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 삶을 갈구하는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너를 거쳐서 왔으나 너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너와 함께 있을 지라도 너의 소유가 아닌 것을
너는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으나
너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 말아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이는 철학자·화가·소설가·시인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한 레바논의 대표작가인 칼릴 지브란(Kahlil Gibra)이 쓴 산문시 〈아이들에 대하여(On Children)〉의 한 문단입니다. 타이완 작가 우샤오러(吳曉樂)는 18세부터 25세까지 8년 동안 가정교사로 일하면서 만난 가정들 중 학력주의와 경쟁 교육에 시달리는 9가지 가정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 〈아이들에 대하여〉 의 첫 마디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你的孩子不是你的孩子)”를 제목으로 삼아서 2014년에 발표했습니다. 3년 후인 2017년 타이완 공영TV방송국 공공텔레비전(公共電視, PTS)이 이 소설을 바탕으로 SF적 요소를 가미해 동명 드라마를 만들었고 2018년 7월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on Children)》는 매우 현실적인 내용으로 첫방송부터 종방까지 지속적으로 인터넷에서 열띤 관심과 토론을 불러일으켰으며 2019년 타이완 가장 권위있는 방송 시상식 제54회 금종장(金鐘獎)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최우수 드라마상를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편집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5관왕을 달성했습니다. 또,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 190여 개국에 스트리밍되면서도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일본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중화민국 위생복리부 통계에 따르면 타이완 15~24세 청소년 자살 사망자 수는 2017년 193명에서 2019년 257명으로, 3년간 33.2%가 증가했고, 자살 시도자 수도 62.9%가 증가했습니다. 우울증, 양극성 장애, 가족관계, 학교 적응 문제 등은 주요 사살 원인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무력감과 우울함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상은 타이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미국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 원인 통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3799명, 하루 평균 37.8명에 달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청취자분은 ‘헬조선’과 ‘N포세대’라는 말을 들어보셨지요? ‘지옥 같은 한국’과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로 한국 청년 세대의 좌절과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쟁률이 상당히 높은 만큼 한국 청소년들의 스트레스가 또한 매우 높습니다. 부모도 아이가 좋은 학교를 다니고 앞으로 ‘성공적’인 사람이 되기를 희망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쓰고 힘들어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현상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방송된 한국 인기 드라마 《SKY 캐슬》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럼 타이완의 상황은 또 어떤지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를 보면서 다소 알 수 있습니다.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는 각각 독립적인 5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회 〈엄마의 리모컨(媽媽的遙控器)〉은 이혼을 하고 혼자 아들을 키우는 엄머가 신기한 리모컨으로 아들의 시간을 조절하여 그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라도록 하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2회 〈고양이 새끼(貓的孩子)〉는 부모의 갈등과 엄마의 눈물은 모두 자신이 공부를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는 남학생이 더 좋은 학업 성적을 얻기 위해 평행 세계에서 고양이를 죽이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3회 〈모리의 마지막 하루(茉莉的最後一天)〉는 어머니가 모범생 딸의 자살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최첨단 과학기술로 딸의 기억을 읽어주는 이야기입니다. 4회 〈공작(孔雀)〉은 비싼 사립학교에 다니는 노동자 가정 출신 여학생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소망을 이루어주는 공작새와 ‘악마의 거리’를 하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5회 〈필수 ADHD(必須過動)〉는 성적으로 직업과 사회 지위를 정하는 디스토피아적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뛰어난 아들을 키워낸 공로로 부유함을 누리는 어머니가 현재 생활을 잃고 싶지 않아서 성적이 좋지 않은 딸에게 ADHD 환자를 연기하게 하는 이야기를 묘사합니다.
이렇게 5편 이야기가 묘사하는 아이와 부모의 상황은 다르지만 부모가 아이의 고통을 무시하고 오직 성공만 바라는 점은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며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학벌주의가 주도하는 타이완 사회에서는 부모가 쉽게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에 대한 바람과 자신의 욕망을 아이에게 강요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모와 사회로부터 받은 과도한 관심과 기대로 좌절과 고통을 겪게 만듭니다. 특히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는 희생정신은 일반적으로는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더 강하므로 어머니가 훨씬 쉽게 이러한 역할이 돼 버릴 겁니다. 결국 부모와 자식은 모두 상처를 받고, 심지어 성격이 비뚤어지게 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엄마의 리모컨〉 에서 아들이 ‘정확한’ 결정을 하도록 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살게 만드는 어머니, 〈고양이 새끼〉에서 집 없는 고양이를 키우는 착한 아이에서 성적을 위해 평행 세계에서 고양이를 죽이는 아이로 변화하는 남주인공, 〈모리의 마지막 하루〉에서 딸의 자해 행위와 작가 꿈을 모르며 최고의 대학으로 진학하라고 요구하는 어머니, 〈공작(孔雀)〉에서 눈으로 돈을 교환하는 여학생과 생명으로 아이의 ‘성공’을 교환하는 어머니, 그리고 〈필수 ADHD(必須過動)〉에서 부유한 생활과 좋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격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딸을 ADHD 환자인 척하고 결국 ‘소각’돼 버리게 하는 어머니는 모두 학벌주의와 사회적 가치관에 잠식된 피해자, 또는 가해자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닌 만큼 네 부모도 네 부모가 아닙니다. 즉, 부모님은 아이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아이는 부모의 주체성을 존중하고, 그렇게 상호 존중을 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님의 이해를 구하는 동시에도 부모가 생각보다 연약하고 실현되지 않은 기대와 후회를 가진 것을 인식하고 그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며 대화를 통해 서로의 진실한 생각과 진심을 알게 되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더욱 화목하고 행복하며 나아가 우리의 사회도 더욱 건강해질 겁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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