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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천관팅 작가의 ‘Met Stoelen’

  • 2022.03.23
수요 산책
독일 북아트 재단과 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주최한 국제 책 디자인 공모전 ‘2022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서 천관팅 작가의 'Met Stoelen'가 '금상'을 수상했다. [사진 출처=타이베이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수요산책시간입니다.

책 소비인구와 판매율이 줄고 있다고들 합니다. 특히 휴대성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독자들이 많아지면서 전자책(e-book) 구매율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기존의 종이책의 판매량은 줄어들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레트로 감성과 아날로그 감성이 트렌디한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종이책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종이책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적인 자극과 책 넘기는 소리 등 전자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책을 구매하는 이유도 보다 다채로워졌습니다.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책을 골랐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감각적인 북디자인이 책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됐습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독자들은 책 내용보다도 책의 첫인상인 책의 표지 등 단순히 북디자인이 심플해서 혹은 감각적이어서, 또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고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좋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요즘 독자들은 북디자인에 반응하고, 북디자인에 반해 책을 집고, 예쁜 북디자인에서 책의 소장가치를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책의 디자인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과거에는 책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커다란 폰트가 눈에 두드러지게 들어오는 것이 특징이었다면 최근 타이완 국내의 책 표지 디자인은 폰트 자체도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최근엔 독자들이 좋아하는 트렌드에 맞게 ‘심플’과 ‘감성’이라는 키워드로 간결한 느낌의 디자인 배치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국내에서는 황관(皇冠)출판사가 내놓은 장아이링(張愛玲1920-1995) 작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 에디션은 북디자인이 판매를 부추긴 대표적인 사례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타이완에서 사랑 받는 현대작가 중 하나인 작가 장아이링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황관출판사에서 장아이링의 스테디셀러인 <색,계><원녀>, <반생연>, <레드로즈화이트로즈> 등 고전 소설에 새로운 에디션을 2020년 발행한 것인데, 타이완 독자를 유혹한 것은 장아이링 작가가 살아생전 친필 원고와 함께 남긴 직접 스케치한 소설 속 주인공의 그림이 각각 책 표지의 일러스트로 사용되었다는 점과 또 장아이링 작가가 친필로 쓴 소설의 제목들이 각 책 표지의 제목으로 등장해서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장아이링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에디션 가운데 하나인 '반생연(半生緣)'. 장아이링 작가가 손글씨로 쓴 소설의 제목과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책의 표지로 쓰였다.[사진= 황관출판사 홈페이지 캡처]

몇 백, 몇천 건씩 쏟아지는 작품들 사이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자극적인 제목과 표지 이미지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지만, 황관출판사에서 발행한 장아이링 작가 100주년 에디션은 자극적이라기보단 책표지를 화이트 톤의 부드러운 색을 선택해 책 표지 자체를 도화지 삼아 장아이링 작가가 살아생전 그린 깔끔한 선에 심플한 일러스트 그림체와 시원시원한 손글씨를 배치해 이미 장아이링 작가의 책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이 이 표지 디자인으로 된 책을 소장하고 싶다며 ‘재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신간이 아닌 고전 임에도 불구하고 장아이링 작가의 100주년 에디션은 종이책 시장의 위기 속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예쁘고 감각적인 북디자인이 독자가 책을 집을지 말지를 결정하게 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020년 발행된 장아이링 작가의 탄생 100주년 기념 에디션. [사진= 황관출판사 홈페이지 캡처]

그리고 최근 아주 흥미로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est Book Design from All Over the World)’을 선정하는 국제 북디자인 공모전에서 타이완의 천관팅(陳冠廷) 작가의 ‘Met Stoelen’이 금상을, 니허즈(倪和孜) 작가의 ‘Steamy Buns’가 예비후보 명단에 올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책의 작가와 내용이 아닌 ‘책의 아름다움’을 평가한다니, 놀랍지 않으신가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에서 예비후보 명단에 오른 니허즈(倪和孜) 작가의 ‘Steamy Buns. [사진 출처=타이베이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전은 1963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처음 개최되었습니다. 1991년부터는 라이프치히 도서 박람회에 통합되어 진행되고 있는데, 매년 2~3월 공정한 심사 끝에 수백여 권의 책 중에서 골든레터(1종)를 포함해, 금상(1종), 은상(2종), 동상(5종), 명예상(5종) 등 14권과, 이 외에 예비후보명단(쇼트리스트, 21종)을 선정해 매해 특별 전시회를 엽니다.

타이베이국제도서전기금회는 지난 11일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 책 디자인 공모전 ‘2022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서 천관팅 작가의 ‘Met Stoelen’이 ‘금상’을 수상했다”고 밝혔습니다.

‘Met Stoelen’는 네덜란드어로 ‘의자와 만나다’라는 뜻으로, 네덜란드와 타이완을 오가며 국제적인 인지도를 쌓고 있는 천관팅 작가가 네덜란드 암스트르담 국립박물관 '라익스스튜디오(Rijksstudio)'의 소장된 의자 이미지들을 모아 그림과 사진, 글로 엮어낸 책입니다.
공모전을 주최한 독일 북아트 재단과 라이프치히 도서전 측은 선정 이유에 대해 “3개의 챕터로 구성된 책에는 의자 그림, 의자 사진, 의자와 사용자 사이에 상호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미지가 포함되었으며, 각 챕터는 의자의 삶을 단계적으로 섬세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천관팅 작가의 'Met Stoelen' 책 내용. [사진 = 네덜란드 아르테즈 예술 아카데미 그래픽 디자인 학과 Graphic Design Arnhem 페이스북 캡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천 작가의 ‘Met Stoelen’은 한 면엔 의자의 등받이가 또 다른 한 면엔 바닥 엉덩이 매트를 하나의 면으로 인쇄했는데, 책을 L자 형태로 반으로 펼치면 등받이가 있는 ‘ㄴ’자 의자가 입체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매년 선정작들은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특별 전시 되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가 취소 됨에 따라 3월 19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천관팅 작가의 책과 예비후보 명단의 오른 니허즈 작가의 책을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책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집의 분위기에 맞는 책 표지를 고르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천관팅 작가의 책과 고전미가 넘치는 장아이링 작가의 책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 선택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 엔딩곡으로 막문위(莫文蔚)의 반생연(半生緣)을 띄어드리며, 이상으로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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