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타이완시간입니다.
학교는 타이완의 근대를 기른 공간이었습니다. 근대에 접어들며 신분제 사회가 해체되고, 교육이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제로 인식 되면서, 자연스레 바다 건너 서양에서 들어온 교육에 대한 열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됩니다. 19세기 근대 교육이 도입된 초기 아들들의 조기 영어교육 등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귀족가문은 의외로 “여자는 아무런 재주가 없는 것이 미덕이다女子無才便是德”라면서 여성교육은 시기상조로 여기며 학교에 딸을 보내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습니다. 같은 시기 비록 남학생들처럼 배움을 갈망하는 여성도 증가했지만 정작 여학생들이 갈 수 있을만한 학교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선교사 휴 릿치(Hugh Ritchie)와 그의 부인 엘리자벳 쿡 릿치(Elizabeth Cooke Ritchie) 여사는 타이완 남부 타이난의 여학교를 세웁니다. 바로 청나라 광서제(光緖) 13년이었던1887년에 창립된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臺南新樓長老會女學校)입니다.
창립 초기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 재학생 대부분이 이름을 외면 무릎을 탁 칠 귀족‧명문가 규수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지금도 귀족학교, 요조숙녀학교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한 학교인데요.
청나라 광서제 집권시기 창립해 올해로 134주년을 맞이한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는 영국 장로교회 포르모사 남부 선교단 소속 선교사 릿치 부부가 타이난시 시주웨이(西竹圍)에 세운 타이난 최초의 여성교육기관입니다. 청나라 시기 전통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와 또 타이완 교육사에 있어서도 여학교 설립은 한 시대에 획을 긋는 파격이었고 결단이었습니다.
파격과 결단은 이어졌습니다.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는 오랜 풍습 가운데 하나인 전족을 반드시 풀어야만 입학을 허가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청나라 말인 20세기 초까지 거의 천년 가까이 이어져온 오랜 풍습인 전족은요. 이 전족을 하지 않은 여자는 덜 아름다운 여자 정도로 여겨졌으면 좋았을 텐데, 전족을 한 작은 발 그 자체를 아름답게 여기기도 했지만...믿기지 않지만 옛날에는 전족을 하지 않고 커다란 발을 가진 여성들을 천민 취급했다고 해요.
그런데 귀하게 키운 딸이 아름다움!! 미의 상징인 작은 발을 포기하고 학교를 간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귀족 명문가문에겐 분명 큰 결단이었을 겁니다.
전족의 구습에서 벗어나 남자 형제들과 동등한 교육 권리를 누리게 된 여학생들은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에서 어떤 교육과정을 받았을까요? 재학생들 모두 영어, 피아노, 산수, 예절교육 등 언어뿐만 아니라 기예 교육까지 신식 교육을 받았다고 해요.
또 교칙에 따라 1학년 입학과 동시에 구시대에 상징인 긴 머리를 싹뚝 잘라 신식 교육을 받은 신여성!! 모던걸의 상징인 단발머리로 변신!!
타이난 신러우 장로교회 여학교의 파격과 결단은 이어졌습니다. 1923년 타이난 허우자(後甲)로 이전해 학교 건물을 2층 벽돌 건물로 올린 것인데요. 일본식 건물이 판을 치던 일제 시대에 영국 선교사 주도로 지어진 찐!! 오리지널 서양식 건물이라 역사적 건축학적 가치를 인정 받아 지난 2002년 타이난시 시정 고적으로 지정됐습니다.
한편 영국 장로교회가 설립한 타이완 최초의 여학교 역시 일제 식민지라는 족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1939년 타이완 총독부는 학교의 이름을 재단법인 사립 창룽고등여학교(財團法人私立長榮高等女學校)로 개명하고 이어 기존 영국 장로교회 소속 선생님들을 학교에서 쫓아내듯 영국으로 강제 추방시키고 교장 자리에 일본인을 앉힙니다.
고난의 연속이던 일제 식민 시대를 버텨내고 해방을 맞이하면서, 1946년에는 타이완성 사립 창룽여자중학교(臺灣省私立長榮女子中學)로 개명됐고, 이어 1974년 타이난시 사립 창룽여자고급중학교(臺南市私立長榮女子高級中學)로 개명하고 현재도 타이완 교육 확장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130여 년이란 오랜 세월 창룽여자중학교는 헤아릴 수 없는 여성들에게 학문의 빛을 비추어주었습니다. 창룽여자중학교의 파격적인 결단은 21세기에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2015년부터 남학생을 받기 시작한 것인데요.
오늘은 지금은 남녀공학이 되었고 또 타이완의 여성들에게 배움의 빛을 열어주었던 창룽여자중학교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엔딩곡으로 샤오리주( 蕭孋珠)의꽃을 심는 소녀(種花的少女)를 띄어드리며, 레트로타이완시간의 손전홍입니다.

지난 2017년 개교 130주년을 맞아 창룽여자중학교를 졸업한 중년의 졸업생들과 2015년 입학한 남학생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남겼다.[사진=중국시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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