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작년 11월 전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의 타이완 방문은 폭넓은 주목과 토론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떠난 후 중국군은 즉각 타이완 포위 군사훈련을 진행해 타이완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저와 같이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은 중국의 대타이완 전쟁이 일어날지, 또 일어나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폭발 때문에 ‘전쟁은 우리에게서 멀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타이완 문학에서 전쟁, 군사 관련 작품이 매우 드문데 비교적 알려진 것은 1961년 버양(柏楊)의 《이역(異域)》입니다. 해당 소설은 제2차 국공 내전에서 패배한 중화민국 국군이 중국대륙을 수복하는 꿈을 꾸고 피눈물이 나는 고난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주요우쉰(朱宥勳)은 “전쟁은 국가 차원의 문제인데 개인 차원에서 보면 인간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학을 통해 더욱 자세하게 해석할 수 있다”며 전쟁 문학의 기능을 설명했습니다.
주요우쉰의 최신 소설 《아래 증언은 전면 부인될 것이다: 2067년, 타이완해협 전쟁 폭발 20년 후》는 중국이 2047년에 대타이완 전쟁을 일으킨다고 가상해 20년 후인 2067년에 일어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소설에서 총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각각 다른 시각으로 전쟁의 전모를 차츰차츰 그려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타이완인민해방전선비망록>은 타이완에 있는 중국공산당 내응 조직을 주인공으로 전쟁의 시말을 묘사하고 소설의 세계관을 확립했습니다. 주요우쉰은 1952년 사회주의를 지지한 조직을 비호하는 촌민이 정부로부터 학살되는 ‘루쿠(鹿窟)사건’을 참조해 공산당의 입장에서 전쟁 과정과 쌍방의 심리를 표현했습니다. 전쟁 결과 중화민국이 이기고 타이완은 정식으로 ‘타이완민국’이라는 국호로 독립하고 해당 전쟁도 ‘타이완 독립 전쟁’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하일군재래(何日君再來)>에서 어떤 공산당 군인이 중화민국의 포로가 된 후 ‘신국민 프로젝트’에 가입해 타이완으로 귀화했습니다. 심각한 불면증에 걸리는 그가 전쟁 시 중화민국 심리작전의 수단인 ‘석산(彼岸花) 방송’의 목소리를 들어야 잠을 들 수 있는데요. 석산은 타이완 외딴섬 마주(馬祖)의 고유식물로 타이완의 최전선 마주를 상징합니다. ‘석산 방송’은 달콤한 소녀의 목소리로 매일 밤에 중공군 사망자 명단을 낭송함으로써 심리적 타격을 주는 작전입니다. 애초에 중공군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막상 아는 이름을 들었으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석산 방송을 철저하게 없애기 위해 중공군은 비밀 작전을 수행하고 석산 방송 녹음실을 폐허로 폭격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이 작전의 집행자입니다. 석산 방송은 그에게 있어서 공포스럽고 송구스러운 존재입니다. 주요우쉰은 인터뷰에서 베트남 전쟁 시 북베트남의 대미국 방송 ‘하노이 해나 (Hanoi Hannah)’를 참조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서 세 번째 이야기 <개인 미술관의 마지막 날>은 정신병원에 갇혔던 12살 아이가 그린 그림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습니다. 병원의 어떤 간호사가 이 아이의 그림을 볼 때 마다 그림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간호가가 그림에서 전쟁 폭발 시 첫 번째 추락한 폭탄, 아이의 어머니가 부득이하게 자신의 남편을 죽인 장면, 심지어 국가의 가장 큰 비밀까지 봤습니다. 전쟁 당시 중화민국 정부는 병사의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제로 약을 먹이고 결국 병사들이 약물 중독하게 했습니다. 간호사가 그림을 통해 정신병원의 지하실에서 약물을 쓰는 수많은 병사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병사들은 영영 정신을 차릴 수 가 없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남쪽의 소식>은 앞에 설명드린 태국, 미얀마, 라오스의 접경지대로 피신한 중화민국 군인, 이른바 고군(孤軍) 후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해당 이야기 중 중국이 대타이완 전쟁을 일으킨 원인, 즉 중국 내부의 파벌 싸움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중국 국무원 총리는 공산당 총서기를 제거하기 위해 대타이완 전쟁을 부추기면서 관련 정보를 누설했습니다. 만약 전쟁이 실패로 끝나면 총서기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하며 자신이 총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고군 후대 2명이 이 작전에 휩쓸렸습니다. 현재 대부분 고군들은 태국으로 귀화되었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중화민국을 조국으로 여깁니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 하나는 타이완에 와서 공부하고 결국 타이완에서 정착하게 되었으며, 다른 하나는 고군의 강한 반공(反共) 의지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갔습니다. 30여 년 후 두 사람은 각각 타이완, 중국을 대표해 전쟁 정보의 전달자로 재회했습니다. 주요우쉰은 이 이야기로 고군의 세대차이를 생생하게 묘사했습니다.
마지막 이야기 <전안궁(鎮安宮)의 전생과 현생>은 전쟁 중 가장 참혹한 푸리(埔里)사건으로 희생된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사찰 전안궁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푸리는 타이완에서 유일하게 바다와 접하지 않은 도시 난터우(南投)에 위치하며 군사적으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수많은 중공군이 내려오고 푸리병원을 점령했습니다. 방해 신호 때문에 잘 못 착륙한 중공 군인들이 결국 병원에 있는 사람을 인질로 잡고 비인간적인 학살을 했습니다. 그 후 푸리에서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괴상한 일이 끊이없이 나타났습니다. 이 혼란한 상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현지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찰을 짓고 법회를 열었으며 풍파를 가라앉혔습니다.
5편의 소설을 통해 주요우쉰은 생생하게 타이완이 직면할 수 있는 전쟁을 그려냈는데요. 홀수 편(<타이완인민해방전선비망록>, <개인 미술관의 마지막 날>, <전안궁의 전생과 현생>)에서 비망록, 회고록, 보도 등 공적이고 객관적인 필치로 전쟁의 경과를 기록하고 짝수 편(<하일군재래>, <남쪽의 소식>)에서 사적이고 주관적인 말투로 전쟁 속 주인공의 처지와 내면을 묘사했습니다. 또한 타이완 각지, 외딴섬 마주, 태국 등 곳을 배경으로 이야기해서 타이완은 사면팔방에서 온 영향을 받은 나라임을 암시했습니다. 다양한 시각과 풍부한 관점으로 주요우쉰은 타이완 특유의 전쟁 문학을 창작했습니다.
주요우쉰은 “미래에 나타날 일이지만 과학 환상 소설처럼 쓰고 싶지 않다. 만약 그렇게 쓰면 사람들이 전쟁이 나타나지 않고 자신, 혹은 현재의 타이완과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무슨 입장이든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으면 좋겠다. 전쟁은 편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이완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난 적이 없으며 우리가 전쟁에 잘 대응하려면 잘 생각해야 하고 국가 정책에 대해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주요우쉰은 타이완인이 전쟁에 대해 잘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줄곤 반전을 강조하기 보다 인간의 집착에 초점을 맞추어 타이완 군인과 중공군의 심리, 그리고 전쟁이 가져온 결과를 다방면적으로 담아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이야기와 같은 명칭을 지닌 노래 ‘하일군재래, 님이 또 언제 오시려나’를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요. 이 곡은 동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타이완 가수 덩리쥔(鄧麗君, 등려군)의 노래입니다. 덩리쥔은 애국노래를 많이 불러서 ‘군인의 영원한 연인’이라 불리고 애국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해당 이야기가 덩리쥔의 명곡을 제목으로 작성했습니다. 그럼 ‘하일군재래’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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