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빛나는 것이라고 다 금은 아니다. 이 구절은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의미심장하게 등장하는 대사입니다.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이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명대사는 보기 좋게 그저 겉모습만 반짝이는 금과 같은 것들을 가진다 한들 소유한 사람의 내면 그 존재까지 빛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의미로, 이는 사람을 그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마라는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이런 셰익스피어 희곡의 대사 한두줄쯤은 들어보지 않으신분들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원문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영어가 모국어가 아닐 경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셰익스피어가 남긴 주옥 같은 걸작들을 마치 한국어와 만다린어로 된 시나 소설을 읽는 듯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쉽게 읽으며 심지어 대사들을 외우기도 하죠. 따로 누가 알려주지 않으면 원래는 영어가 원작이라는 것을 깜빡 잊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원작자 셰익스피어가 심어둔 의미를 손상하지 않으면서 마치 우리 고유의 언어로 읽는 것처럼 16세기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원문을 완벽하게 번역해준 번역의 대가들이 있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한국에서는 수필가이자 시인이며 영문학자인 피천득 선생에 의해 출간된 ‘셰익스피어 소네트 시집’이 대표적인데요. 애당초 시라는 장르는 언어를 넘어 해당 민족만의 고유한 정서와 배경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언어로 완벽하게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피천득 선생은 당신이 좋아했던 셰익스피어의 시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해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마치 한국의 시를 읽는 듯…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직역보다는 의역에 충실했습니다. 때문에 소네트 번역 책을 선택함에 있어 피천득 선생의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독자가 먼저 선택한 책으로 꾸준히 사랑 받고 있습니다.
타이완에서는 량스처우(梁實秋)선생에 의해 만다린어 번역의 셰익스피어 전집이 완성됐습니다. 피천득 선생만큼이나 셰익스피어에 진심인 량스처우 선생이 1930년대에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번역한 것을 시작으로, 40년만인 1967년 37편의 희곡이 포함된 40권짜리 셰익스피어 전집의 번역을 완성했습니다.
량스처우 선생은 많은 이들에게 ‘아사소품(雅舍小品)’을 집필한 베스트셀러작가로 유명하지만 영문학자로서 셰익스피어 작품 번역의 권위자로서도 널리 알려져있습니다.
량 선생은 1903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습니다. 1915년에 칭화대학교(清華大學)에 입학하고 1923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콜로라도 대학에 진학해, 대학 졸업 후 바로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석사,박사)에서 서양문학과 문학이론을 전공한 뒤, 석박사학위를 하버드대에서 수료했습니다.
1926년 귀국한 량스처우 선생은 중앙 대학(中央大學),베이징 사범대학(北京師範大學) 등에서 교편을 잡고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했습니다.
그리고 1945년 발발한 국공내전(國共内戰)으로 국민당정부와 함께 1949년 타이완으로 이주한 량스처우 선생은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영문학과 학과장을 맡은 후 1952년부터 1959년까지 학교에서 제공한 관사에서 거주했습니다.
타이베이시 윈허제(雲和街)에 소재한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관사에서 량스처우 선생은 영어 실력이 출중한 인재들을 육성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중칭에서 완성하지 못한의 대표작 ‘아사(雅舍)’ 산문 시리즈의 연재를 완성했습니다.
또한 량스처우 선생은 1930년부터 시작했던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을 1967년 타이완에서 마쳤습니다. 이후 량스처우 선생은 후학들에게 영국 문학의 장을 열어주는 ‘영국문학사’를 집필했고, 나아가 중화민국 중학교 교육 과정에 필수 과목인 영어 교과서 편찬부터 영한사전을 제작했으며 나아가 영어를 학습하기 위해 타이완 학생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어 발음 표기인 KK음표를 국내에 도입했습니다.
영문학자로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하는 등 타이완 영어 교육에 헌신했을뿐만 아니라 량 선생은 타이완 근대 문학과 번역에 큰 기여를 한 것을 정부로부터 인정 받아 살아생전 량 선생이 살던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 관사는 2003년 타이베이시의 문화자산으로 정식 등록되었고, ‘량스처우고택’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량스처우 고택은 본래 일본 식민지 시기 타이완총독부 타이베이 고등학교에 부임한 교사들을 위한 관사로 사용됐습니다. 1933년 지어진 이 적산가옥은 이 시기 관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일본의 주거 양식의 영향을 받아 지어졌습니다.
따라서 량스처우 고택은 전형적인 일본식 단층 목조 가옥으로, 생활 공간이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일본식 실내 공간 구성 방식으로 되어있으며, 서재, 안방 등 공간은 다다미 바닥을 사용함으로써 일본 주거 건축의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현관에 들어서며 마주하는 응접실은 쇼파, 티테이블 등 서양식 가구와 소품을 배치했습니다. 근대식 양식 구조와 일본 가옥의 건축 양식이 접목된 관사는 당시 일본 고위층의 관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량스처우고택 내부 모습. 량스처우 선생이 살아생전 사용하던 소파, 피아노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 =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해방 후에는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의 관사로 사용된 이 가옥은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의 교사로 재직하며 우수한 인재의 배출에 앞장선 장루린(張儒林)선생, 닝주(甯杼)선생 그리고 량스처우 선생 등이 사용했습니다.
2005년 량스처우 고택에 대한 치밀한 조사 끝에 2010년부터 2011년 1년 간 진행된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비록 가옥의 일부가 개조는 되었으나, 량 선생에 육필원고, 일상용품 등을 고택 내에 보전함으로써 량스처우 선생의 체취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량스처우 고택에서 량스처우 선생의 손때 묻은 선풍기, 책, 육필원고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사진 = 타이베이시정부 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오늘 레트로타이완시간에서는 타이베이 시내에 있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셰익스피어 본연의 시적 언어를 기품있게 전달한 셰익스피어의 타이완 최고 권위자 량스처우 선생의 삶의 체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량스처우 고택을 알아봤습니다. 엔딩곡으로 린쥔제(林俊傑)의 셰익스피어의 천부적인 재능(沙士比亞的天份)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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