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미식회시간입니다.
수많은 돼지 살처분을 불러왔던 2018년 중국발 ‘아프리카 돼지 열병(African Swine Fever, ASF)’기억하고 계신가요?
2018년 8월 중국 랴오닝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했는데, 이후 순식간에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해당 연도에만 돼지 7억 마리를 도살처분 해야 했습니다.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는 구제역과는 달리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아 인체에는 별다른 해를 끼치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과(Suidae)에 속하는 동물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최대 10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ASF에 대한 치료법 그리고 상용화된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 흑사병이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이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기도 하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바이러스의 유입을 막기 위해 각국 당국은 엄격한 생물학적 보안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국내 양돈 산업에 피해를 막기 위해 타이완은 2019년 초부터 공항마다 감시견을 동원해 삼엄한 조사에 들어 갔고, 돼지 육류 가공품 반입을 강력하게 금지했습니다. 타이완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물론 내국인들까지 돼지가공식품을 무단 반입하다 적발되면, 뉴타이완달러 1만원에서 최고 100만원(2021년 11월 26일 기준 한화 약 42만원~ 4,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습니다.
타이완 입국시 반입이 금지된 돼지 가공식품에는 육포부터 햄 등은 물론 라면 스프 같이 극소량의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간 제품까지 해당합니다.
나아가 타이완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 유입 차단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만약 반입한 제품 중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바이러스에 오염된 햄이나 소시지를 돼지가 사료로 먹는다면, 건강한 돼지도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성 등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당시 타이완 정부에서는 국민들에 시선을 끌 수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바이러스 유입 방지를 위한 이색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타이완 정부는 홍보물에서 ‘우리의 먹거리 루러우판(滷肉飯)을 지킵시다’ 라는 구호를 외치며 이를 통해 해외 육류 가공식품 반입금지 의식확산과 시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켰습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로부터 국내 양돈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는 히든카드 ‘루러우판’은 도대체 어떤 음식이길래 정보 홍보물에 등장한 것일까요?
루러우판의 루滷의 한자는 소금밭 로 즉 소금밭을 뜻하지만 타이완에서는 요리의 용어로 간장과 오향에 넣고 졸인 음식을 말합니다. 또 러우肉의 한자는 고기 육 즉 고기를 뜻하고요, 판飯은 밥입니다. 고기조림밥이라는 뜻에 루러우판은 곱게 갈은 돼지고기를 간장과 오향소스에 졸여 밥 위에 푹 졸인 고기를 얹어서 먹는 타이완의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타이완의 대표음식 루러우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타이완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인 루러우판은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절 고기 음식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던 음식이었습니다.
누구나 어려웠던 그 시절 타이완인들은 고기 음식을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서민들은 돼지고기를 살 형편이 안되어 정육점 주인에게 정육 후 남은 허드레 고기나 돼지비계 등을 얻어가곤 했습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이렇게 어렵개 얻은 귀한 고기를 다시 잘게 다진 뒤 파와 양파, 오향 등을 넣어 볶다 양을 부풀리기 위해 여기다 물을 한가득 넣어 한솥을 만들어 온 집안 식구가 배불리 먹었습니다.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식 루러우판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타이완 대표 음식 루러우판은 지역에 따라 크게 북부와 남부로 나뉘어 명칭과 주재료로 사용되는 돼지 고기 부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수도 타이베이를 포함한 타이완 북부에서는 이 음식을 흔히 루러우판이라고 부릅니다. 북부에서는 돼지 비계 부위를 사용해 루러우판을 만듭니다. 그리고 미식의 도시 타이난을 비롯해 가오슝 등 타이완 남부에서는 고기 육肉, 마를 조燥,밥 반飯 즉 푹 조린 고기밥을 뜻하는 러우자오판(肉燥飯)이라고 부르고, 비계 대신 주재료로 돼지의 순살코기 부위를 사용합니다.
사용하는 부위가 달라서 식감과 맛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있는데요, 우선 타이완 북부에 루러우판은 입안에서 육즙이 가득 퍼진다면, 남부에 러우자오판은 살코기를 사용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합니다.
이렇게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음식으로 탄생한 루러우판은 21세기 지금은 가난한 이들도 먹지만, 부자들도 즐겨먹는 일상의 주식으로… 타이완 국민은 루러우판 앞에서 누구나 평등합니다.
간장에 푹 졸인 다진 돼지 고기를 밥위에 올려 비벼 먹기도하고 아님 그냥 푹푹 떠 먹어도 맛있는 루러우판.
타이완 대표 음식 루러우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타이완 정부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특히 루러우판의 세계화를 위해 중화민국 경제부상업사經濟部商業司에서는 2017년부터 타이완 루러우판의 날台灣滷肉飯節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 열린 제4회 타이완루러우판의 날 홍보 포스터. 경제부가 주최하는 타이완루러우판의 날 행사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올해는 취소됐다. [ 사진 = 중화민국 경제부 홈페이지 캡처]
타이완 루러우판의 날은 최고의 루러우판을 가리는 대회로 매년 100여개의 루러우판 전문점이 참가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최고의 맛집 10곳을 선정하고, 나아가 경제부에서는 매년 선정된 루러우판 맛집 10곳을 소개하는 포스터 등 홍보물을 제작해 루러우판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오늘 엔딩곡으로 샤오푸더(蕭福德)의 10원짜리 루러우판(十元的魯肉飯)을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랜선미식회시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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