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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학의 마술사' - 쉬빙딩

  • 2022.03.25
포르모사 문학관
'쉬빙딩(許丙丁)의 문학세계' 전시회 포스터 - 사진: '국립타이완문학관'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쳐

일제시대 문학가이자, 정치가, 만화가, 음악가인 쉬빙딩(許丙丁-허병정, 1899.09.24.-1977.07.19.)은 1988년 타이난에서 태어났으며 자는 경정(鏡汀), 호는 녹산염주인(綠珊盦主人)입니다. 1977년 심장마비로 78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생전에 다방면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다재다능한 문인으로서 한시, 소설, 희극, 만화, 촬영, 작사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을 발표했는데 그의 다채로운 문학 세계에는 어린 시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어렸을 때 집 근처 사찰에서 설서인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쉬빙딩의 가장 큰 취미였습니다. 대대로 전해내려온 역사 이야기와 민간 전설들은 설서인의 화려한 설명에 입체적이고 생생하게 쉬빙딩의 머리 속에 남아 그의 문학 및 예술 창작에 튼튼한 기반이 되어주었습니다.

1920년 21세였던 쉬빙딩은 타이베이 경찰관 연습소 특별과에 지원하여 합격하며 당시 시험에서 뽑힌 단 2명의 타이완인 중 한 명이었습니다.     졸업 후 경찰관으로 24년 동안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다가 44세에 사임하며 은퇴했습니다. 그는 재직 동안 여러 큰 사건을 해결하여 경찰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는데 그중 양완바오(楊萬寶)사건은 그의 대표작 《실화 탐정 기록(實話偵探祕帖)》과 《랴오티엔딩의 환생(廖添丁再世)》의 바탕이 됐습니다. 살인범 양완바오는 새해 전날에 5명을 살해하고 재물을 약탈한 후 집을 불로 태우고 한밤중에 도주했습니다. 당시 38세의 쉬빙딩은 수십 명의 경찰과 수백 명의 장정(壯丁)과 함께 살인범을 찾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양완바오를 성공적으로 체포했습니다. 쉬빙딩은 양완바오를 추적하는 과정을 소설화하고 1943년 일본식 이름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소설은 일본어로 쓰인 것이고 내용의 분량도 많지 않지만 타이완 추리소설의 선구작으로 여겨집니다.

이 외에도 그는 양완바오 사건을 바탕으로 장회소설(章回小說) 《랴오티엔딩의 환생》을 작성했습니다. 이 소설은 그가 스스로 그린 만화와 함께 1960년부터 잡지를 통해 연재됐으며 나중에 책으로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랴오티엔딩은 일본 식민지 시기 부자나 일본 경찰의 물건을 훔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는 의적 활동을 펼치며 많은 타이완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타이완에서 홍길동 같은 존재로 추앙받고 있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쉬빙딩은 《랴오티엔딩의 환생》에서 양완바오를 죽은 후 다시 태어난 랴오티엔딩으로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체 내용은 타이완인이 알고 있는 랴오티엔딩의 이야기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쉬빙딩은 소설에서 랴오티엔딩이 죽은 후 지옥에서 목격한 일을 묘사하며 현실 사회를 비판했습니다. 예를 들면, 귀신조차 뇌물을 좋아하는 것을 통해 돈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을 풍자했습니다.  

문학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쉬빙딩은 만화 작품도 많이 발표했습니다. 그는 30세에서 39세 사이에 무려 100편이 넘는 만화를 그렸으며 그중 대부분은 경찰 생활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1951년 그는 자신의 소설 작품 《소봉신(小封神)》을 만화로 만들어 발표하고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소봉신》은 중국 괴기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의 요소를 타이난 현지의 민간 전설과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쉬빙딩은 소설에서 마주여신, 나타, 손오공 등 신이나 요괴에게 여색을 좋아하거나, 도박을 하거나 재물을 탐내거나 인간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미신을 깨는 동시에 부조리한 사회현상을 풍자하기도 했습니다. 《소봉신》은 사회의 추한 모습을 폭로한 작품이지만 재미있고 신선한 이야기로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나오는 신과 사찰을 알고 싶게 만들어서 오히려 타이난 만속 신앙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 《소봉신》은 한자로 쓰여진 타이완어(민남어) 소설로, 1930년대에 펼쳐진 타이완어 운동 연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입니다. 《소봉신》은 1967년 영화로 만들었는데 쉬빙딩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했습니다.

또, 쉬빙딩은 작사가와 방송인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데요. 그는 1950년대 말기에 타이난 방송국에서 프로그램 진행자로 일했으며, 당시 방송에서 타이완어로 타이완의 민속신앙, 역사 인물, 전설 이야기를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청취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전후시기에는 그는 일본 노래가 너무 유행하여 타이완 전통가요의 지위가 상실돼 가는 상황을 감안하여 작곡가 쉬스(許石)와 함께 전통가요 부흥에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작사한 <떠오른다(思想起)>, <6월의 말리꽃(六月茉莉)>, <동전 소리(丟丟銅仔)> 등 가요들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 가요 뿐만 아니라 그는 유행가요 작사에 참여하기도 하고, 여러 명 타이완 작곡가들의 유학과 연주회 개최를 아낌없이 후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쉬빙딩은 타이난시 상원의원, 타이난 시의원, 타이난시 문헌위원회 위원으로 정계에 활동한 바도 있으며, 문학적 뿐만 아니라 정치적과 문화적으로도 이바지를 많이 했던 문인입니다. 그는 타이완 전통 언어인 타이완어로 문학과 음악 창작을 하여 ‘타이완어 문학의 선구자’라고 불리는 것 외에도 다양한 문학 및 예술 분야를 넘나들어서 ‘문학의 마술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는데요. 마무리곡으로 ‘문학의 마술사’쉬빙등이 작사에 참여한 타이완 전통 가요 <떠오른다>를 들으면서 포르모사문학관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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