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가 성공하려면 완벽한 시나리오가 필요합니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가장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요소로 영화의 흥행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영화의 토대가 되는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시나리오 작가는 영화 제작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타이완에서 가장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중 하나인 ‘정잉팅(曾英庭)’의 작품들에 대해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정잉팅은 1982년 타이중에서 태어나, 대학교 때 영화 관련 수업을 듣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대학교 졸업 후 타이완예술대학교 영화학과 석사과정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일 뿐만 아니라, 감독이기도 하며, 대학교 시절인 2002년부터 지금까지 단편 영화와 장편 영화 총 15편을 만들며 영화인재를 대상으로 장려하는 타이완 골든 하베스트 어워드(金穗獎, 금수장), 우수영화각본상(優良電影劇本獎), 금종장 등 시상식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2019년에 타이완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DailyView 인터넷 온도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정한 ‘타이완 우수 각본 작가 톱10’에 이름을 올린 바 있습니다.
정잉팅은 타이완 공영방송인 공공TV(公共電視, PTS)와 협력해 제작한 작품이 많습니다. 공공TV는 재단법인 단체인 공공전시문화사업기금회가 운영하는 공영방송으로, 운영비는 시청자에게 수신료를 징수하지 않고, 행정원의 교부금으로 충당하고 있기 때문에 상업광고는 편성하지 않습니다. 광고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시청률도 신경쓸 필요가 없으므로 공공TV는 가장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매체로 보도한 기사와 제작한 프로그램이나 영화 및 TV 작품의 질이 높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공공TV 작품 개발 프로젝트에 뽑혀 제작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정잉팅의 작품들은 역시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정잉팅의 대표작인 ‘옷장 속의 고양이(衣櫃裡的貓)’는 바로 정잉팅이 공공TV의 지원 아래 제작한 텔레비전 영화입니다.

'옷장 속의 고양이(衣櫃裡的貓)' 영화 포스터 - 사진: '衣櫃裡的貓'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2016년에 방영된 ‘옷장 속의 고양이’는 정잉팅이 타이완 여류소설가 안스류(安石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영화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한 여자가 아들을 잃은 후 유기묘를 돌보면서 고통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옷장 속의 고양이’는 고양이를 돌보는 장면을 통해 유기동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와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는 방법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들과 함께한다는 것일 수 있음을 관객들에게 일깨우고자 합니다. 이 텔레비전 영화는 타이완 최고 권위의 방송시상식인 제51회 금종장(金鐘獎)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것 외에도, 타이베이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미국 데이비스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 시상식으로부터 인정을 받았습니다.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타이완 텔레비전 영화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며 국제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공TV는 2016년에 ‘PTS Originals'이란 새로운 텔레비전 영화 개발 프로젝트를 내놓아 범죄, 추리, 스릴러 등 3가지 장르의 텔레비전 영화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 코미디, 판타지, 로맨스 등 장르의 영화 제작에도 돌입했습니다. 정잉팅은 공공TV의 협력 요청을 받아 2017년에 ‘PTS Originals'의 첫 작품인 ‘마지막 구절(最後的詩句)’을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청년 빈곤'이라는 주제를 현실적이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타이완 근 현대사를 배경으로, 냉혹한 현실에서 서로에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열정이 점점 식게 되는 한 커플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립니다.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스토리와 주연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로 이 텔레비전 영화는 큰 호평을 받으며 제52회 금종장 시상식에서 미니시리즈•텔레비전영화 부문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 등 4관왕을 거둔 데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토론토릴아시안국제영화제, 스톡홀름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 진출까지 성공했습니다.

‘마지막 구절(最後的詩句)' 영화 포스터 - 사진: '公視新創電影 PTS Originals' 페이스북 페이지 캡쳐
2022년, 정잉팅은 그의 첫 장편 영화인 ‘디 어밴던드(查無此心, The Abandoned)를 내놓았습니다. 이 영화는 외국인 근로자를 소재로 한 범죄 영화로, 남편을 잃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찰 우지에(吳潔)가 우연히 손가락이 잘리고 심장이 사리진 여자 시신을 발견하고 신입 여경과 함께 사건 수사에 나섰는데, 그들은 수사 과정에서 여자의 죽음은 한 불법 인력중개업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위험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정잉팅은 이 영화로 처음으로 타이완을 대표하는 영화시상식인 금마장(金馬獎) 최우수감독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는데,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시도했는데 바로 이런 성적을 거두게 돼서 그의 영화 제작 능력은 다시 한번 입증됐습니다.
실은 ‘디 어밴던드’는 정잉팅의 첫 외국인 근로자를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닙니다. 그가 2011년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제작한 60분짜리 영화 ‘예자이(椰仔)’와 2018년에 발표한 30분짜리 영화 ‘고산 위의 차밭(高山上的茶園)'은 또한 외국인 근로자, 특히 불법적으로 타이완에 취업하거나, 법적 체류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계속 타이완에 남아 취업하여 근로하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들의 처지를 다룬 작품들입니다. ‘예자이’는 미등록 외국인근로자를 잡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현상금 사냥꾼’ 예자이가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외국인근로자 캉야(康雅)의 도주를 도와주는 이야기로, 이 영화는 타이완 골든 하베스트 어워드와 우수영화각본상 등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을 대표해 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 출품되기도 했습니다. 또 ‘고산 위의 차밭’은 고산지대 차밭에서 불법적으로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돈을 둘러싸고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정잉팅은 이 영화로 제53회 금종장 미니시리즈•텔레비전영화 부문 최우수 각본상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습니다.

‘고산 위의 차밭(高山上的茶園)' - 사진: '국가도서관(國家圖書館)' 사이트 페이지 캡쳐
앞에서 소개해드린 작품은 모두 정잉팅이 총감독 및 시나리오 혹은 공동 시나리오를 맡은 작품입니다. 실은 그는 ‘융지우잡화점(用九柑仔店)’이란 인기드라마로 금종장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는데, 그러나 ‘융지우잡화점’의 시나리오는 그가 맡은 게 아니라서 오늘은 이 작품에 대해서 소개하지 않았는데, 하지만 저는 예전에 연예계소식 시간에 한번 소개해 본적이 있으니 관심이 있으신 청취자분이라면, 그 방송을 한번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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