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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강(鹿港)의 엘리트 지식인들이 티타임에 꼭 올리던 간식, 펑옌가오(鳳眼糕)

  • 2023.04.14
랜선 미식회
장화 루강 명물 펑옌가오. [사진 위전자이(玉珍齋) 홈페이지]

꼭 먹어야 할 타이완 전통 음식부터 각 지역 특산물과 현대 감각을 더한 퓨전 타이완 음식까지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매주 금요일 랜선미식회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선미식회 진행자 손전홍입니다.

수많은 한국 영화팬의 감성을 자극한 타이완의 대표 청춘멜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영화를 연출한 저우바다오(九把刀) 감독의 고향인 타이완 중남부 장화현에서 첫사랑의 풋풋함과 알싸한 상처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영화 속 명장면들이 촬영됐습니다.

저우바다오 감독의 고향이기도 한 장화는 타이베이에서 남쪽으로 약 70㎞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타이중에 있는 큰 고모님댁에 들렸다, 날씨도 너무 좋고 해서 고모님을 모시고 타이중에서 차로 약 한시간 반 내로 도착하는 장화(彰化) 루강(鹿港)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장화 루강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루강의 명물 ‘펑옌가오(鳳眼糕)’를 직접 맛봤습니다. 펑옌가오는 장화 루강을 대표하는 지역 명물로, 타이베이에서 먹은 경험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맛보고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오늘 랜선미식회에서는 장화 루강을 둘러보고, 간식으로 챙겨도 좋고, 집에 돌아갈 때 선물로도 챙기기 좋은 루강 지역 명물이자 타이완의 전통 과자인 ‘펑옌가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 지역 대표 특산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장화의 별미 ‘펑옌가오’의 매력 속으로 흠뻑 빠져보도록 할까요?

고모님을 모시고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난 장화는 일단 인심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장화는 삭막한 도시와는 다른 후한 인심, 인상적인 영화 촬영지, 골목 구석구석 돌아다니면 예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과거 청나라 때 건너온 푸젠성 사람들이 사용했던 건축물을 볼 수 있어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좋아할 만한 요소로 가득한 곳입니다.

정 많고 볼거리 많은 장화. 영화나 드라마에서 장화의 풍경을 발견하는 건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됐습니다.

타이완은 지리적으로 타이베이에서 가오슝 즉 북쪽에서 남쪽 순으로5대 재벌 가문이 있습니다. 타이완의 이 5대 재벌 가문은 현재도 지역사회에 명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타이완의 근•현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요.

타이완 5대 재벌 가운데, 작은 규모의 잡화상으로 시작해 일제시기 큰 재산을 모으고, 가장 늦게 타이완 5대 재벌에 이름을 올린 장화 루강 출신 구(辜)씨 가문을 일군 구시엔룽 회장이 살던 고택 바로 장화현 루강에 위치해 있습니다.

1913년에 짓기 시작해서 1919년 완공된 당시 루강 지역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자 600여 평에 달하는 저택의 규모는 고택의 주인이자 구씨 가문을 타이완의 5대 재벌 가문으로 성장시킨 구셴룽의 당대 세도를 짐작하게 합니다.

동화 속에서 나올 것 같은 정원과 르네상스풍 양식의 아름다운 구셴룽 가옥은 구씨 가문 2대 구전푸 회장이 가옥을 통째로 기부하면서, 현재는 루강 민속문무관으로 재탄생했고, 장화 루강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큰 고모님과 함께 느긋하게 세월이 그대로 베어있는 장화 루강의 거리를 느긋하게 걸었습니다.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의 낡고 오래된 색바랜 간판이며 다닥다닥 붙은 과거 청나라 때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 때문인지 장화 루강의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타임머신을 타고 100여년 전 청나라 시기로 회귀한 것 같았습니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가슴 시리고도 아련한 시간마저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화 루강의 거리는 화려한 거리보다는 좁은 뒷골목이 더 살갑게 다가오고,예스러우면서 독특한 분위기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습니다.

타이완의 청춘로맨스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도 등장하는 장화 루강을 찾았다면 지역 명물인 펑옌가오도 잊지 말고 맞봐야겠죠?

먼저 펑옌가오의 이름의 유래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성품이 인자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있다 하여 관상학에서 최고로 꼽히는 봉황안, 봉황눈. 장화 루강의 펑옌가오는 눈의 형태가 가늘고 끝으로 갈수록 길게 이어진 것이 특징인 관상학에서 최고로 꼽히는 봉황눈과 닮았다 하여 봉황눈 즉 펑옌처럼 생긴 떡, 과자(중국어 발음:가오(糕))라 하여 펑옌가오(鳳眼糕)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해요.

루강 명물 펑옌가오를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찹쌀가루를 녹인 설탕에 반죽해, 봉황눈 모양의 나무틀에 반죽을 넣고 모양이 부서지지 않게 살살 틀에서 분리시켜내면 봉황눈을 연상캐하는 타이완의 전통 과자 펑옌가오가 완성됩니다.

별다른 색소 없이 새하얀 쌀가루와 설탕 오직 두가지 재료로만 만들어지는 루강 펑옌가오는 씹어 먹는 것보단 한입에 넣고 천천히 음미하며 부드럽게 녹여 먹어야 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파사삭하고 부드럽게 부서지는 장화 루강 펑옌가오를 입안 넣고 느긋하게 맛을 음미하면, 설탕의 달콤함과 은은한 쌀 본연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집니다.

장화 루강의 지역 명물 펑옌가오에는 쌀가루와 설탕만 들어가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부서지는 만큼 정교한 제과 기술이 필요한 의외로 손이 많이 가는 간식입니다. 특히 과거에는 펑옌가오의 주재료인 쌀과 설탕 모두 매우 귀해 펑옌가오는 루강 지역 상위층의 향유품이었으며 당대 지역의 손꼽히는 엘리트, 지식인들이 차와 함께 즐겨먹던 최상류층 간식이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차와 과자를 함께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것은 전형적인 양반, 상류층 문화입니다.

‘펑옌가오’는 1870년대 무역항구, 무역의 도시로 번성을 누린 장화 루강에서 부를 상징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쌀과 설탕은 당시에는 아주 비싼 가격에 구입할 여력이 있는 상류층에 한정되었고, 무엇보다 고된 노동을 하던 서민층에게 존재했을 리 만무하는 차를 즐기는 시간에 루강 지역의 엘리트 지식인과 상류층은 설탕과 쌀 두가지 고급 재료로 만들어진 펑옌가오를 손님이 찾아왔을 때 차와 나란히 대접했고, 당대 엘리트들은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이면서 빛깔과 모양이 고운 펑옌가오를 눈으로 먼저 입으로  한번 더 즐기고 차를 음미하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루강에 파워 엘리트 지식인, 상류층의 사랑을 받은 펑옌가오는 당대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엘리트들만의 사교모임이나 상류층에서 손님에게 차와 함께 대접하는 필수 음식이 되었고, 자연스레 장화 루강의 지식인, 엘리트, 상류층을 상징하게 되었습니다. 서민층이나 노동자 계층에게 그저 사치스런 음식으로 여겨졌던 펑옌가오는 이후 쌀 생산량이 많아지고,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설탕이 대중화되면서 상류층, 지식인의 상징이었던 펑옌가오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차와 함께 음미하면서 즐길 수 있는 티 푸드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펑옌가오는 더 이상 루강 엘리트 지식인, 상류층을 상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재료도 다양해 졌습니다. 우아한 봉황눈 모양은 그대로지만 새하얀 던 펑옌가오는 말차 가루, 흑임자 가루, 말린 매실 가루 등 섞는 재료에 따라 빛깔이 다채롭니다.

한편 전통 펑옌가오는 장화 루강의 '위전자이(玉珍齋)'라는 전통 과자점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위전자이는 청나라 제11대 황제 광서제 3년인 1877년 개업한 곳으로 1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유명합니다.

오늘 랜선미식회에서는 쌀과 설탕, 단 것이 귀하던 시절 루강의 엘리트 지식인,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으며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 받고 있는 타이완의 전통 간식인 루강 지역 명물 ‘펑옌가오’에 대한 내용으로 꾸며봤습니다. 장화의 지역 대표 특산품인 ‘펑옌가오’와 좀더 친해지는 시간이 되셨나요? 그럼 군침이 싹 도는 더 맛있는 타이완 음식으로 다음주에 다시 찾아 뵐 것을 약속드리며 이상으로 Rti한국어 방송의 손전홍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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