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타이완인들이 가장 애청하는 국내 가수 하면, 랩스타 가오얼쉔(高爾宣, OSN)이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 2019년 <너 없이(Without You)>라는 노래로 단숨에 인기정상 오른 후 꾸준히 ‘랩발라드’ 음악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오얼쉔은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가 발표한 ‘2023년 한 해 타이완 리스너 사이에서 가장 사랑받은 국내 아티스트’ 차트에서 5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두 장의 앨범도 ‘2023년 최다 스트리밍된 국내 앨범’ 1위와 6위를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했습니다. 타이완 힙합계의 새로운 강자 가오얼쉔을 오늘 멜로디 가든을 통해서 한번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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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8
지난주 일요일인 6월 4일은 중국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989년 6.4 천안문(天安門) 사태 34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을 맞이해 중화민국 타이완의 최고 지도자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올해도 개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천안문 사태의 발생과 지금까지도 중국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못했다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3월 말 중국에서 발생한 '구이저우(貴州) 지하철역 떼창 사태'를 언급했는데요. '구이저우 지하철역 떼창 사태'는 지난 3월 29일 중국 구이저우 지하철역에서 젊은이 수십 명이 중국 록밴드 뉴팬츠(新褲子樂隊, NEW PANTS)의 <이상이 없는 사람은 슬퍼하지 않아(沒有理想的人不傷心)>라는 노래를 떼창한 사태입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에서 이 노래의 ‘난 더 이상 지하에 살고 싶지 않아(我不要一直活在地下裡)' 등 내용의 가사가 이 시대 중국 젊은이들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하여 광범한 공감을 얻었다고 밝히며,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익숙하게 여기는 대중문화로 타이완에서도 마찬가지며, 예컨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더 래퍼스(大嘻哈時代)'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젊은이들이 모어로 자유롭게 창작하고 가사를 통해 삶의 어려움과 사회현상에 대한 개인 생각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중국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노래하고 두려움 없이 창작하기를 바란다”면서 글을 마무리하였습니다.
타이완과 같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음악을 통해 자기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너무나 정상적이고 당연한 일로 여겨져 있습니다. 특히 힙합 음악을 통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풀어낼 수 있고,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젊은이들의 고난과 좌절을 외치는 힙합의 가사와 랩은 젊은 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힙합 음악은 최근 몇 년간 대세 문화로 떠오르고 있으며, 힙합 관련 예능프로그램도 연이어 쏟아지고 있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6월 4일 6.4 천안문 사태 34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언급한 타이완 예능프로그램 《더 래퍼스》는 바로 타이완 최초의 힙합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더 래퍼스》는 다양한 테마의 TV 채널 8개을 보유하며 뉴스,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 다원적인 방송 내용으로 젊은 시청자를 많이 확보한 타이완 대형 방송국인 산리(三立) 방송사(SET)가 제작한 힙합 프로그램이며, 2021년 6월 중순부터 시즌1을 방송 시작했고, 지난 4월 중순에 시즌2의 방송을 종료했습니다. 《더 래퍼스》는 시즌1부터 열풍적인 인기를 이끌며 타이완에서 힙합의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당년도의 타이완 방송시상식인 금종장(金鐘獎) 시상식에서 최고의 상인 예능프로그램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첫 방송을 시작한 지 2년도 안 된 채 유튜브 채널의 누적 조회수가 1억을 돌파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프로그램에서 2000명이 넘는 응모자 가운데 선출된 66명의 래퍼 선수들이 ‘100초 비트 랩 심사, ‘싸이퍼 랩 릴레이’, ‘1대1 대결', '테마 미션‘ 등을 거쳐 총 6명의 선수가 결승전에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응모는 성별, 나이, 직업 제한 없이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66명 선수들은 아이돌 그룹 멤버, 경찰, 15살 고등학생, 범죄 경력자 등 나름대로의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 선수도 있어 남자 못지 않은 뛰어난 랩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프로그램에 출전한 66명 래퍼들은 자기가 익숙하거나 좋아하는 언어로 랩 가사를 창작하여 그들의 꿈과 이상, 인생의 방황, 가족 및 친구들의 응원, 사랑의 달콤함, 사회 부조리에 대한 불만 등을 노래했습니다. 그들이 창작하는 데 사용한 언어는 중국어, 영어 뿐만 아니라, 타이완어 심지어 원주민어도 있습니다. 지난 4월 타이베이유행음악센터(臺北流行音樂中心)에서 펼쳐진 시즌2 결승전에서 최종 1등을 거둔 선수, 21살의 대학생 아콰미엔(阿跨面)은 바로 타이완어로 공격적인 랩과 재치있는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래퍼입니다. 그의 랩 음악을 듣고 “타이완어에 대한 나의 편견을 뒤집었다”, “타이완어를 배우고 싶어졌다” 등 댓글을 남기며 극찬을 아끼지 않은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또 시즌2에 출전한 원주민족 아메이족 출신 선수인 BARDI는 중국어와 원주민어가 섞인 랩 가사와 원주민 전통가요를 결합한 멜로디를 통해 힙합 음악과 원주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무대를 선보이며 첫 방송부터 열띤 주목을 이끌었습니다.
실력이 튼튼한 선수 외에, 방송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선수를 칭찬하며 아쉬운 무대를 보인 선수를 위로하고 조언을 하는 엄격하고도 다정한 심사위원들의 모습도 프로그램의 관람 포인트입니다. 시즌1의 심사위원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인터뷰를 받은 적이 있는 유일한 타이완 래퍼 다즈(大支)와 타이완 최고의 대학교인 타이완대학교 전기기계학과 출신인 우등생 래퍼 슝자이(熊仔), 랩 가수로 처음으로 타이완을 대표하는 음악시상식인 금곡장(金曲獎) 시상식에서 최우수 만다린어 남가수상을 수상한 리오왕(Leo王) 등을 포함했는데, 이 같은 화려한 심사위원 라인업 덕분에 《더 래퍼스》는 시즌1 방송되기 전에 이미 큰 관심과 주목을 모았습니다. 시즌2는 여성 심사위원의 가입으로 인해 내용이 시즌1에 비하여 훨씬 더 풍부하고 다원적이었습니다.
《더 래퍼스》는 주류에 가려진 힙합 뮤지션들이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며, 동시에 시청자들이 그동안 잘 몰랐던 래퍼들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더 래퍼스》는 래퍼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모두 선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현직 래퍼와 래퍼 지망생들이 더욱 자신 있게 자신의 꿈을 실천해 나가는 용기를 갖게 되고, 또 그들의 음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힙합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보기


