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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 연휴 만나는 '봄의 전령사(傳令使)' 보라색반점나비 행렬

  • 2022.04.06
수요 산책
지난 4월 1일 윈린(雲林) 인근서 관측된 북향 중인 보라색반점나비의 모습.[사진 = Rti DB]

수요산책시간입니다.

매년 이맘때쯤 타이완에서는 겨울의 끝, 봄의 시작을 알리는 진기한 풍경이 연출됩니다. 바로 타이완 남부 가오슝 마오린(茂林)과 동부 타이둥 다우계곡(大武溪谷)에서 겨울을 난 뒤, 따뜻해지는 초봄 길을 되짚어 북부 타이베이를 향해 이동하는 수백만 마리의 보라색반점나비떼 행렬입니다.

특히 남부 가오슝 마오린에서 겨울을 난 뒤 다시 자신들이 여름을 보냈던 북쪽 타이베이로 돌아가기 위해 모여든 수백만 마리의 보라색반점나비가 길을 되짚어 가는 길목에서 거쳐야 하는 윈린 지역은 요즘 보라색반점나비떼가 펼치는 군무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봄의 전령사(傳令使)' 보라색점반나비가 가져다 준 비현실적인 자연 현상을 지켜봅니다.

오늘 수요산책시간에서는 성큼성큼 봄을 알리는 영롱한 에메랄드 빛 ‘봄의 전령사’ 타이완의 보라색반점나비를 만나러 가보겠습니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살던 곳을 뒤로 하고 알지도 못하는 새로운 길을 무턱대고 나선다는 자체가 누구에게나 두렵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성큼성큼 봄이 다가오며 추운 겨울을 이겨 낸 타이완에서 서식하고 있는 보라색반점나비는 지금이 떠나야 할 때라는 것을 느낍니다.

우리에게 봄의 소식을 알려주는 봄의 전령사 보라색반점나비(Purple Crow)는 나비목 네발나비과(Nymphalidae)에 속하는 나비로 날개 넓이는 6~9cm안팎으로 큰 편입니다. 학명으로는 유플로에아(Euploea)로 불리고 타이완에서는 보라색반점나비를 뜻하는 ‘즈반디에紫斑蝶’라고도 불리는 이 나비는 타이완 북부 먀오리(苗栗) 주난(竹南) 해안가에 살다가 기온이 떨어지는 늦은 여름이나 초가을 무렵 타이완 남부 산악지대인 가오슝 마오린을 향해 이동을 시작합니다.

또 같은 북부이지만 타이베이 롱동(龍洞)에 사는 보라색반점나비는 해가 짧아지고 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 ‘이동 스위치’를 켜고 타이완 동부 화롄(花蓮)에 있는 루카이(魯凱)족, 파이완(排灣)족이 신성하다고 여기는 ‘성산(聖山)’인 다우산(大武山)으로 날아가 겨울을 납니다.

남부 가오슝과 동부 화롄으로 이동하는 보라색반점나비들은 여름에 태어난 나비로 월동지인 남부와 동부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이동하는 작지만 강인한 힘을 가진 나비입니다. 1세대 보라색반점나비가 남부에 있는 월동지인 해발 230M~2,700M의 산악지대 가오슝 마오린과 동부에 있는 월동지인 타이완 원주민족 루카이족과 파이완족의 ‘성산(聖山)’ 화롄 다우산에 도착하면, 월동지의 숲은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담요처럼 이곳으로 날아온 보라색반점나비를 포근히 감싸 안아줍니다.

매년 9월 북부에서 출발해 월동지에서 겨울을 난 보라색반점나비는 3월 중순 절기로는 춘분부터 4월 초 무렵이면 왔던 길을 되짚어 다시 북쪽으로 이동합니다.

그 자리에서 추위를 버티거나 번식하는 일반적인 월동 방법이 아닌 월동지로 이동하는 보라색반점나비는 그래서 곤충 세계에서 더욱 특별합니다.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은 2003년 출간한 도서 <나비 Butterfly>에서 철에 따라서 월동지를 정기적으로 오가며 살아가는 희귀한 타이완의 보라색점나비와 비슷한 습성을 가진 멕시코의 모나크 나비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 양대 월동형 나비로 분류하기도 했습니다.

타이완의 공휴일인 ‘4월 5일 청명절’ 연휴 전후로, 날이 포근해진 만큼 남부와 동부에서 추위를 이겨 낸 보라색반점나비떼가 이동 스위치를 켜고 청취자님들께서 라디오를 듣고 계신 지금 이 순간에도 북부로 이동하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이동하는 과정 중에서 보라색반점나비를 위협하는 요인이 생각보다 많아 이동하는 길목에서 나비 사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동경로 중 먹이 부족이 원인도 되지만 고속도로를 건너는 중 주행하는 차량이 일으키는 난기류도 한몫 합니다.

타이완보라색반점나비생태보육협회(台灣紫斑蝶生態保育協會)에 따르면 가오슝 마오린 산악지대에서 겨울을 난 보라색반점나비들이 올해는 2월 말부터 이동을 시작한 것을 관측하고 북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나비떼가 반드시 지나가는 길목인 3번 국도 윈린 린내이 구간에 대한 부분 통제를 3월 1일부터 시작했습니다.

보라색반점나비가 고속도로를 건너는 과정에서 차량들이 일으키는 난기류에 휘말려 죽지 않도록 타이완보라색반점나비생태보육협회에서는 3번 국도 윈린 린내이 구간 입구에 설치된 관측소에서 고속도로를 건너는 보라색반점나비의 개체 수를 확인하고 분 당 250마리의 보라색반점나비가 무리를 지어 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것이 관측되면 그 즉시 주행 차량을 통제하고 차선을 나비 전용 차로(蝴蝶道)로 만들어 북으로 이동하는 보라색점반나비 떼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3일 분당 294마리의 보라색반점나비가 3번 국도 윈린 린내이 구간을 건너려고 한다는 것을 관측하고 나비떼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 첫 차량 통제가 있었고, 이어 지난 3월 15일 오전 9시 50분 (타이완 시간) 분당 687마리의 개체 수가 관측되며 두번째 통제가 있었습니다.

지난 1일 보라색반점나비떼가 3번 국도 린내이 구간을 건너는 모습.[사진=Rti 뉴스 화면 캡처]

타이완의 보라색반점나비 떼가 이동할 때는 날개 색깔대로 에메랄드 빛 파랑색- 검정색- 갈색- 영롱한 보라색 구름이 흘러가는 것 같은 장관을 연출합니다. 동시에 무리를 지어 비행하면서 내는 날개 부딪히는 소리는 처음 보는 비현실적인 자연 현상으로 보라색반점나비떼가 선사한 그 감동은 아직도 쉬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보라색반점나비를 위협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고속도로를 통제하는 것 외에도 타이완에서는 보라색반점나비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즉 보라색반점나비 봉사자들이 고속도로 혹은 이동 중 다친 보라색반점나비들은 구출하고 치료를 해준 뒤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주는 등 보호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오늘 엔딩곡으로 거란(葛蘭)의 나비부인(蝴蝶夫人)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이상으로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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