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시간입니다.
청일전쟁에서 이긴 뒤 타이완을 할양 받은 일본은 1895년 타이완으로 들어왔습니다. 청나라의 지배를 받았던 타이완인들의 입장에서는 식민 통치국이 일본으로 바뀐다는 것은 그리 큰일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식민 통치를 경험해왔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타이완 인구의 2%를 차지하며 7000년 전부터 섬을 지켜온 타이완 원주민들에게서 일어났습니다. 원주민이 살던 고산지대를 내버려두었던 과거 식민 통치국들과 달리 일본은 고산지역의 울창한 나무와 오랜 세월 숨겨진 자원을 그냥 두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눈똑들이는 무법자들. 원주민들에겐 일본군의 침입은 곧 7000년간 지켜온 자신들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특히 타이완 원주민족 중 가장 용맹했던 것으로 알려진 사이더커족은 이들의 침입에 누구보다 분개했습니다. 사이더커족 마을 중 마흐푸 마을의 족장인 모우나 루도는 젊은 부족 청년들과 함께 산 위에서 몸을 숨기며 저 아래 계곡을 따라 침입하는 일본군을 처단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본이 동원한 최신식 무기 앞에 그들은 좌절을 맛봐야 했습니다.
활 같은 구식 무기를 갖고 있는 원주민이 자신들에게 맞서다니 일본 입장에서도 계획에 없던… 예상치 못했던 변수였을 거에요. 또 굉장히 화가 났겠죠. 그후 일본이 원주민을 굴복시키려고 선택한 방법은 참!! 지독했습니다.
일제에 맞서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낸 독립운동가들처럼…모우나 루도 족장도 화를 삭히면서 일제를 처단할 타이밍을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1930년 10월 27일 모우나 루도 족장과 사이더커족 수백 명은 일본 군인, 일본 순사 등이 모여 한창 운동회를 하고 있는 우서초등학교를 급습해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밟은 침입자 130여 명의 목을 베어 처단했습니다.
용맹한 원주민들이 일본에 맞선 이 사건 바로 그 유명한 ‘우서霧社사건’입니다.
누군가는 무모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지만, 조상들이 물려주신 비옥한 땅을 약탈한 일제에 맞선 원주민들의 용기를 우리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세기를 훌쩍 넘어서 2021년…용맹한 타이완 원주민들의 후예들은 2020도쿄올림픽에서 조국 타이완에게 값진 메달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지난 27일에 있었던 도쿄올림픽 여자 역도 59kg급 결승 경기에서 아메이족 출신의 궈싱춘 선수가 대회신기록을 세우며 타이완 선수단의 첫 금메달을 안겼고, 파이완족 출신의 양용웨이 선수는 남자 유도 60kg급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얼마 전, 8월 1일은 원주민족의 날이었습니다. 원주민족의 날은 즐거운 축제날 같아 보이지만, 사실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해방 후 마냥 행복할 줄 알았던 원주민들은 자신들보다 늦게 타이완의 터전을 잡은 한족에게 차별과 멸시를 당합니다.
상식적으로 7000년 전부터 타이완의 터전을 잡고 살던 이들을 ‘원주민’이라 불러야 했지만, 타이완 전체 인구의 98%를 차지하는 한족은 산악 지대에 사는 동포라는 뜻에 산바오(山胞)로 부르며 이들을 민족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다 못한 원주민 출신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권리를 되돌려 받기 위해 1984년 ‘원주민족권리추진회’를 설립하게 됩니다. 10년이라는 긴 투쟁 끝에 1994년 7월 1일 고 리덩후이 총통은 헌법 중의 이들을 칭하던 ‘산바오’를 ‘원주민’으로 개정할 것을 약속했고, 그후 1997년 ‘원주민족’이라는 명칭을 헌법에 삽입하게 됩니다.
원주민족의 날은 40여 년이라는 긴 투쟁 끝에 이들이 돌려받을 수 있었던 ‘원주민족’이라는 호칭과 그 투쟁 과정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2005년 제정됐습니다.
16번째 원주민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파이완족 출신 여가수 아바오(ABO)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5분 분량의 스페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원주민족의 날에 딱!!! 맞춰 가수 아바오가 공개한 곡은 파이완족 언어로 춤을 추다라는 뜻인 이었습니다. 공개한 영상 속에는 파이완족 출신인 세계적인 무용가 부라레양(Bulareyaung)이 이끄는 무용단 부라레이양 댄스 컴퍼니가 어깨가 들썩이는 의 멜로디의 맞춰 춤을 추며 가수 아바오와 함께 열창했습니다. 이어 영상에는 건장한 청년 8명이 마치 강강술래를 하듯이 손과 손을 맞잡고 노래에 맞춰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 춤춘 이 청년들은 각각 파이완족, 아메이족, 부농족, 타이야족, 타이루거족, 저우족, 루카이족, 거마란족 등 8부족 출신의 원주민족 청년들이었습니다. 이어 후렴구에서는 세계적 첼리스트 요요마가 깜짝 등장해 원주민족 음악의 클래식 선율을 더해 함께 원주민족의 날을 기념했습니다.
이날 가수 아바오가 공개한 영상은 360도 전 방향에서 촬영해서… 공연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화면에 손가락을 대면 첼리스트 요요마의 섬세한 표정이나 8부족의 원주민족 청년들의 세세한 동작까지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객석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아닌 가수 아바오, 요요마와 함께 공연을 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전해줍니다.
원주민족의 날을 맞아 가수 아바오가 공개한 360도 입체 영상.
엔딩곡으로 아바오의 감사합니다(謝謝)를 띄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이상으로 수요산책시간의 손전홍입니다.



Rti 중앙방송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