소방서, 도서관, 은행, 극장 등 건설을 추진했는데, 이러한 건물들은 대부분 잘 보존되어 있어 정부기관, 박물관, 미술관 등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신주생활미학관의 안내원에 따르면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 식민지인 타이완은 중화민국,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으로부터 여러 번의 공습을 당했습니다. 신주는 1943년 11월 25일에 폭격을 받았고 당시 비교적 눈에 띄었던 고층건물들, 즉 앞에 말한 건축들은 자연스럽게 공습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정부의 적극적인 복원작업 덕분에 이 소중한 역사건물들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과거의 풍채를 갖고 있게 되었습니다.


일치시기 공회당이었던 신주생활미학관 - 사진: 안우산

다음에 ‘타이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는 동구로 이동합시다. 타이완의 첫 번째 과학산업단지를 가지고 있는 동구는 신주현 주베이(竹北)와 함께 타이완 전역에서 유소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행정구역입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직면하는 타이완에는 매우 희망적인 곳이죠. 또한 타이완 과학기술 인재 육성의 요람인 국립 칭화 대학교와 국립 양밍 자오퉁 대학교가 바로 신주 과학산업단지 옆에 위치합니다. 이러한 배경 하에 타이완 경제에 크게 기여한 신주는 빠르게 성정하고 있으며 막대한 발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됩니다. 추가로 연구분야와 위치가 매우 비슷한 칭화대와 양밍자오통대는 한국 연세대와 고려대의 연고전, 혹은 고연전과 유사한 스포츠 경기가 있는데요. 바로 칭화대를 대표하는 매(梅), 그리고 자오통대를 대표하는 죽(竹)을 합치는 매죽전(梅竹賽, 메이주싸이)입니다. 양교 학생의 치열한 경쟁은 매년 2-3월 사이에 벌어집니다.

타이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신주는 미식의 사막’이라는 포스팅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심지어 신주에는 맥도날드밖에 없다는 댓글도 존재합니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과학단지로 인한 높은 물가, 가격에 비해 떨어지는 맛과 퀄리티, 다른 지역보다 부족한 음식 다양성 등 관점이 있습니다. 다만 제 개인적 경험에 따르면 신주에는 양과 질 모두 만족하는 미식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지난주 소개해 드린 토산품과 하카요리 외에 도성황묘 상가와 동문(東門, 둥먼)시장은 맛집순례 할 만한 곳으로 꼽힐 수 있습니다. 

우선 역사가 매우 유구한 도성황묘 상가에는 오리고기 요리, 돼지고기완자 궁완(貢丸), 타로불 위니츄(芋泥球), 추억의 간식 수이룬빙(水潤餅)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어 동문시장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도성황묘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는데요. 1900년 성립된 이 곳은 낮에는 일반 재래시장과 비슷하게 야채, 생선, 고기를 판매하나 밤에는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한식, 일식, 태국식 등 이국적인 요리가 SNS 감성에 맞는 플레이팅을 통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해외에 있는 듯한 동문시장은 밤이 깊을수록 활기찹니다.  


사진 찍기 좋은 수박 빙수 - 사진: 안우산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낡은 집 리모델링 풍조에 따라 신주시정부는 ‘낡은 집 언박싱 시즌(老屋開箱季)’이라는 이벤트를 개최해 오래된 가옥을 개조한 상점들을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가게 앞에 이벤트 스티커를 보면 QR코드로 건축 뒤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신주 청년들이 고향에 돌아와 낡은 집을 활용하고 스스로의 가게를 차렸습니다. 공동체 개발을 통해 신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타이완 서부 해안풍경을 담는 난랴오(南寮) 어항과 샹산구로 갑시다. 18세기 설립된 난랴오 어항은 중국대륙에서 타이완으로 직항하는 데 가장 가까운 항구로 양안 무역의 첫 번째 거점입니다. 1913년 중화민국 국부 순원(孫文)이 타이완에 왔을 때 바로 난랴오 어항으로 상륙했습니다. 난랴오 어항에는 신선한 회를 맛볼 수 있는 동시에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계단에서 인생샷을 찍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서 해안을 따라가면 습지 생태를 갖고 있는 샹산구에 도착할 겁니다. 농게, 물새, 망둥어 등 갯벌 생물이 서식하는 샹산습지(香山濕地)는 국가지정습지로 신주시의 유일한 습지입니다. ‘게 구경 보도(賞蟹步道)’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수많은 흰발농게들이 반짝이는 벌처럼 보입니다. 안내원에 따르면 수컷 농게는 인류와 같이 왼손잡이, 오른손잡이의 구분이 있는데요. 왼쪽 집게가 더 크면 왼손잡이고, 오른 집게가 더 크면 오른손잡이며, 확률은 50 대 50입니다. 큰 집게는 방어, 위협, 구애하는 데만 쓰고 보통은 작은 집게로 먹이를 찾습니다. 또한 수컷은 춤을 추듯 큰 집게를 흔들리며 암컷에게 어필하고, 수컷의 집이 크고 화려할수록 암컷이 잘 들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암컷 농게는 양 집게 모두 작은 편이고 동시에 양쪽을 씁니다. 샹산습지는 평소 시 보기 힘든 갯벌 동물을 가까이 관찰하고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매우 좋은 곳입니다. 뿐만 아니라 시간에 맞추면 타이완 서해안의 아름다운 해넘이가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


샹산습지(香山濕地)의 '게 구경 보도(賞蟹步道)' - 사진: 안우산


반짝이는 별처럼 보이는 흰발농게 - 사진: 안우산

여기는 끝이 아닙니다. 샹산구에는 특수한 어시장 하나가 있는데, 바로 정치어시장(定置漁場)입니다. 정치어시장은 일반 도매 어시장과 다르게 어민이 직접 생선을 파는 식으로 거래합니다. 따라서 가장 신선하고 저렴한 생선을 구입할 수 있죠. 매일 오후 2시에 사람들이 큰 원탁 앞에 생선들이 쏟아질 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먼저 생선을 잡은 사람만 살 수 있고 잡은 만큼 삽니다. 이렇게 짜릿한 거래방식은 참말로 장관입니다.


잡은 만큼 사는 정치어시장(定置漁場) - 사진: 신주시정부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 행복. 신주는 이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는 행복한 곳입니다. 여행하는 법을 배우려면 신주시를 떠너는 게 어떠세요?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新竹都城隍廟。
2. 迎曦門,新竹市觀光旅遊網。
3. 梅竹賽。
4. 新竹生活美學館。
5. 南寮魚鱗天梯,新竹市觀光旅遊網。
6. 香山濕地,新竹市政府。
7. 方雯玲,「發哥與他的「明發定置漁場」 真心不換的經營哲學」,欣傳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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