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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블랙베리’…블랙베리의 타이완 16년史

  • 2022.03.22
레트로 타이완
타이완에서 출시된 주음부호(注音符號) 쿼티 키보드가 탑재된 블랙베리 볼드 9000.[사진 -Rti 손전홍]

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세계적인 전자제품박람회로 손꼽히는 지난 1월 막을 내린 ‘소비자가전박람회(CES) 2022’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지난 해부터 뜨기 시작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메타버스가 올해 CES를 드디어 점령했다는 것인데요. 2016년 증강현실을 이용한 스마트폰용 게임 ‘포켓몬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래 불과 5년 남짓 지났을 뿐인데, VR, AR, 3D, 등의 기술 수준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는 것을 CES 2022에서 실감하면서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혁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혁신이 될 것이라는 단지 기우이기를 바랐던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름아닌 꾹~ 눌리는 특유의 손맛의 독특한 쿼티(QWERTY) 자판으로 한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을 휩쓸었던…원조 스마트폰이라 불린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생태계 변화에 올라타지 못하고 결국 블랙베리 자체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 등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CES2022이 개최되기 하루 전날인 1월 4일) 정식 발표한 것인데요.

4G, 5G 덕에 빠르고,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손안에서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지금의 애플사 ‘아이폰’ 이전 한때 전세계는 쿼티 자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블랙베리'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블랙베리에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한다는 소식은 전세계 블랙베리 팬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질 블랙베리를 위해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타이완 기업과 상부상조하며 타이완 국내 기업과 땔래야 땔 수 없던 휴대폰 브랜드이자 한때 타이완에서 많은 마니아를 거느렸던 타이완에서의 블랙베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한때 휴대폰 시장을 점령했던 블랙베리는 1984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회사 리서치인모션(RIM)이 만든 휴대폰 브랜드로, ‘카카오톡’, ‘라인’ 등은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 블랙베리는 블랙베리 자체의 메신저 기능인 BBM이라 불리는 블랙베리메신저를 내놓는 등 자체운영체제를 구축하며 블랙베리 유저들끼리만 쓰는 자체 생태계를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하던 블랙베리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외에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블랙베리를 즐겨 사용했고, 킴 카다시안 등 헐리우드 셀럽들도 블랙베리 애호가로 유명했습니다.

‘성공한 월가 금융맨의 상징’이자 비즈니스용폰 절대강자였던 블랙베리는 2006년 주음부호 자판을 탑재하고 타이완 국내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이동통신사 타이완 모바일(台灣大哥大)과 독점 판매 계약 조건으로 블랙베리는 2006년 타이완의 상륙했고, 초기 블랙베리의 7290과 8700 기종 등은 오직 타이완 모바일에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1년 이동통신사 중화전신(中華電信)이 블랙베리와 제품 판매 등 계약을 맺으며…5년 동안 타이완 국내에서 블랙베리를 독점 판매해오던 타이완 모바일에 독주를 막았습니다.

또 전세계 블랙베리 마니아들이 열광했던 PC용 키보드와 같은 배열의 ‘쿼티 자판’, 즉 대형 터치 스크린 화면을 포기하면서 마지막까지도 블랙베리가 고집했던 아날로그 형태의 쿼티 자판 뒤엔 타이완의 두 기업 실리텍(Silitech)과 이치아(Ichia)가 있습니다. 실리텍과 이치아 이 두 기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블랙베리의 시그니처인 쿼티 자판의 제조를 담당해왔고, 또 애플의 최대 협렵사인 타이완의 훙하이(폭스콘)그룹은 지난 2013년 블랙베리와 5년 간 단말기 생산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공동 설계하고 재조, 조립 등 전체적인 관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밖에 블랙베리는 자사의 OS를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 PC인 ‘블랙베리 플레이북(BlackBerry PlayBook)’의 보안 스펙을 지키고, 중국에서 복제품이 만들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해 타이완에서 제조 생산할 것을 고집했고, 2011년 타이완 기업 광다(廣達,Quanta)가 바로 블랙베리 최초의 테블릿 PC인 블랙베리 플레이북의 위탁 생산을 맡았습니다.

타이완 기업과 상부상조하던 블랙베리는 타이완에서의 브랜드 홍보를 위해 타이완판 ‘장난스런 키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 린이천(林依晨)을 자사 전속모델로 기용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봤고, 이어 블랙베리 신제품 출시 행사와 애프터파티에서는 린이천뿐 아니라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인 가오이샹(高以翔), 린여우리(林又立), 왕양밍(王陽明) 등을 초청해 시장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특히 영화 청설(聽說, Hear Me, 2009)로 영화계 흥행보증 수표가 된 여배우 천이한(陳意涵 )이 블랙베리 마니아라고 밝히며,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는 ‘천이한 효과’로 타이완의 젊은 여성들이 픽한 스마트폰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삼성, 애플 등 경쟁사가 키보드를 없앤 큰 화면의 스마트 폰 디자인을 선보일 때, 블랙베리는 화면 아래 꾹~ 누르는 손맛이 있는 아날로그 쿼터 키보드를 탑재한 스마트 폰을 디자인으로 전세계 블랙베리 마니아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런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소식에 벌써부터 타이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내가 쓰던 추억의 블랙베리’라는 글과 인증샷이 넘쳐나고 있고, 또 쿼터 키보드가 탑재한 블랙베리 중고가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란 말도 나오며 타이완의 블랙베리 수집가들은 블랙베리 리셀로 일확천금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지 않을까 설레고 있습니다.

블랙베리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학창시절 쓰던 블랙베리 기종 중 하나인 볼드 9000(BlackBerry Bold 9000)을 꺼내 그 속에 저장된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린 그때 그 순간을 회상했습니다.

그럼  오늘 엔딩곡인 천이쉰(陳奕迅)의 휴대폰이 없는 날( 沒有手機的日子)을 들으면서, 타이완과 16년 동안 함께 동거동락해온 블랙베리에게 굿바이 인사를 해볼까요?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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